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 할매래퍼, 꿈 찾으니 “시한부 3개월”…혈액암 투병 속 활동했지만, 현재 ‘위중’

“랩 하니 행복해서 투병 숨겨”…연습 모두 참석, 활동도 마쳐
시한부 3개월 선고에도 9개월간 래퍼 활동 이어와…現 ‘위중’
원조 할매래퍼 배우 김영옥 “병상 박차고 일어나시길” 응원

“랩을 하니 너무 행복해서 암에 걸린 것을 숨겼습니다.”

평균연령 85세의 8인조 경북 칠곡군 할매래퍼 그룹 수니와칠공주 서무석(87) 할머니가 래퍼로 활동하기 위해 암 투병을 숨긴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3일 군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래퍼로 활동하던 서 할머니는 몸에 이상을 느껴 지난 1월 대학병원을 찾았다가 림프종 혈액암 3기와 시한부 3개월 판정을 받았다. 병마도 할머니의 열정을 꺾지 못했다. 서 할머니는 의사가 예측한 3개월을 넘어 9개월간 래퍼 활동을 이어왔다. 그러나 지난 6일부터 건강이 악화해 정밀 검사를 받은 결과 암이 폐로 전이돼 현재는 의식이 혼미한 상태다.

시한부 3개월 판정에도 랩퍼 활동을 이어온 서무석(가운데) 할머니가 수니와칠공주 멤버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칠곡군 제공

서 할머니는 암 투병이 알려지면 더 이상 랩을 하지 못할까 봐 가족 외에는 병세를 알리지 않았다. 매주 화·목요일 경로당에서 진행하는 랩 연습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여하며 무대에 섰다. 각종 방송과 정부 정책 영상은 물론 지난 4일에는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한글주간 개막식의 대미도 장식했다.

가족들은 할머니의 건강이 걱정돼 래퍼 활동을 만류했다. 하지만 아이처럼 기뻐하며 행복해하는 모습에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할머니의 장녀 전경숙(65)씨는 “지난 주말 몸져누워 있는 상황에서도 함께 랩을 하는 할머니들과 선생님 등 누구에게도 암 투병을 알리지 말라고 하실 만큼 랩에 진심이셨다”면서 “이 땅에서 평생 누리지 못했던 천국 같은 1년을 보내고 랩을 하는 행복감으로 암을 이겨내며 6개월을 더 사시고 있다”고 말했다.

서 할머니의 입원 소식이 알려지자 쾌유를 기원하는 응원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은 위문품을 보내며 “다시 만나 랩을 하기로 한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며 “건강을 회복해 꼭 다시 뵙게 되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원조 할매래퍼 배우 김영옥 씨는 “만나서 랩을 하기로 약속했는데 이렇게 누워계시면 안 된다”면서 “병상을 박차고 일어나 그토록 좋아하는 랩을 하시길 바란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칠곡=배소영 기자 sos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