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모니터] '자본잠식' 두산로지스틱스 정상화 추진 | 클로봇①

T-sort 분류 시스템. /사진=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

코스닥 상장사 클로봇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회사는 두산그룹의 시스템통합(SI) 자회사인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DLS) 인수 및 출자에 1200억원 가량을 투입할 예정이다. 로봇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에서 물류 자동화 솔루션 기업으로 외형 확대를 추진하는 가운데, 피인수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DLS 인수·출자 1200억 투입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클로봇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보통주 549만4500주의 신주를 발행한다. 예정 발행가는 3만6400원으로, 기준주가 대비 25% 할인율을 적용했다.

클로봇은 이번 유증으로 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한다. 이는 지난해 말 연결 기준 자산총계(730억원)의 3배에 달하는 규모다. 신주 발행 물량은 발행주식 총수의 22% 수준으로,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핵심은 1623억원이 배정된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이다. 클로봇은 사모펀드(PE) 운용사 펙투스PE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DLS 인수를 추진 중이다. 매각 측인 두산그룹은 에너지 인프라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DLS를 매물로 내놨다. 클로봇은 700억원 수준의 투자 조건으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다만 실제 구조는 지분 100% 인수가 아닌, 클로봇이 700억원을 투입해 DLS 지분 70% 가량을 확보하는 형태로 파악된다. 여기에 400~500억원 규모의 추가 출자를 통해 운영자금 및 자본 확충을 병행하는 구조다. 클로봇 관계자는 "인수 자금 700억원과 별도로 400억원대 운영자금 출자가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클로봇의 현재 재무 여력을 고려하면 공격적인 베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회사의 지난해 말 연결 기준 자본총계는 604억원 수준이다. 자기자본의 2배에 달하는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해 인수에 나서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인수 대상인 DLS의 재무 건전성에 주목하고 있다. 사업보고서 및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DLS의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 -470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회사는 태국 물류센터 사고 손해배상 영향에 지난해 55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평가손익도 감소해 장부가액은 지난해 초 894억원에서 작년 말 567억원으로 37% 줄었다.

DLS는 2019년 출범 이후 두산그룹의 지게차 및 협동로봇 사업과 시너지를 모색했으나, 2024년 영업이익 8억원을 기록하며 일시적으로 반등했을 뿐 전반적인 수익성은 불안정한 흐름을 보였다. 회사의 당기순손실은 △2020년 51억원 △2021년 34억원 △2022년 146억원 △2023년 474억원을 기록했다.

클로봇은 'Cash-free·Debt-free(현금 및 부채 미포함)' 조건으로 인수를 추진해 우발 채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피인수 기업이 보유한 현금과 부채를 모두 제외한 상태로 기업 가치를 평가해 인수하는 방식이다. 피인수 기업은 보유 현금을 가져가는 대신, 회사 부채를 직접 상환한다. 인수 기업은 영업 활동에 필요한 순자산만 인수하는 구조다.

다만 인수 이후 정상화 과정에서의 추가 자금 투입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클로봇의 출자가 이뤄질 경우 자본금 및 자본잉여금 증가를 통해 DLS의 자본잠식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인수 대금 외에도 출자 형태로 운영자금을 투입해 인건비 및 사업 운영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프트웨어·물류' 턴키 확장…다이소 2700억 수주 시너지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DLS)이 수주한 1620억원 규모 아성다이소 양주허브센터 조감도. /사진 제공=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

이번 인수는 클로봇이 제시한 중장기 성장 전략 '챕터 2'의 핵심 축이다. 기존 로봇 소프트웨어 중심 사업에서 물류 자동화 SI 영역까지 확장하는 외형 성확대 전략이 본격화됐다는 평가다.

클로봇의 챕터 2는 △통합 시너지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 기반 성장 △글로벌 시장 확대 △기존 사업 확장을 핵심으로 한다. 회사는 이를 통해 2030년까지 글로벌 톱 로봇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클로봇의 자율주행 및 이기종 관제 소프트웨어 역량과 DLS의 물류 SI 수행 경험(WMS·WCS)이 결합될 경우, 로봇 하드웨어 소싱부터 통합 제어 시스템까지 아우르는 '엔드 투 엔드 턴키 솔루션' 구축이 가능해진다.

향후 DLS의 수주 계약을 통해 시너지를 강화할 수 있다. 수주 금액은 지난해 초 2055억원에서 3081억원으로 50% 늘었다. 이는 2024년 11월 1100억원 규모의 다이소 세종온라인센터 구축 공사를 따내면서 발생했다. 여기에 지난 2월 1620억원의 다이소 양주허브센터 물류 자동화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회사 측은 이번 인수를 통해 글로벌 시장, 특히 미국 물류 시장 진출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클로봇 관계자는 "외형 확대를 통해 북미 시장 진출을 계획 중이며, 해외 투자자 접근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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