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영상을 보라. '총균쇠'의 저자 제레드 다이아몬드, '사피엔스'를 쓴 유발 하라리. 세계적인 석학들의 강의를 EBS <위대한 수업 - 그레이트 마인즈>에서 들을 수 있다.

노벨상급 저자들을 척척 섭외해내며 고품질의 강의를 쉽게 접할 수 있게 해준 데 대해 칭찬이 자자하다. 그런데 막상 우리가 내는 수신료 중 EBS에 가는 건 2500원 중에 겨우 70원, 나머지는 대부분 KBS에 간다.

‘KBS에는 주기 싫고 죄다 EBS에 주면 좋겠다’ ‘EBS에서만 청구된다면 5000원도 아깝지 않다’ ‘반반까진 아니더라도 2:1 비율은 되나 싶었는데, 어떻게 70원으로 위대한 수업이 가능한 건지’ 등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

유튜브 댓글로 “EBS 수신료는 왜 70원에서 더 올릴 수 없는지 궁금하다”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우선 우리가 매달 공영방송에 내는 수신료부터 확인해 봤다. 이건 법으로 정해져 있는데 한국의 TV 수신료는 2,500원이다.

비율도 정해져 있는데 이 중 EBS에는 2.8%인 70원이 배정되고 수신료 징수기관으로 명시된 한국전력이 169원을 위탁수수료로 가져간다. 나머지...는? 239원 빼고 나면 2261원은 KBS가 가져간다.

방송사 간 배분이 매우 한쪽으로 확 기울어져 있고 EBS는 한전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 중인 거다. 교육 공영방송이 받는 금액으로는 턱없이 적은 편. 그럼 EBS 수신료는 70원에서 더 올릴 수는 없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 당장은 올릴 수 없다. 우리나라는 고정된 수신료 총액 안에서 각 공영방송사가 이를 나누어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현행 방송법상 수신료의 산정과 배분 구조 권한은 KBS가 갖고 있다.

결국 EBS 수신료 배분 비율을 높이려면 KBS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데, EBS 몫을 늘리면 그만큼 KBS 몫이 줄어드니까 KBS가 손해를 감수하며 동의할 이유가 없는 거다.

[신삼수 EBS 수신료 정상화추진단장]
지금 법에서도 수신료를 인상하려면 지금 KBS 이사회에서 인상안을 마련하도록 돼 있어요. EBS의 몇 퍼센트를 줄 거냐도 그 인상안에서 정하는 걸로 정하도록 되어 있어서 우리는 그게 비정상적이다,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얘기하는 거죠.

제도 개선 관련해서 미디어 전문가의 이야기도 들어봤는데. EBS를 단순한 교육 채널이 아닌 공공 교육·지식 인프라로 규정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현재처럼 KBS 수신료의 일부를 나누어 받는 구조에서 벗어나, EBS에 필요한 재원을 독립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며. 그래야 그에 맞는 재원 논의가 가능해질 거라고 말했다.

그럼 얼마로 인상하는 게 적당할까? EBS 관계자한테 물어봤는데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수신료 인상이나 구체적인 금액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했다. 그러다 왱의 끈질긴 취재 끝에 작심한 듯 한마디 하셨다.

[신삼수 EBS 수신료 정상화추진단장]
우리가 이제 2000년에 공사화돼서 25년 동안 운영해 보니 한 달에 1000원 정도의 수신료를 EBS에 할당해 주면 EBS가 그걸 가지고 정말 좋은 프로그램 좋은 서비스를 할 수 있겠더라.

그러니까 EBS 내부에서 분석해보니 1000원 정도 들어오면 더 좋은 프로 많이 만들 수 있을 거란 얘기인데 월 70원과 월 1000원의 간극은 너무 크게 느껴진다.

재작년 11월, 국회에서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에서도 EBS에 최소 10% 이상 수신료 비율을 배분하자는 내용이 있었다. 이런 걸 보면 EBS에 대한 수신료는 적어도 전체 수신료의 10%에서 40% 사이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데.

물론 KBS와 EBS 모두 수신료만으로 운영되는 방송사는 아니다. 하지만 미디어 학자들은 수신료를 공영방송사의 수입원 중 가장 이상적인 재원으로 뽑는다.

국민이 공평하게 부담함으로써 국가가 직접 개입하거나 간섭하는 걸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도 수신료를 낼 가치가 충분히 있는 프로그램이 자주 제작된다면 기꺼이 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그래서 EBS <위대한 수업>과 같은 것은 사람들이 아주 좋게 본다. 무료로 세계 유명 지식인들의 강의를 듣는 게 아주 유익하다면서 이런 게 많이 제작되면 좋겠다는 반응.

반면 몇 년 동안 KBS는 뉴스뿐만 아니라 드라마, 예능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되려 ‘공영방송’의 가치를 더 잘 지키고 있는 건 KBS보단 EBS인 거 같다는 반응이 많다.

그러니 EBS에 수신료를 더 많이 줘야 한다는 게 맞지 않느냐는 거다. 오랜 시간 동안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 온 EBS 수신료 비중이 좀 더 커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