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유럽 최대 주식시장' 타이틀 재탈환

파터노스터 광장

영국 런던증권거래소가 지난 17일(현지시간) 거의 2년 만에 유럽 최대 주식 시장 자리를 탈환한 것으로 조사됐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17일 기준 런던 증시에 상장된 기업의 총 가치는 3조1800억달러(약 4389조원)로, 파리 증시의 총 가치인 3조1300억달러를 뛰어넘었다.

이후 변동을 거듭한 뒤 근소한 차이를 유지하고 있는 양 증시이지만, 이는 이정표와도 같은 사건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파리 증시는 총선을 둘러싼 정치적 불안감으로 인해 하락한 반면, 런던 증시는 수년간 저조한 추이를 보이다 현재 회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런던증권거래소는 지난 2022년 11월 파리에 추월당하기 전까지 수년간 유럽 최대 증시 자리를 유지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리즈 트러스 전 총리의 감세안, 파운드화 약세,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브렉시트의 여파 등을 그 원인으로 지적했다.

2016년엔 런던 증시가 라이벌인 파리에 비해 약 1조4000억달러 정도 더 규모가 컸다.

한편 전문가들은 보통 시장은 불확실성을 싫어한다며, 프랑스의 조기 총선이 어떻게 될지 의문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번 달 초 유럽의회 선거에서 라이벌인 마린 르펜이 이끄는 우파 성향의 ‘국민연합당’이 승리하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조기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깜짝 발표했다.

그러나 르펜 대표의 약속은 “자금 없는 지출”을 담고 있다는 게 영국의 금융 서비스 기업 ‘하그리브스 랜즈다운’ 소속 수잔나 스트리터 자금 및 시장 부문 책임자의 설명이다.

“시장의 마음을 사는 데 그리 집중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보통 정부가 어디서 마련할지 모르는 자금 사용을 약속할 경우 시장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곤 한다. 왜냐하면 시장에서 합의한 이자율로 정부가 빌려 가는 돈인 국채의 가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만약 투자자들이 정부 혹은 차기 정부의 정책이 말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국채의 이자, 즉 수익률은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리고 국채 수익률이 높으면 상장된 기업들의 가치가 떨어진다. 왜냐하면 주식을 사느니 정부에 돈을 빌려주는 게 더 이득이 크기 때문이다.

영국은 어떨까. 스트리터는 총선을 앞두고 현재 여론 조사에서 우세한 노동당의 경우 자신들이 “안전한 손”임을 강조하며 시장을 안심시키고자 노력 중이라고 평가했다.

여당인 보수당 역시 자신들의 정책에 대해 투자자들을 설득하고자 노력 중이다.

제러미 헌트 현 영국 재무장관은 총리는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주최한 ‘CEO 협의회 서밋’에서 “런던 주식 시장이 죽었다는 건 굉장한 과장”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앞에 도전 과제가 있는 건 사실이고, 우린 그 도전 과제들을 해결해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런던 증시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 과제 중 하나는 바로 미국의 유혹에 넘어간 투자자와 기업들을 다시 끌어들이는 일이었다.

실제로 영국에 본사를 둔 수많은 대기업조차도 영국이 아닌 미국에서의 상장을 택했다. 이로 인해 미국 주식 시장의 가치는 상승세를 거듭했으며, 이에 더 많은 기업이 미국 증시를 택했다.

일례로 미국 내 모든 상장 기업의 가치를 추적하는 ‘S&P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5년 동안 85% 이상 치솟았다. 그러나 같은 기간 동안 런던의 ‘FTSE 종합주가지수’는 10분의 1도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영국 지수는 다시 올라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AJ벨’의 루스 물드 투자이사는 부분적으로는 금리 전망이 명확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에선 올해 안엔 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전망한다. 이렇게 되면 영국 기업들은 더 적은 비용으로 자금을 대출할 수 있게 된다.

그럼에도 물드 이사는 영국 기업들은 수익에 비해 미국 기업들에 비해 훨씬 더 저평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이 미국 기업을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주요 거래소가 구글, 애플, 아마존 등 소수의 고평가된 기술주에 크게 의존하고 있지만, 과연 장기적으로 이게 지속 가능할진 의문이 든다는 지적이다.

몰드 이사는 “모두가 배의 한쪽에만 앉아 있으면 언젠간 뒤집힐 것”이라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