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살에 교복 입고 연기해서 결국 대국민 사과한 미남 배우
(Feel터뷰!) MBC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의 변요한 배우를 만나다
지난 10월 8일 강남의 한 카페에서 고정우 역의 변요한을 만났다. 5개월 전 <그녀가 죽었다>로 만나 재회를 기억하며 환한 미소와 눈인사를 건넸다. 먼 곳까지 일부러 찾아와 준 이유가 드라마의 재미라는 방증이라며 감사함을 표했다. 작품이 끝나서 후련하다고 생각했는데 여운이 오래 남아서 마지막 화를 다시 돌려봤다고 했다. 종영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요즘 정우의 마음으로 다양한 형태의 감정을 곱씹어 보게 된다고 답했다.
정공법 택한 꿀고구마 서사,
진심 통할 줄 예상한 결과
작품성과 대중성을 고루 맞춘 균형을 작품 선택의 기준으로 정한다는 변요한. 이번 작품은 이미 원작이 대중성을 갖춘 작품이기 때문에 작품성은 걱정하지 않았지만 장르적 연출력의 한계를 대중에게 어필했다고 말했다. 편성과 공개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궁금증이 커졌을 테다.
“저는 재미있게 보지 못했고 좀 다르게 봤다. 촬영 후 내부적인 문제로 3년 반 만에 공개되었다. 그 사이 할머니도 돌아가셨고, 하필 다음날이 보영이 장례식 장면 촬영 스케줄이었다. 장례식장을 두 번 가는 경험도 했고, 감독님의 개인사 등 치열하게 얽혀 있었다”며 그동안의 시간을 상기했다.
어두운 분위기가 초반 진입장벽을 높였다. 사건은 벌어졌고, 진범 찾기 과정에서 다소 기가 빨린다는 의견, 고구마 서사가 답답하다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정공법을 택한 방식이 통했고 웰메이드 호평을 얻었다. 믿을만한 구석이 있었다는 소리다.
“드라마 홍보를 위해 유튜브나 예능도 찍어야 하는데 드라마의 특성상 장난도 치고 웃으면서 홍보할 수 없었다. 첫 방의 반응은 예상했었기에 온전한 에너지로 부딪히도록 유도했다. 시퀀스와 시퀀스를 맞붙여 해결하는 게 아닌 미스터리 역추적 스릴러라는 장르성을 잘 살렸다. 느림의 미학을 추구했고 추적할 퍼즐 조각을 늘어놓았다”
만약 시청자의 바람처럼 결백을 주장하고 복수를 다짐했다면 어땠을까. 전혀 다른 드라마와 인물 해석이 되었을 것이다. 사적 복수에 포커스가 맞춰졌다면 정우가 할 게 더 많았겠지만 작가와 감독이 짜 놓은 판이 신의 한 수였음이 증명되었다.
“정우는 프로타고니스트(중심인물)지만 안타고니스트(적대자)가 너무 많고 세다 보니, 독특한 성향의 캐릭터가 되었다. 사회는 약자의 말을 듣지 않는다. 아무도 말을 믿어주지 않는 살인자. 10년 동안 각인된 인물의 말을 누가 들어줄까. 소통할 수도 없어 벽보고 말하는 느낌이었다”고 설명했다. 대본을 보며 외로운 싸움임을 인지했고 배우로서 생각할 게 많았다고 털어놨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과정을 납득하도록 만들어 놔야 했다. 서주연 작가와 변영주 감독의 뚝심은 이야기에서 통하기 시작했다.
“정우는 ‘왜 그랬냐’라고 묻지 않고 ‘보영이 다은이 어디 있냐’라는 말만 반복한다. 10년 복역의 억울함은 신경 쓰지 않는다. 누명을 밝히는 것보다 더한 목표는 친구를 찾는 거다. 부모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티가 역력한 인물, 영악한 성격이 되지 못하는 정우는 우정, 사회, 문화가 19살에 멈춰 버렸다. 시체를 찾겠다는 간절함 하나밖에 없었다”며 캐릭터를 이해해 갔다.
