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이란 핵 시설까지 공격할까?

이종태 기자 2024. 10. 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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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전쟁’의 발발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스라엘은 이란을 직접 공격해 중동 세계의 질서를 전면 재편하겠다며 공언하고 있다. 이란의 석유 시설과 핵 시설을 공격할 가능성이 크다.
10월1일(현지 시각)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이 예루살렘 상공에서 이스라엘 방공망에 의해 요격되고 있다. ⓒAFP PHOTO

10월1일(현지 시각) 밤, 이란은 이스라엘 본토로 고성능 탄도미사일 200여 기를 발사했다.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공습 직후 연설에서 보복전을 선언했다. “이스라엘을 공격한 자는,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는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이 규칙을 곧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직접’ 공격이 사실상 확정되었다. 남은 것은 ‘언제 어디’뿐이다. 외부 세계의 시각에서, 중동에선 크고 작은 전투가 끊임없이 벌어진다. 그러나 그 전투들은 대체로 이스라엘(혹은 주둔 미군) 대 ‘이란을 대리하는 무장 정파’ 간 충돌이다. 여기서 무장 정파는 헤즈볼라(레바논), 후티 반군(예멘), 이슬람 저항군(이라크), 시리아 정부 등이다. 이들 무장 정파를 한데 묶어서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저항의 축’으로 부른다. 10월1일 공습으로 ‘이스라엘 대 이란 대리 세력’이란 대립 구도가 ‘이스라엘 대 이란’으로 전환되었다.

이 지역의 양대 군사 강국인 이스라엘과 이란의 직접 충돌은 중동 차원의 전쟁을 의미한다. 이웃 국가들이 자연스럽게 전쟁으로 빨려 들어갈 것이다. 이스라엘의 후원자인 미국은 당연히 개입한다. 러시아와 중국의 대응도 주목된다.

이란의 이번 공격이 양국의 첫 ‘직접 충돌’은 아니다. 이란은 지난 4월에도 이스라엘로 300여 기의 미사일과 드론을 쐈다.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대사관을 폭격한 것에 대한 보복이었다. 그러나 당시 이란은 이스라엘에 큰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고심했다. 72시간 전에 공습을 예고했으며 발사체의 위력도 변변치 않았다. 그 덕분에 세계 최강의 방공체계인 이스라엘의 아이언돔은 거의 모든 이란 발사체를 요격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이스라엘 역시 ‘매우 제한적’으로 이란의 한 방공포대를 공습했다. 일종의 ‘약속 대련’이었다.

그러나 10월1일 공습은 4월과 격이 다르다. 극초음속 미사일 등 요격하기 어려운 발사체들이 이스라엘 상공으로 벌떼처럼 쏟아졌다. 방공체계가 일부 뚫렸다. CNN(10월3일)에 따르면, 이스라엘 남부 네바팀 공군기지에서 최소한 건물 3채가 미사일에 의해 훼손되었다. 이스라엘 제2도시 텔아비브의 모사드(이스라엘 정보기관) 본부, 외곽의 텔 노프 공군기지 등도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다. 이란이 고성능 미사일을 대규모로 발사한다면 이스라엘도 만만치 않은 타격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이스라엘의 보복전은 다시 이란의 보복전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10월4일, 레바논을 방문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스라엘을 계속 공습할 계획은 없지만” 이스라엘의 공격엔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가자지구(이스라엘 대 하마스)와 레바논(이스라엘 대 헤즈볼라)에서의 휴전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가 언급한 ‘레바논 전쟁’은, 10월1일 공습의 원인 중 하나다.

지금 ‘중동전쟁’ 위기의 기원은 2023년 10월7일이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로 가자지구를 실효 통치하고 있는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지역을 기습했다. 그들은 1200여 명(대다수가 민간인)을 살해하고 250여 명을 납치했다. 피해자 중엔 팔레스타인에 친화적인, 이스라엘 평화운동가들도 많았다. 이스라엘 군이 가자지구 봉쇄 및 공습과 지상전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전개된 가자 전쟁은 1년째 계속되고 있다.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최근 4만명을 넘겼다. ‘저항의 축’들은 ‘가자지구 휴전’을 요구하며 이스라엘을 공격해왔다. 이들 중 가장 강고한 핵심 세력이 바로 레바논(이스라엘에 북쪽으로 접경)의 주요 정당이자 무장단체인 헤즈볼라다. 헤즈볼라는 레바논 남부(이스라엘 접경지역)의 군사기지에서 이스라엘로 로켓을 쏘아댔으나 방공체계를 뚫은 경우는 많지 않았다. 이스라엘 군도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들을 공습하곤 했다.

