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동자의 성과급 요구를 비판하는 당신에게

1. 삼성전자에서 노동조합이 요구한 성과급으로 뜨겁다. 모처럼 온 나라가 하나의 노동문제에 관심이 꽂혀 저마다 한마디씩 하고 있다. 그런데 이구동성이다. 노동자를 위해서 하는 말인지, 사측을 위해서 하는 말인지 결은 달라도 대부분이 삼성전자에서 노조가 한 노동자의 성과급 요구를 비판하고 있다. 다른 노동문제를 살펴보려고 해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다. 사용자를 대변하는 자들만이 아니라, 그동안 수시로 노동자를 위한 말과 행동을 해온 대통령을 비롯한 이재명 정부의 권력자들도 비판하고, 소액주주의 권리를 위해서 행동한다는 주주단체도, 심지어 노동자권리를 위한 활동을 해온 이들까지도 삼성전자에서 노동자의 성과급 요구를 비판하고 있다. 그걸 읽는 나는 그 문제에 사로잡혀 다른 것에는 좀처럼 관심이 가지 않는다. 그런데 가만히 비판의 근거가 무엇인지 읽어 보면 대부분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 등 재벌 자본을 대변하는 자라고 해도 삼성전자의 사정뿐만 아니라 이상하게도 중소 협력업체와 그 노동자, 비정규직 등의 사정까지 들어서 삼성전자에서 노동자의 성과급 요구를 비판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과 주주단체, 심지어 노동활동가들이 마찬가지다. 그 근거를 생각하면서 읽어 보자.
2. 첫째, 회사가 투자해야 하니 요구하는 만큼 성과급을 지급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특히, 이 나라에서 사용자 자본을 대변하는 자들이 삼성전자에서 노동자의 성과급 요구에 하는 비판을 읽어 보면 삼성전자가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한다며 노조의 성과급 요구가 부당하다고 말하고 있다. 경제지와 이른바 보수언론의 지면을 통해서 쏟아내고 있다.
이것을 근거로 내세워 성과급 요구를 비판하는 자들은 삼성전자가 세계적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속적인 경쟁력 우위 확보를 위해서는 연구개발, 생산시설 확충 등 거액의 투자를 해야 한다며 노동자의 성과급 요구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노조가 요구한 대로 노동자에 대한 성과급을 지급하게 되면 필요한 투자를 하지 못하고 삼성전자는 경쟁력을 잃게 된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그들은 이 나라 노동자와 국민을 겁준다. 이 나라에서 성과급을 지급하고 남은 것으로는 투자하지 말라는 법이라도 있다는 것인가.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올해 300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경우, 노사협상을 통해 조금도 조정되지 않은 채 노조가 요구한 그대로 타결돼 지급된다고 해도 성과급 45조원을 제외한 돈은 남아 있다. 사실 연구개발 및 시설 등의 투자비는 비용으로 정산돼 올해 실현될 영업이익에서 제외될 것이고, 그에 따라 노동자의 성과급 규모는 당연히 줄게 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삼성전자가 올해 300조원을 영업이익으로 실현하지 않고 모조리 연구개발 및 시설 등에 투자한다면, 노동자에게 성과급을 지급하지 말고 투자해야 세계 수준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하는 식의 논리에 따를 경우 삼성전자는 세계적 기업들을 물리치고 세계 일등 기업으로 등극할 날만 기다리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삼성전자는 그렇게 투자비를 쓰지 않았다. 그것을 쓸 적절한 곳을 찾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해마다 적게는 수조원에서 많게는 수십조원의 영업이익을 실현했다. 여기에 투자비로 전용할 수 있는 사내유보금도 엄청난 규모로 쌓여 있다. 그러니 오늘 삼성전자의 걱정은 노동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게 되면 투자에 쓸 돈이 없게 될 것이라는 게 아니다. 그런데 투자비 운운하며 삼성전자를 걱정하면서 노동자의 성과급 요구를 비판하다니. 곰곰이 읽어 보면 논리로 위장한 비난일 뿐이다.
