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는 화가' 최병소 기획전 <now here>
[앵커]
그리는 게 아니라 지워내는 걸로 유명한
최병소 작가의 기획전이 그의 고향인
대구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초기부터 최근까지 최 작가 작품의 변천사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데요.
여든을 넘긴 노작가가 그토록 지우고 싶어하는 건 무엇일까요?
문화문화인 권준범 기잡니다.
[기자]
바닥에 드리워진 좁다란 길, 온통 검정빛입니다.
수만 번, 아니, 수백만 번 볼펜을 그어 마침내 지워낸 여백들.
해어진 신문종이가 밤바다에 일렁이는 물결이 돼 윤슬로 빛납니다.
하얀 벽면엔 여러 개의 창들이 나 있습니다.
창에서 바라본 하늘은 청명하기 그지 없습니다.
날마다 다른 하늘을 본 작가는 그 날의
신문 위에 일기를 썼다 다시 지워냈습니다.
[최병소 선생 작업 모습, 음향 효과]
최병소, 그는 '그리는 화가'가 아니라 '지우는 화가'입니다.
1970년대 통제된 언론에 대한 분노로 신문지 양면을 지우기 시작한 이래 50년 가까이 고된 노동과 같은 일에 매달려 왔습니다.
자신을 지우는, 수행과도 같은 작업입니다.
대구보건대학교 인당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최병소 작가 기획전에서는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모두 64점이 선보이고 있습니다.
볼펜과 연필로 신문의 활자를 지운 작품 외에도 캔버스 위 아크릴 물감으로 그려낸 희귀한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김정/인당뮤지엄 관장]
"흔히 볼 수 있는 신문과 볼펜이 선생님의 손길을 거쳐서 다른 물성으로 바뀌는 것에 집중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까맣게 덮여버린 면보다는 그 면이 되기까지 어떤 선들과 어떤 질서가 있는지 가깝게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노작가의 꺾이지 않는 예술혼을 만나볼 수 있는 'now here'전은 내년 1월 15일까지 계속됩니다.
TBC 권준범입니다. (영상취재 김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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