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지소미아·수출규제 '빅딜' 성과…日호응·대국민 설득 '숙제'
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마주앉아 한일간 묵은 갈등을 일단락하고 '한일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기로 합의했다. 멈췄던 한일간 '셔틀 외교'를 12년 만에 복원하고 경제·안보를 비롯해 금융·외환, 문화 분야에서 상호 협력을 강화할 토대를 마련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정상회담 직전 일본이 불화수소·불화폴리이미드·포토레지스트 3종과 관련한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도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취하키로 했다. 화이트리스트(수출 관리 우대국) 배제 조처에 관해서는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당시 한일관계 악화로 벌어진 지소미아 종료 '조건부 연기' 상황을 "완전 정상화하기로 선언했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은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차원의 한일 안보대화와 차관전략 대화 등 당국 간 경제 외교 협의체들을 조속히 복원하기로 합의했다.
이 선언에서 오부치 총리는 "과거 식민 지배로 한국 국민에게 손해와 고통을 끼친 것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전한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직접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언급하는 대신 간접적인 방식을 택했다. 이는 지난 6일 우리 정부의 징용 해법 발표 후 밝힌 입장의 반복이다.
'한국의 노력에 비해 일본 측의 호응 조치가 부족하다는 한국 내 여론이 많다'는 한국 기자의 질문에도 "오늘도 몇 가지 구체적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양국에서 자주 공조하고, 하나하나 구체적인 결과를 내고자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기시다 총리의 이같은 소극적 입장 표명엔 자신의 정치적 입지 등 일본 국내정치적 요인에다 우리 정부가 정권교체시 징용 해법을 뒤집을 수 있다는 우려 등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일관계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서라도 정부가 대국민 설득과 설명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론악화를 감수하고 '결단'에 나선 배경 설명이 부족했단 것이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윤 대통령의 방일은 한일 정상이 만나는 자체에 의미가 크기 때문에 관계 개선의 좋은 시작이라 평한다"면서도 "징용 해법에 대한 보완, 후속조치가 나왔어야 하는데 부족한 게 많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시다 총리가 한 번에 변화하긴 어렵겠지만 단계적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며 "우리 징용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정부의 진정성 있는 설득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 강제집행은 과정도 길고 어렵고 그들이 진정 원하는 사죄를 받기도 어려워지는 길"이라고 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방향은 맞지만 국민 공감대를 충분히 얻지 못한 채 속도를 낸 측면이 있다"며 "윤 대통령이 요미우리신문과 9개 면을 할애해 인터뷰했듯 우리 국민들에게 직접 설득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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