3. 둘째, 소액주주를 비롯한 삼성전자 주주가 받는 배당금보다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성과급이 많다는 것을 비판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에서 주주배당금이 10조원인데 노동자 성과급이 40조원이 웬 말이냐는 식으로 비판하고 있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생각해 봤다. 한 해에 회사가 실현한 이익 중 얼마를 노동자의 성과급과 주주의 배당금으로 안분해 지급하도록 하는 법이라도 있다는 것인가. 어째서 노동자에게 성과급을 지급하게 되면 그만큼 주주에게 지급할 배당금이 줄어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삼성 등 이 나라에서 지금까지 재벌 회사에서 엄청난 이익 실현에도 주주배당금이 적거나 하지 않았던 것은 노동자들에게 많은 성과급을 지급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사내유보금을 엄청나게 쌓아두면서도 주주에게 배당하지 않았던 것인데, 그들은 오늘 어째서 성과급을 요구하는 노동자, 노조를 비판할까. 회사 이익에서 노동자에게 성과급을 지급하고 나면 주주 자신들이 받을 배당금이 줄어들 정도로 그렇게 삼성전자에서 주주배당금을 받은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으면서 말이다. 그동안 소액주주운동을 한다며 주총회장에서 몇 마디 말하고 고소고발한 것 말고 오늘 노조가 하듯이 회사, 대주주 오너가 위협을 느낄 정도로 행동한 적이 있었던가. 나는 무슨 대단하게 주주권리 실현을 위해 행동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노동자, 노조에 대해서는 뭐라도 되는 듯이 말하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오늘 이 나라에서 일부 대주주가 지배자로 군림하면서 회사를 독차지하고 있는 것은, 주주배당금 등을 비롯해서 주주권리가 이 모양인 것은 그 누구보다도 주주들 자신의 책임이 크다. 법은 주주로서 권리를 위해 행동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주주로서 단결해서 지배주주의 횡포에 맞서 행동하지 않고 방임해서 오늘 이 나라에서 자신들의 주주권리가 실현되지 못한 것을 두고서 성과급을 요구하는 노동자, 노조를 탓해서는 안 된다.
4. 셋째, 중소 협력업체와 그 노동자, 비정규직 등의 상태와 처지를 내세워 삼성전자 노동자의 성과급 요구는 지나치니 욕심을 자제해야 한다고 비판한다. 이 비판의 근거는 사용자 자본을 대변하는 이든, 노동자권리를 위해서 활동하는 이든,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까지 말하고 있다. 중소 협력업체에 납품단가 후려치기, 기술탈취 등을 통해서 재벌 대기업이 더 많은 이익을 실현하는 구조로 이 나라 산업체계가 작동하고 있다. 그것을 극복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은 누구에게 책임이 있고, 그것을 타파하기 위해서 누가 행동해야 할까. 대기업 원청의 노동자들이 중소협력업체와 납품단가를 정하고, 중소협력업체 노동자의 임금 수준을 정하는 당사자가 아니다. 하려고 해도 할 수 없고, 해봐야 효력이 없다. 그럼에도 걸핏하면 특히 대기업 노동자,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성과급 등을 높은 수준으로 요구하기라도 하면 중소 협력업체 노동자와 비정규직의 상태를 내세워 그 요구를 비난했다. 벌써 수십년째다. 귀족노동자, 귀족노조 운운하면서 말이다. 너무도 상투적이고, 상습적이다. 귀족노동자, 귀족노조라고 부르려면 그들이 다른 노동자를 지배, 착취하는 자여야 한다. 유럽 등 세계 노동운동사에서는 그런 말을 사용해서 노조간부, 활동가를 비판하기도 했다. 적어도 그 경우에 그들은 삼성전자 노조간부처럼 사용자에 고용돼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아니었다. 거대한 산별노조에서 조합원 위에 군림하면서 현장 노동자의 요구를 외면하는 관료주의에 찌든 자들을 두고서 한 말이다. 단순히 안정되고 많은 임금을 받는다고 해서 귀족이 아니다. 특히 사용자를 상대로 교섭과 쟁의로 노동자권리를 쟁취한 것을 두고서 그렇게 말해서는 안 된다.
5. 삼성전자에서 노조가 하고 있는 성과급에 관한 요구는 지금까지 사측이 정해서 지급해온 성과급 지급기준에서 반도체 경쟁업체인 SK하이닉스에서 노사합의로 정해서 지급하고 있는 것처럼 한도 제한을 없애고 성과급을 지급하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삼성전자에서 수조원, 수십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때는 한도 제한은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 당연히 노사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여겼고, 그 기준대로 받았다. 그런데 AI 광풍에 느닷없이 수백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렇게 대규모 영업이익을 실현하게 되는 상황에서는 SK하이닉스처럼 한도 제한 없이 지급받을 경우에 비하여 약 10분의 1 정도로 현저히 적은 성과급을 받게 된다. 영업이익의 15%를 받는다고 믿어온 노동자들은 졸지에 그 10분의 1인 1.5%만을 지급받게 되는데, 당신이 그 당사자인 노동자라면 순순히 따르며 묵묵히 일할 수 있겠는가. 나는 아니다. 노동자로서 마땅히 사측에 성과급 기준에서 한도 제한을 없애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본다. 노동자가 요구한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할 경우 그 금액이 크다고 그 노동자를 비난할 일이 아니다. 오늘 이 나라에서 삼성전자 노동자의 성과급 요구를 비판하는 당신은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당신에게 말한다. 당신의 비판이 비판받아야 한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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