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추천 여행지

경상북도 경주시 노동동과 황남동 일대에 조성된 ‘대릉원’은 이름만 들으면 무덤이 모여 있는 조용한 공원 정도로 여겨지기 쉽다.
하지만 그 안을 걷다 보면 단순한 고분군이 아니라, 신라 왕과 귀족들이 남긴 고대의 정치·문화·장례 문화를 집약해 놓은 역사현장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겉보기엔 풀밭 위 둥근언덕들이지만 하나하나가 모두 실체를 갖춘 무덤이며, 그중에는 실제 왕릉도 포함되어 있다. 무더운 7월, 그늘과 나무가 많은 대릉원 산책길은 의외로 시원하게 다가온다.
더구나 이곳은 입장료가 없어 누구나 자유롭게 들를 수 있다. 도심 한복판에서 고대 유적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경험은 흔치 않다. 유모차나 휠체어 이동이 가능한 평탄한 동선도 잘 갖춰져 있어 전 세대가 함께 즐기기에 무리가 없다.

1시간 안팎으로 관람할 수 있는 규모지만, 알고 보면 삼국 시대의 비밀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기원전부터 축조되기 시작한 무덤 양식의 변화와 출토 유물의 흔적이 집약된 대릉원으로 떠나보자.
대릉원
“천마총·금관총 포함된 대릉원, 도보 이동 쉬운 평지 동선에 야간 개방까지”

‘대릉원’은 노동동 고분군, 노서리 고분군, 황남동 고분군, 황오동 고분군, 인왕동 고분군 등 다섯 개의 고분군으로 구성돼 있다. 이 지역은 고대 신라의 왕도였던 경주의 중심지였고, 지금은 국가사적으로 지정되어 체계적인 보존과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고분인 노동동의 ‘봉황대’는 밑둘레가 230미터에 이르며, 직경 82미터, 높이 22미터에 달하는 대형 무덤이다. 신라 전기 무덤 양식인 돌무지덧널무덤 형태로 축조된 것이 특징이다.
노서리 고분군에는 14기의 고분이 분포되어 있고, 1921년 금관이 출토된 ‘금관총’, 1926년 스웨덴의 고고학자 구스타프 6세 아돌프가 발굴 조사에 참관했던 ‘서봉총’도 이곳에 있다.
특히 서봉총은 일제 강점기부터 학술적 가치가 알려졌고, 이후 여러 유물이 발견되면서 신라 귀족 무덤 양식 연구의 기준이 되었다.

이 외에도 ‘호우총’에서는 고구려 광개토왕의 이름이 새겨진 청동그릇이 나와 신라 고분의 연대를 가늠할 수 있는 결정적 근거가 되었다.
황남동 고분군은 초기 신라의 무덤들로, 원형의 흙무덤 30기가 밀집해 있다. 내부에는 ‘전 미추왕릉’이라 불리는 무덤과 함께 일반 관람이 가능한 ‘천마총’이 있다.
천마총은 1973년 본격적으로 발굴됐고, 이때 ‘천마도’가 그려진 말안장 장식이 출토되면서 그 이름이 붙었다. 내부에는 실제 유물과 함께 당시의 장례방식과 부장품을 재현한 전시 공간이 마련돼 있어 관람객이 신라 장례문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황오동 고분군은 관리가 오래되지 않아 봉분이 일부 손상됐지만 여전히 고분의 형태와 구조를 관찰할 수 있다. 10여 기의 무덤이 밀집해 있고, 주로 4~5세기에 조성된 귀족 무덤으로 추정된다.

인왕동 고분군은 경주 시내 평야지대의 동편에 자리하며 삼한과 삼국 시대의 무덤 양식이 혼재된 곳으로 평가받는다. 삼국 시대 신라 귀족들의 무덤 양식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유적군이다.
대릉원은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야간 개방이 이뤄지기 때문에 여름철 해가 진 뒤 천천히 걸으며 야경을 즐기는 방문객도 많다.
전 구역 입장이 무료이고 주차 시설도 갖춰져 있다. 휠체어 대여가 가능해 보행이 어려운 이들도 무리 없이 관람할 수 있다.
신라 천년의 역사와 무덤 문화가 고스란히 담긴 대릉원은 단순한 산책길 이상의 의미를 지닌 공간이다.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신라의 흔적을 실감하며, 발아래에 쌓인 시간의 깊이를 직접 마주해 볼 수 있는 장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