"비명 들었다" 아이 5명 모두 실종…11년 만에 유골 찾았지만[뉴스속오늘]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인 2002년 9월 26일, 대구 와룡산에 도토리를 주우러 갔던 한 남성이 사람 유골을 발견했다. 발견된 유골은 11년 6개월 전 실종된 5명의 아이, 이른바 '개구리 소년'이었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이 아이들은 '도롱뇽알을 찾으러 간다'는 말을 남긴 채 와룡산에서 사라졌다.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이었지만 아이들의 흔적도 찾지 못한 채 영구 미제사건으로 기록됐던 시점이었다.
유골이 발견되면서 세간의 관심이 거의 사라졌던 '개구리 소년' 사건의 전말이 하나둘씩 밝혀졌다. '저체온증으로 인한 사망'이라는 경찰의 주장이 있었으나 부검 결과, 타살이라는 추정이 내려졌으며 범행도구는 용접 망치가 유력하게 거론됐다.
그러던 중 조 군의 집에 세를 들어 살고 있던 청년이 '시끄러우니 나가서 놀라'고 핀잔을 줬고 아이들은 분유 깡통, 막대기 등을 챙겨 인근 와룡산으로 향했다. 이때 김태룡 어린이는 '위험하니 너무 멀리 가서 놀지 말라'는 부모님 말씀을 떠올리고 아침밥도 먹을 겸 혼자 집으로 돌아갔다.
와룡산 입구에서 조군의 형을 만난 아이들은 "도롱뇽알을 찾으러 간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그날 이후 와룡산에서 내려오지 못했다. 와룡산 기슭에 살던 파출부 아주머니가 이날 오전 9시께 아이들을 목격했다. 우철원 어린이의 친구 2명도 "12시쯤 아이들을 와룡산 입구에서 봤다"고 했다.
"오후 2시께 아이들이 산으로 올라가고 있었다"는 목격자의 증언도 있었다. 같은 학교에 다니던 어린이 1명은 "오전 11시30분께 10초 간격으로 날카롭고 다급한 비명을 두차례 들었다"고 진술했다.
사건이 미디어를 통해 전국에 알려지면서 5월 5일 대통령 특별 지시로 군과 경찰이 총동원돼 와룡산 주변은 물론 전국을 수색했다. 7월부터는 대구지방경찰청 산하에 수사본부가 차려졌다.
대구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1996년 해체 전까지 5년간 연인원 30만명을 동원, 산악수색 48차와 일제 검문 수색 43차 외 복지시설 및 종교단체 1000여개소, 가정집 1만1000세대를 각각 수색했다. 이외에도 성서초 졸업생 1800명, 공단 노동자 1만9000명에게 수소문해 제보만 570여건에 달했지만 허사였다.
기업들도 앞다퉈 개구리 소년 찾기에 전력을 다했다. 전화카드, 담뱃갑, 만화, 테이프, 우유, 과자 포장 등에 관련 광고가 삽입됐고 포항제철, 한진그룹 등은 임직원과 고객들에게 현상금을 걸어 전단을 뿌리기도 했다.
하지만 사회적 관심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 사건은 영구 미제사건으로 등록됐다. 1993년 1월 실종자 부모들이 김영삼 대통령 당선인에 탄원서를 냈지만, 9월에는 직접 수색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1996년에는 대구지방경찰청 수사본부가 해체되며 수사 인력도 10명으로 줄었다.
발굴 이틀 후 대구경찰청은 수사본부를 다시 구성했으나 성급한 수사로 빈축을 샀다.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이 현장 보존도 하지 않고 과학수사대로 부르지 않은 채 곡괭이 등으로 땅을 파 현장을 훼손시킨 사실이 드러난 것. "상식적으로 타살 흔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조난을 해 추위에 떨다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것" 등의 발언을 해 국민에게 항의받기도 했다.
법의학자들의 부검 결과, 아이들은 둔기로 맞거나 흉기에 찔려 타살된 것이라는 추정이 내려졌다. 그러나 그 외에는 별다른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범인도 알 수 없었고 범죄 도구도 불분명했다. 다만 용접 후 슬래그를 깨거나 긁어내는 데 사용하는 용접 망치가 유력 범행도구로 거론됐다.
사건 발생 12년 만인 2003년 대구경찰청은 수사본부를 해체했다. 유족들이 2005년 11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소시효 연장·폐지를 촉구했지만 2006년 3월 26일 공소시효는 만료됐다.
공소시효 만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공식적으로 수사를 끝내지 않고 수사를 이어갔다. 그러나 2015년 끝내 내사마저 종결됐다. 이에 이제는 범인이 잡힌다고 해도 처벌할 수가 없게 됐다.
이소은 기자 luckyss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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