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와 북한, 그리고 KF-21 개발의 균열
인도네시아가 한국과 공동으로 진행 중인 KF-21 보라매 전투기 개발 사업은 한때 ‘성공적인 방산 협력 모델’로 불렸다. 2010년대 초반, 인도네시아는 한국이 추진하던 KFX 사업에 참여하며 전체 개발비의 약 20%를 부담하기로 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약 1조7천억 원 규모였다. 대신 인니는 완성된 전투기 일부를 인도받고, 일정 수준의 기술 이전을 약속받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이 사업은 중반부로 갈수록 불협화음이 커졌고, 최근 인도네시아가 북한과 군사·외교적 접촉을 시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제적으로 논란이 커졌다.

인도네시아의 분담금 체납과 한국의 대응
KF-21 개발은 2015년 공식 착수 이후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지만, 인도네시아는 2017년부터 분담금 납부를 미루기 시작했다. 당시 자카르타 정부는 자국 내 경제난을 이유로 들었지만, 실상은 다른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었다. 인니 국방부는 기술 이전이 약속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한국은 군사기밀에 해당하는 핵심 기술은 미국과의 협정상 이전이 불가능하다고 맞섰다. 양측의 입장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고, 결국 인도네시아의 체납액은 2024년 기준 1조 원에 달했다.
한국 방위사업청은 이에 따라 2024년부터 계약 조건을 재조정했다. 핵심은 “납부 이전에는 기술 이전 불가, 지급 후에도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기술 공유”라는 조항이었다. 즉, 인니가 돈을 내더라도 군사기밀 수준의 핵심 기술은 전달되지 않는다. 이 조항은 인니가 그간 ‘공동개발국’이라는 명분으로 무리하게 요구했던 기술 이전 요구를 차단하기 위한 실질적 장치였다.

북한과의 외교 접촉, 국제적 신뢰 상실의 시작
2025년 초, 인도네시아 정부가 북한 외무성과의 회담을 추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상황은 급변했다. 인도네시아는 표면상 ‘비동맹 외교’의 일환이라고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북한과 방산·군수 협력에 대한 가능성을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는 명백한 국제제재 위반 소지가 있었다.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각국이 무기 및 군사기술 거래를 금지당한 상태다.
한국 입장에서는 이는 단순한 외교적 행보가 아니라, 공동개발 중인 첨단 전투기 기술이 제3국으로 유출될 위험을 의미했다. 특히 KF-21은 한국이 자체 개발한 AESA 레이더, 전자전 장비, 임무 컴퓨터 등 핵심 기술이 포함되어 있어, 외부로의 기술 유출은 국가 안보에 직결된다. 한국 정부는 인니의 행보를 “협정 위반 소지가 있는 행위”로 판단하고, 향후 기술협력의 범위를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계약 조항과 방산 협력의 변화
2025년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KF-21 관련 계약서를 다시 조정했다. 핵심은 ‘기술 이전’에서 ‘기체 공동생산’ 중심으로 협력 구조를 변경하는 것이다. 즉, 인도네시아는 앞으로 KF-21 기술을 직접 이전받는 대신, 완성 기체의 일부 부품 조립과 최종 조립공정에만 참여하게 된다. 또한, 인도네시아가 체납한 분담금을 완납하기 전까지는 개발 자료 접근 권한이 제한된다.
이 조치는 인도네시아가 북한과의 접촉을 통해 잃은 국제적 신뢰의 직접적인 결과였다. 한국은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우려를 반영해 ‘제재 위반 국가와의 기술 연계’ 위험을 차단하려 했다. 인도네시아는 외교적으로는 ‘균형 외교’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자국이 방산 분야에서 고립되는 결과를 자초했다. 한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인도네시아를 더 이상 ‘공동개발 파트너’가 아닌 ‘제한적 협력국’으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인도네시아의 선택과 국제법 문제
흥미로운 점은 인도네시아가 북한과의 접촉을 통해 사실상 국제법을 먼저 위반하려 했다는 것이다. 유엔 대북제재 결의 제2397호에 따르면, 모든 회원국은 북한과의 군사협력 및 방산거래를 금지해야 한다. 인도네시아는 이 규정을 명확히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외교적 이익을 이유로 접촉을 강행했다. 한국은 이를 심각한 신뢰 위반으로 간주했고, 미국 역시 인도네시아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사건 이후 인도네시아는 자국 내에서도 비판을 받았다. 현지 군사전문가들조차 “KF-21 사업은 인도네시아가 스스로 망친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외교적 모험에 나섰고, 결과적으로 한국과의 협력 관계마저 위태롭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후기
이번 사태를 보면서 느낀 건, 방산 협력이라는 게 단순히 돈을 내고 기술을 사오는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인도네시아는 KF-21 사업을 통해 세계 5세대 전투기 기술의 일부를 손에 넣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걸 스스로 걷어찼다. 북한과의 외교 접촉은 결국 자신들이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라는 인식을 남겼고, 한국은 냉정하게 기술 이전을 차단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개인적으로 이 사건은 ‘국제정치와 방산은 절대 분리될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공부해야 할 점
방산 공동개발 사업에서 기술 이전은 정치적 신뢰가 전제되어야 한다.
유엔 대북제재 결의의 적용 범위와 위반 시 파급효과.
KF-21 사업의 구조적 특징과 기술 이전 제한의 현실.
인도네시아의 ‘균형 외교’ 전략이 실제 방산 협력에 미친 영향.
국제 방산 협력에서 계약 조항의 세부 조정이 가지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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