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세미텍 “특허 침해” vs 한미반도체 “일반적 기술”
한화세미텍 역고소 건 먼저 첫 변론기일 진행···특허무효심판은 지지부진
소송 전 결과에 따라 SK하이닉스 공급망 이원화 전략에도 변수 전망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핵심 장비인 'TC 본더' 특허를 둘러싼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의 소송전이 본격화됐다. 양측은 플럭스 도포 검사 기술과 조명광 파장 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향후 SK하이닉스의 공급망 이원화 전략에 중대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9일 한화세미텍의 역고소로 열린 첫 번째 변론기일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됐다.
핵심 쟁점은 반도체를 붙일 때 사용하는 '플럭스'라는 화학물질을 고르게 묻히고, 잘 됐는지 검사하는 기술과 관련된 특허다. 한화세미텍은 한미반도체가 이와 관련 세가지 특허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미반도체는 한화세미텍의 주장이 이미 일반적으로 쓰이는 기술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특허 청구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고 반박했다.
◇한화세미텍, TC 본더에 필요한 세가지 특허침해 주장
이번 소송전에서 한화세미텍의 법률대리인은 법무법인 김앤장이, 한미반도체의 법률대리인은 법무법인 세종이 맡았다. 한미반도체는 과거 삼성전자와의 특허 소송에서도 세종과 함께 승소한 이력이 있다.

한화세미텍은 먼저, 한미반도체가 칩에 플럭스가 고르게 묻었는지 검사하는 방식이 균등 침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한화세미텍측 법률대리인(이하 한화)은 이날 변론에서 "칩의 한쪽 면에 볼록볼록 튀어나와 있는 범프(돌기)가 있는데 여기에 플럭스가 고르게 묻어 있는지를 검사해야 한다"며, "우리는 검사방법으로 플럭스가 잘 묻어 있는 돌기와 조금만 묻어 있는 돌기가 몇 개인지 새서 확인하는 방식에 대한 특허를 주장했으며, 피고(한미반도체)는 여기에 대해서 검사할 때 개수를 새는 것이 아니고 영역으로 따지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우리가 보기엔 그 자체로 최소한 균등 침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한미반도체는 범프에 플럭스를 도포하고, 빛을 조사해 촬상한 뒤 도포 상태를 판단하는 방식은 매우 일반적이고 넓은 범위의 장치하고 반박했다. 아울러, 한미반도체는 도포되지 않은 범프 돌기를 검출하는 방식이 아니라, 영역을 구분한 뒤 그 영역의 그레이값(명도 수준을 나타내는 수치) 으로 불량 여부를 판단한다는 점에서 한화세미텍의 특허 내용과 기술 구성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한화세미텍은 플럭스를 검사할 때 사용하는 조명광에 대해서도 한미반도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화세미텍은 한미반도체가 청색광, 백색광 두가지 조명광을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한미반도체는 백색광 한가지만 쓰고 있다고 반론하는 상황이다. 플럭스가 잘 도포됐는지 검사하려면 빛을 조사해서 확인해야 하는데 한화세미텍은 한미반도체에 청색광에 대한 특허를 청구하고 있다.
한화는 "한미반도체가 공개한 유튜브 동영상 자료를 보면 청색광이 보인다. 결론적으로 특정한 빛의 주파수가 청색광에 해당하는 것인데, 우리는 한미반도체가 청색광을 쓰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는 "원고(한화세미텍)은 제1조명광으로 위치를 보정하고 400~500나노급의 제2조명광을 조사해 탐지 영역을 설정한 뒤 도포 상태를 검사하는 것이 특허의 특징이라고 했는데 한미반도체 장치는 하나의 백색광만 사용하고 특허에서 말하는 400~500나노급 2조명광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무엇보다 탐지 영역을 설정하는 과정 자체가 없다. (한화세미텍의) 특허는 노즐 부품 크기가 칩보다 작아서 별도로 위치 보정과 탐지 영역 설정이 필요하지만, 최근 장비는 노즐 크기가 칩보다 커졌기 때문에 그런 과정 자체가 필요 없게 됐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한화는 "과학적으로 400~500나노의 파장은 이용하지 않는다면서 백색광만 이용한다고 하는데 이게 과학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재반박했다.