올해 하반기 들어 이스라엘은 이란과 양분해온 중동 세계의 질서를 전면 재편하겠다는 야심 아래 군사 전략을 대폭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과 직접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신호를 보내며 기존의 공습에 암살과 정보전을 결합시켰다.

2024년 9월30일(현지 시각) 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레바논 남부가 불길에 휩싸였다. ⓒEPA

지난 7월31일, 이란의 신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하마스 최고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테헤란의 안전 가옥에서 암살당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손님’을 수도 테헤란에서 살해한 것이다. 세계는 이란이 어떻게 보복할지 숨죽여 지켜봤다. 그러나 먼저 움직인 것은 이스라엘이었다. 9월17~18일, 레바논 전역에서 무선호출기(일명 ‘삐삐’) 수천 대가 돌연 폭발했다. 호출기 소지자들은 사망하거나 크게 다쳤다.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인 모사드가 극소형 폭탄을 장착한 호출기를 헤즈볼라 대원들에게 위장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안 문제 때문에 무선호출기를 사용해온 헤즈볼라의 통신망이 무너졌다. 곧이어 이스라엘 군은 헤즈볼라 격퇴를 명분으로 레바논 전역을 융단 폭격했다. 그 와중에 9월28일에는 베이루트 외곽 헤즈볼라 본부를 폭격해서 이 조직의 수장인 하산 나스랄라를 살해했다. 나스랄라는 이란의 전폭적 지지와 후원으로 헤즈볼라를 32년 동안 이끌어온 인물이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9월 작전으로 1000명 이상의 레바논인이 사망하고 10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나스랄라가 제거될 무렵,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가 중동에서 힘의 균형을 바꾸고 있다. 이란이든 중동이든, 이스라엘의 긴 팔이 닿지 않는 곳은 없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이튿날부터 실천된다. 9월29~30일, 이스라엘 군은 1700㎞ 떨어진 예멘 호데이다 항구(후티 반군의 본거지)를 폭격한 데 이어 레바논 국경을 넘는다. 레바논 영토에서 헤즈볼라와 지상전을 치르겠다는 의미다.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다른 곳도 공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물론 이란이다. 그로부터 24시간이 채 흐르기 전, 이란은 이스라엘로 미사일을 쐈다.

2024년 10월1일(현지 시각) 레바논 국경 인근의 이스라엘 북부 주둔지에서 이스라엘군 장갑차와 탱크가 이동하고 있다.ⓒAP Photo

핵 시설 공격도 보복 옵션 중 하나

이스라엘은 이란을 어떻게 공격할까? 지난 10월2~4일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입을 통해 이스라엘의 ‘옵션’이 일부 드러났다. 이란의 석유 시설과 핵 시설이다. 바이든은 이란의 핵 시설 공격에 대해 “안 된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란의 석유 시설 공격에 대해서도 “나라면 다른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석유 시설 공격’ 가능성이 거론된 10월3일 하루 동안 국제유가가 5% 이상 폭등했다. 이 계획이 실현되는 경우, 국제유가가 지금의 두 배 이상으로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 측에 ‘이스라엘의 피해에 비례하는 군사적 대응’을 권고하는 한편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더욱 강화하는 방안을 선호한다. 그러나 가자지구 전쟁에서 그랬듯이, 네타냐후 총리는 혈맹이자 후원자인 미국 정부의 말도 절대 듣지 않는 사람이다.

미국의 저명 인터넷 뉴스 사이트 〈악시오스〉(10월3일)는 이스라엘 고위 관료의 말을 빌려 이스라엘이 수일 내에 이란에 “중대한 보복”을 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공격 대상지로는 이란 내 석유 시설, 방공 시스템, 요인 암살 등이 거론된다. 이스라엘의 보복에 이란이 다시 반격한다면? 〈악시오스〉에 따르면, “이스라엘 관리들은 이란 핵 시설에 대한 공격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태 기자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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