벽보고 말하는 느낌,
외롭고 고독한 정우를 보호
정우는 누구 하나 자신의 결백을 믿어주지 않아 외롭고 고독하다. 하물며 10년 동안 엄마는 면회 한번 오지 않았다. 어울리며 다녔던 친구들도 연락을 끊었다. “자식을 믿지 못하는 부모는 없다. 다만 자식 잃고 아파하는 마을 사람들을 위해 자리를 지키며 갚아 나갔다고 생각한다. 깨어나자마자 ‘찾았니’라는 말 자체가 아들을 믿었다는 정확한 증거다. 부치지 못한 편지도 발견되지 않았나. 사랑과 정의를 아는 분이다. 또 다른 아들 수호를 키운다는 것 자체도 그러하다”며 변영주 감독이 하고 싶었던 말이었을 거라고 짐작했다.
초반에는 살인자라는 누명을 의심했지만 점차 진범을 찾기 위해 함께 고군분투하는 형사 고준과 케미도 상당했다. 드라마의 시간처럼 초반에는 서로 서먹했지만 상철이 정우의 억울함을 알게 되면서 역할 보다 더 친해졌다고 말했다. 연말 시상식에서 베스트 커플상을 노릴 만도 하다.
“상철(고준)과 하설(김보라)을 만나고 공조하기까지 현장에서도 저도 외로워야만 했다. 오히려 선배님들이 더 나쁘게 연기해 주셨기 때문에 외로운 고정우를 저도 지킬 수 있었다. 다른 캐릭터는 조율이 되고 인간 변요한도 꺼낼 수 있었는데 외로움과 고독이란 환경에 처한 독특한 캐릭터가 바로 고정우였다”며 상철도 결핍 많은 인물이다.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게 드라마의 힘이지 싶다고 답했다.
새로운 역할과 장르에 갈증도 전했다. “이번 작품은 발가벗고 연기하는 듯했다. 캐릭터에 장치가 없었기 때문인데 그런 연기를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우는 옷도 몇 벌 없고 맨날 맞으면서 살고 친구도 없었다. 상대가 있어야 짖는 데 한계가 많았던 캐릭터다. 연기의 부족함을 실감했지만 특별함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 저도 더 발전할 수 있겠다는 희망도 발견했다”고 자평했다.
이어 “캐릭터에 버프도, 필살기도 없어 연기하는데 쉽지 않았다. 내가 상처받는 일은 있어도 누가 죽거나 상처받는 꼴은 못 본다. 상대를 만나도 대화가 단절되어 버린다. 그래서 내내 인물에게 끌려다녔다. 싸우려고 하지도 않고 외로운 선택을 자처할 때마다 제가 보호하고 돌봐 주어야만 했다. 지금까지 맡아온 캐릭터 중에 가장 약했던 존재라 지켜주기 바빴다”며 인물에 체화된 설정으로 여운이 많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정우는 19세에 우정이 끝나 슬프다며, 친구 따라 강남도 가는 나이에 꿈이 전혀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게 안타깝다고 회상했지만. 곧 면회 오지 않는 친구를 이해했을 거 같다고 말했다. 그 와중에 10년 동안 유일하게 면회 와준 나겸(고보결)의 뒤틀린 사랑과 집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3년 동안 같은 반이었는데 청소 때 몇 반이냐고 물어보면 마음 없는 거다. 10년 동안의 태도에 분명 위로는 받았을 거지만. 문제는 시작이 잘못되었다는 거다. 이유를 숨기고 이용한 점인데 이 부분도 감독님이 담고 싶어 했던 인간의 본질이다. 자기 스스로에게 속아 버린 잘못된 지점이고 순수한 사랑이 아닌 오염된 사랑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하설은 누명을 벗기 위해 도와준 우정의 마음으로 꽤 오래 봤을 거라며 이후 관계를 정의했다.
다음화를 보게 하는 엔딩맛집 입소문
진지한 톤으로 일관했지만 드라마 밖에서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타고난 동안으로 19세와 30세를 오간 연기 투혼이 때아닌 논란과 사과로 돌아왔다. “교복은 졸업하면 입으면 안 된다. 아역을 쓰는 순간 전체적인 분위기를 해칠 수 있어 용기 내서 입었다. 촬영 때는 재미있게 했지만 다시는 입을 일 없을 거다”라고 장담해 웃음을 자아냈다.