한미는 "조명광을 사용하는 기술적 의의도 다르고 파장도 다르다"며, 관련 내용에 대해선 다음 서면에서 보완해 밝히겠다고 전했다.
한화세미텍은 마지막으로 반도체 공정에 활용되는 스퀴지 부품 관련 특허에 대해서도 주장했다. 스퀴지는 플럭스를 도포한 후 표면에 생기는 울퉁불퉁한 부분을 평탄하게 만들기 위해 일정한 클리어런스(틈)를 유지하며 표면을 쓸어주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서 쟁점이 되는 부분은 해당 구조에서 틈을 유지하는 데 도와주는 스프링이 있는지의 여부다. 한화세미텍은 한미반도체 장치에도 스프링과 동일한 기능을 하는 부품이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이는 문헌침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한미는 이에 대해 "한화세미텍의 청구항에는 '스퀴지 몸체 양단 각각의 신축력과 탄성력을 동시에 적용한다'는 표현이 있는데, 이 개념이 명세서상 어떻게 해석되는지 불명확하며, 특히 '탄성력' 부분은 기재불비에 가까운 문제가 있다. 물론, 이런 특허법적 문제를 굳이 따지지 않더라도, 비침해는 명확하다"고 말했다.
이어 "틈을 조정하기 위한 장치로 기재된 것은 액추에이터뿐인데, 한미반도체 장치에는 액추에이터 등을 통해 신축력을 조정하고 틈을 조정하는 메커니즘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따라서 특허와 피고 장치는 기술적으로 다르고, 결과적으로 특허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특허무효심판은 '지지부진'···한화 "한미반도체가 시간 끌어"
앞서 한미반도체는 지난 2024년 12월 한화세미텍이 자사의 TC 본더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특허침해금지 소송을 먼저 제기한 바 있다. 그러자 한화세미텍은 2025년 5월 한미반도체의 특허를 무효화 해달라고 특허무효심판을 제기하며 반박에 나섰다.

한화세미텍이 제기한 특허무효 사유가 인정될 시 한미반도체의 TC 본더 특허권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소급돼 권리를 잃게 되며, 이에 따라 특허침해소송에서도 불리하게 적용된다. 한화세미텍은 현재 무효심판과 동시에 한미반도체가 자사의 HBM3E용 TC본더 특허를 침해했다며 역고소까지 나선 상황이다.
한화는 "우리가 특허무효심판을 제기했고, 여기에 대해서 한미반도체가 특허권자로서 정정 청구했으며, 우리가 또다시 추가 자료를 냈더니 또 정정 청구하고 있어서 (심판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한화세미텍이 제기한 특허침해소송의 소송가액은 12억원으로 산정됐다. 앞서 한미반도체가 지난해 한화세미텍을 대상으로 제기한 특허침해소송의 소송가액은 240억원이다. 업계에서 추산하는 TC 본더 장비 한대당 가격은 3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한화세미텍이 SK하이닉스와 체결한 TC 본더 공급 계약 규모는 총 805억원에 달한다.
SK하이닉스는 공급망 이원화 정책의 일환으로 그간 한미반도체 외 한화세미텍과도 TC 본더 개발을 공동으로 추진해왔다. SK하이닉스는 이를 통해 공급망 안정화를 꾀하고 있지만, 두 장비사의 소송전 결과에 따라 TC 본더 공급 이원화 전략에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화세미텍 관계자는 "우리의 모든 기술은 오랜 연구개발을 통해 만들어진 노력의 결과물이며, 시장을 통해 기술 우위를 인정받고 있다"며, "시장을 교란시키고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기술 침해 행위에 대해선 법적 절차를 통해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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