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12시간 지키는 구청 안전상황실… “사고 대응 문제 여전”
서울 구청 11곳 전담자 4명 이하… 인력 모자라 ‘2인 1조’ 운영 불가
업무 힘든데 박봉, 지원자 드물어… 8곳은 별도 공간조차 없이 근무
● 혼자서 상황실 12시간 지켜… ‘2인 1조’ 불가능
핼러윈을 4일 앞둔 27일 취재팀이 찾아간 서울 마포구청 재난안전상황실은 문을 두드리자 근무자 1명이 나왔다. 근무 시스템을 묻자 이 근무자는 “혼자 근무하다 보니 자리를 비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자와 이야기하는 도중 상황실 내부에서 ‘위잉’ 경고음이 울리자 근무자는 급히 들어갔다. 마포구 상황실은 총 4명의 인력이 주간, 야간을 돌며 한 번에 1명씩, 1인당 12시간 근무한다. 지난해 ‘2인 1조 형태로 바꾸겠다’고 했지만 인력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마포구 관내에는 홍익대 거리 등 젊은이들이 많이 몰리는 번화가가 있고 그만큼 사고 위험도 높다.
상황실 부실 운영은 이태원 참사 피해가 커진 한 원인으로 지목됐었다. 2022년 10월 29일 당시 용산구 상황실은 서울시로부터 상황전파 메시지를 받았지만 참사 장소를 확인하지 않거나 직원들에게 상황을 전달하지 않았다. 최근 법원은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의 1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했지만 “(상황실 대응에) 일부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정종수 숭실대 재난안전관리학과 교수는 “근무자의 피로도나 업무 연속성을 고려했을 때 2인 1조로 3교대로 운영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며 “1명이 근무할 경우 (이태원 참사 같은) 재난이 발생하면 상황 파악, 관계 부서와의 소통 등을 빠르게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면 최소 총 6명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8월 지자체 등이 모인 회의에서 상황실 전담 인력을 최소 6명 이상 모집할 것을 제안했다. ‘2인 1조’로 구성된 조가 최소 3개는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 일은 힘든데 박봉, 지원자 없어
상황실 인력 부족의 원인에는 열악한 근무 환경, 낮은 임금, 예산 부족 등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었다. 구로구는 올해 7월 1일 재난안전상황실전담요원 1명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올렸지만 지원자가 없어 채용하지 못했다. 약 보름 후 다시 공고를 올려 겨우 모집할 수 있었다. 동대문구는 상황실 근무자 6명 중 2명이 계약이 끝나 현재 4명만 남았다. 6명일 때는 2인 1조로 운영했지만, 현재는 1명씩만 상황실을 지키고 있다.
상황실 근무는 유사시 빠른 판단 능력, 재난 관리 시스템에 대한 이해 등이 필요하다. 보통 24시간 순환 근무를 하기 때문에 야근이 잦아 피로도도 높다. 하지만 구가 제시하는 급여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도봉구는 이달 18일 상황실 인력 채용 공고를 내면서 ‘주당 35시간 근무, 3교대(하루 8시간 근무), 연봉 2000만∼4000만 원’을 제시했다. 올해 우리나라 최저임금이 시간당 9860원, 연봉으로 환산하면 약 2473만 원이다. 업무는 힘들고 예민한데 제시하는 급여는 최저임금 수준이니 지원자가 드물다. 한 구 관계자는 “예산이 부족해 상황실 전담 인력을 추가로 뽑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상황실 운영이 지자체마다 제각각 운영되고 있다는 문제도 있다. 취재팀이 서울 각 구청 재난상황실 21곳을 살펴본 결과 전담 직원이 상주하는 곳은 13곳, 부서 사무실과 병행해 운영하는 곳은 8곳이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재난 관련 업무는) 별도의 공간에서 전문적으로 전담하는 게 맞다”며 “부서 사무실 등 여건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곳에서는 모니터링이 등한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지금이라도 정부나 지자체가 안전에 적극적으로 예산 투자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김다연 인턴기자 경희대 경영학과 졸업
박성배 인턴기자 중앙대 소프트웨어학부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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