매번 다음 화를 보게 만드는 엔딩으로 화제가 되었다. 엔딩 맛집이라는 입소문을 타면서 중후반부 시청자를 이끄는 데 일조했다는 후문이다. “범인을 주변에서 물어봐서 체육관도 못 가고 대인관계가 끊어졌다. 두 달 동안 산에서 어르신들이 운동하는 기계에서 조용히 운동했었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앞으로 정우는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서도 “상철의 충고를 허투루 듣지 않을 거다. 보통의 삶을 살 것이다. 이사 가면 새로운 이웃, 낯선 이를 경계하지 말고 지금처럼 살라는 말을 새겨들으며 살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백설공주는 누구이며 드라마를 통해 던지려는 메시지를 묻자. “결국 사랑에 대한 큰 이야기 속에 가족, 우정, 신념 등 다양한 감정이 들어 있다. 인간의 이기심, 탐욕, 시기가 더해져 인간 군상을 보여준 것 같다. 엄청난 악인처럼 보이지만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도 담겨 있다. 질투를 뛰어넘는 인간의 잔인함도 표현하고 싶었을 거다”라고 답했다.
이어 독특한 제목의 뜻을 알고 있냐는 질문에는 넬레 노이하우스에게 직접 물어봐야 하지 않겠냐고 말해 주변을 웃음 짓게 했다. 백설공주가 독사과를 먹고 죽는 상황에서 영감을 얻지 않았을까 추측했다. “일곱 난쟁이도 각자 다른 욕망이 있었을 거다. 마녀가 독사과를 직접 주었을까, 중간에 전달자가 있었을까, 여러 상상력에서 나온 제목일 거다”라고 추측했다. 모두가 이중적이지만 고정우만은 마지막까지 한결같은 모습이라며 놀라움을 표했다. 그 표면에는 정우 부모님의 사랑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여전히 작품선택 기준은 ‘메시지’
작품 선택 기준을 물으니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메시지’라고 말하며 정의는 살아 있어 진실은 언젠가 밝혀진다고 힘주어 말했다. “인간의 감정 중 이기심, 잘못된 신념 등으로 시작된 사건이다. 마지막에 가서는 누가 봐도 올바른 상황으로 마무리되었다. 엄마와 수호(이가섭)가 함께 사는 사랑의 형태인 거다. 빛이 어둠을 이기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초반 생각을 하설과 상철, 수호가 모이면서 이길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원작은 특성과 배경, 공기를 알고 싶어 읽었지만 너무 디테일하고 유럽화되어 있어 그만두었다. 우리 드라마는 한국화라는 자존심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작가님의 글과 감독님의 연출을 더 믿고 싶어서 더 읽지 않았다. 읽다 보면 상상력의 한계가 오고 거기 갇혀 버리게 된다” 제작진의 향한 신의도 드러냈다.
올해만 영화 <그녀가 죽었다>, 시리즈 <삼식이 삼촌>, 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각각 선보이며 2024년 가장 바쁘게 활동한 배우임을 증명했다. 연말 시상식에서 대상까지 노려볼 수 있는 연기 차력쇼를 선보여 시청자를 끝까지 끌고 갔다. 변요한은 일종의 사명감처럼 이번 드라마를 끝냈다며 보고 느끼는 시청자의 다양한 감정 변화를 지켜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업계가 어려운데 세 작품이 몰아서 나와서 그래 보이는 거라며 겸손하게 답했다.
한편, 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당초 16부작으로 편성되었으나, 10월 4일 14부로 종영했다. 10월 11일부터 스페셜 확장판을 방영해 삭제된 핵심 장면과 더욱 세밀한 연기, 아쉬웠던 이야기를 깊게 풀게 되었다. 스페셜 확장판은 라이프타임에서 매주 금, 토 밤 11시에 볼 수 있다.
글: 장혜령
사진: TEAM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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