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 론스타와 대장동, 그리고 의지와 의도
납득 어려운 검찰 항소 포기, 민간업자 부당한 이익 방치
포기하지 않는 것과 포기하는 것은 큰 차이가 난다. 포기하지 않은 것은 ‘의지’의 표명이고, 포기하는 것은 반대다. 환경이나 능력의 문제로 발생한 어쩔 수 없는 멈춤은 수긍할 수 있지만, ‘의도’가 개입된 것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고의와 개입의 가능성이 엿보인다. 스포츠에서 충분히 따라잡거나 역전할 수 있는 상황에서 뜬금없이 후보 선수를 내거나 수세적인 작전을 펼쳐 경기를 포기해 버리는 것이 승부 조작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큰 것처럼 말이다.
‘론스타’와 ‘대장동’은 정반대 각도에서 포기의 결과를 조명한다. 하나는 끈질기게 소송을 걸어 4000억 원의 국부 유출을 막았다. 반면 다른 하나는 항소를 포기해 수천억 원에 달하는 범죄수익 환수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의지와 의도의 차이가 아닌지 반문한다.
론스타 사태는 미국 사모펀드 론스타가 2003년 10월 1조3834억 원에 외환은행 지분 51%를 취득하며 시작됐다. 외환은행을 헐값에 사들인 론스타는 2007년 매각 작업에 돌입해 ‘먹튀’ 논란이 일었다. 결국 2010년 11월 하나금융지주가 인수를 승인하면서 론스타는 무려 4조 원의 시세 차익을 얻었다. 그럼에도 론스타는 정부의 승인 지연으로 손해를 봤다며 약 6조 원 규모의 투자분쟁 소송을 제기했다.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판정부는 2022년 8월 우리 정부에 론스타가 청구한 6조 원 중 4.6%에 해당하는 2925억 원과 이자 비용 등 총 4000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정을 내렸다.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판정을 수용하기 어렵다”며 법무부 내에 전담부서까지 만들고 취소 신청의 의지를 보였다. 그리고 13년에 걸친 소송은 우리 정부의 완승으로 막을 내렸다.
한 장관의 결정에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도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은 승소 가능성이 희박한 데다 배상금 지연 이자가 늘어난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 목소리를 냈다. 실제로 ICSID에 따르면 197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총 503건의 판정 중 취소 신청이 받아들여진 사례는 25건뿐이다. 이 중 전부 취소된 것은 단 8건에 불과하다. 그러나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1.6%의 희박한 확률을 뚫은 셈이다.
대장동 항소 포기는 론스타 소송전과는 정반대다. 검찰의 맥없는 항소 포기에 ‘의도’가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된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함에 따라 대장동 일당은 특정경제가중처벌법(특경가법)상 배임 혐의 무죄가 확정됐고 당시 성남시 수뇌부의 인허가 개입을 항소심에서 다툴 여지도 차단됐다. 대장동 재판이 중단된 이재명 대통령의 혐의가 특경가법상 배임과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인데, 두 가지 혐의 모두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것이다. 이들에게는 업무상 배임만 적용됐다.
범죄수익 환수도 어려워졌다. 검찰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에게 징역 12년과 추징금 6111억 원, 남욱 변호사에게는 징역 7년과 추징금 1011억 원 등을 구형했으나 1심 재판부는 김 씨에게 징역 8년에 추징금 428억 원, 남 씨에게 징역 4년에 추징금 0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범죄수익금으로 구형한 7800억 원 추징이 1심 재판에서 428억 원으로 대폭 줄었으나 항소하지 않았다.
의도가 개입된 항소 포기라는 후폭풍이 불었지만 법무부는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한다. 검사들의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노만석 검찰총장 대행은 “용산(대통령실)과 법무부와의 관계를 고려했다”는 자백성 해명을 남기고 사퇴했고, 처음에 알지 못했다던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신중하게 검토하라”고 지시했을 뿐 개입한 적이 없다며 말을 바꿨다. 민주당 소속 법사위 의원들은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집단 고발하며 ‘입틀막’을 하고, 법무부는 한 술 더 떠 항소 포기의 핵심 지휘라인에 있었던 박철우 대검 반부패부장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했다.
대장동 일당은 발 빠르게 재산 환수에 돌입했다. 추징금 ‘0원’ 선고가 난 남 변호사는 1심 재판 중 동결된 재산 514억 원에 대해 추징 보전을 해제하지 않으면 국가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항소 포기 이후 대장동 일당은 재판으로 묶여 있는 2070억 원어치 재산을 풀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법무부와 민주당은 민사소송으로 대장동 일당의 부당이득을 환수할 수 있다고 했으나 법조계는 실질적인 피해 구제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장동 범죄수익 환수를 위한 특별법이나 특검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재판중지법(국정안정법)과 검사징계법 등 각종 법안 만들기에 정통한 민주당이니 마음만 먹으면 가능한 일 아니냐고 비꼰다. 론스타 소송전과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를 보며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한다.
윤정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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