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지소미아·수출규제 '빅딜' 성과…日호응·대국민 설득 '숙제'

박소연 기자 2023. 3. 18.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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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尹대통령 첫 방일 평가
16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12년만에 한일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악수하고 있다./사진=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마주앉아 한일간 묵은 갈등을 일단락하고 '한일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기로 합의했다. 멈췄던 한일간 '셔틀 외교'를 12년 만에 복원하고 경제·안보를 비롯해 금융·외환, 문화 분야에서 상호 협력을 강화할 토대를 마련했다.

다만 이번 정상회담 성사의 결정적 계기가 된 우리측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보상 해법과 관련해선 일본 측이 상응 조치를 충분히 내놓지 않았다는 점에서 숙제를 남겼다.
수출규제·지소미아…한일간 묵은 난제 '일괄 타결'
16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12년만에 한일 정상회담 후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17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지난 6일 강제징용 배상 대법원 판결에 대한 우리 정부의 '제3자 변제' 해법 발표를 시작으로 윤 대통령의 방일 계기에 수출규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등 한일간 묵은 갈등이 빠르게 해소됐다. 정부가 밝힌 대로 한일간 '고르디우스의 매듭'(서로 복잡하게 얽혀 해결의 실마리를 풀기 어려운 문제)을 풀어내듯 일괄 타결한 모습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정상회담 직전 일본이 불화수소·불화폴리이미드·포토레지스트 3종과 관련한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도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취하키로 했다. 화이트리스트(수출 관리 우대국) 배제 조처에 관해서는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당시 한일관계 악화로 벌어진 지소미아 종료 '조건부 연기' 상황을 "완전 정상화하기로 선언했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은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차원의 한일 안보대화와 차관전략 대화 등 당국 간 경제 외교 협의체들을 조속히 복원하기로 합의했다.

민간에서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의 경단련이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정상 간 셔틀외교를 재개하기로 하고 기시다 총리가 적절한 시간에 방한키로 했다. 기시다 총리가 5월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한국을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기시다, 직접 사과 대신 '김대중-오부치 선언' 언급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오후 일본 도쿄 긴자의 오므라이스 노포에서 친교의 시간을 함께하며 생맥주로 건배하고 있다. /사진=뉴스1
기시다 총리는 전날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에 발표된 일한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속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 계승을 언급한 것이다.

이 선언에서 오부치 총리는 "과거 식민 지배로 한국 국민에게 손해와 고통을 끼친 것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전한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직접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언급하는 대신 간접적인 방식을 택했다. 이는 지난 6일 우리 정부의 징용 해법 발표 후 밝힌 입장의 반복이다.

'한국의 노력에 비해 일본 측의 호응 조치가 부족하다는 한국 내 여론이 많다'는 한국 기자의 질문에도 "오늘도 몇 가지 구체적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양국에서 자주 공조하고, 하나하나 구체적인 결과를 내고자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이는 기시다 총리의 사죄와 반성 등 성의 있는 호응이 있기를 기대했던 국내 여론에는 미치지 못한 것이다. 한일 미래 파트너십 기금에 일본 피고 기업은 미온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일부 징용 피해자들이 우리 정부의 제3자 변제 방식에 거부의사를 밝히고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자산에 대한 추심금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황에서, 일본의 이같은 미온적 입장은 이들을 설득하기 더욱 어렵게 할 공산이 크다.
대통령실 "사과 한 번 더 받는 게 의미 있나"…대국민 설득 나설 때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6일 기시다 후미오 총리, 유코 여사와 도쿄 번화가인 긴자의 한 한 스키야키·샤부샤부 전문점에서 만찬을 하고 있다. 일본 내각홍보실이 교도통신을 통해 공개한 기념 사진. /사진=뉴스1
대통령실은 직접적 사과 여부가 중요하지 않단 입장이다. 한일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기로 한 만큼 한일관계 개선이 가져올 기회와 이익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전날 "역대 일본 정부가 일왕과 총리를 포함해 50여차례 사과를 한 바 있다. 그 사과를 한 번 더 받는 게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일본 피고기업에 대한) 구상권 청구를 상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의 이같은 소극적 입장 표명엔 자신의 정치적 입지 등 일본 국내정치적 요인에다 우리 정부가 정권교체시 징용 해법을 뒤집을 수 있다는 우려 등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일관계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서라도 정부가 대국민 설득과 설명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론악화를 감수하고 '결단'에 나선 배경 설명이 부족했단 것이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윤 대통령의 방일은 한일 정상이 만나는 자체에 의미가 크기 때문에 관계 개선의 좋은 시작이라 평한다"면서도 "징용 해법에 대한 보완, 후속조치가 나왔어야 하는데 부족한 게 많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시다 총리가 한 번에 변화하긴 어렵겠지만 단계적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며 "우리 징용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정부의 진정성 있는 설득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 강제집행은 과정도 길고 어렵고 그들이 진정 원하는 사죄를 받기도 어려워지는 길"이라고 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방향은 맞지만 국민 공감대를 충분히 얻지 못한 채 속도를 낸 측면이 있다"며 "윤 대통령이 요미우리신문과 9개 면을 할애해 인터뷰했듯 우리 국민들에게 직접 설득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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