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의 물로도 죽을 수 있는 '이것'

전체 익사의 20%를 차지하는 마른 익사

‘익사’는 남의 일 같지만 생각보다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사고입니다. 물놀이를 많이 하는 여름철뿐 아니라 매일 샤워를 하다가, 혹은 목욕탕에서 목욕을 하다가도 일어날 수 있는데요, 특히 몸집이 작은 어린아이들은 소주 한 잔만큼의 물로도 호흡 곤란을 일으키다가 사망할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합니다.


마른 익사

우리가 알고 있는 익사는 물속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기도에 물이 들어가 질식해 사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마른 익사’는 물속이 아닌 물 밖에서 발생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우리의 폐는 공기주머니인 ‘폐포’로 이루어져 있는데 들숨과 날숨에 따라 공기가 왔다 갔다 하면서 호흡을 하게 됩니다. 이때 공기가 아닌 물이 들어갈 경우 폐포는 점차 손상되어 염증과 수축을 일으켜 호흡을 방해하게 되며, 결과적으로 소량의 물이라도 잘못 삼키면 익사할 수 있게 됩니다.


소량의 물에도 익사할 수 있어

폐포는 일반적으로 체중 1㎏당 2~3㏄ 정도의 물이 기도로 들어가면 위험해집니다. 어린아이들 몸집 기준으로 소주잔 한 컵 정도에 불과하며, 이 정도의 물이 폐포로 들어가도 급격한 호흡 곤란과 함께 단시간 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발생할까?

수영을 잘 못 하는 아이가 갑작스럽게 입수했거나, 뒤에서 미는 등 숨을 쉬면서 무의식적으로 들이킨 물에 의해 기도가 폐쇄되었을 때 발생합니다. 또 일상생활에서 아이들이 급하게 물을 마실 때나 샤워를 할 때 무의식적으로 물을 삼키게 될 때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초반에 알아차리기 어려워

하지만 마른 익사는 증상을 빨리 알아차리기가 어려운데요, 위험한 수준에서 조금 못 미치는 양의 물이 기도에 들어오면 초기에는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수 시간이 흐른 후 갑자기 호흡 곤란 등 물에 빠진 증상이 나타나게 되며, 기도로 물이 들어가 질식하여 사망하지만 물 밖에서 발생하여 ‘마른 익사’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과도한 후두 연축

마른 익사가 발생하는 원인은 첫째로 과도한 후두 연축입니다. ‘후두 연축’은 폐 안으로 물이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후두가 강하게 수축되는 포유류의 반사 반응입니다. 그런데 지나치게 민감한 후두가 소량의 물에도 너무 강하게 수축되면 다시 열리지 않으면서 오히려 숨을 못 쉬게 될 수 있습니다.


폐부종으로 인한 합병증

두 번째 원인으로는 폐부종으로 인한 합병증인데요, 소량의 물이 폐부종이나 폐렴과 같은 2차적 합병증을 일으켜 호흡 곤란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이 경우 기침이나 흉통, 의식 저하 등의 전조 증상이 나타나게 되며 위 증상들은 물이 폐로 들어간 뒤 8시간이 지나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가장 흔한 증상은?

물에 빠진 후 48시간 이내에 기침이나 가슴 통증, 호흡 곤란, 피로감, 이상 행동 등이 발생한다면 마른 익사를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그중 가장 흔한 증상은 기침이며, 물놀이 후 감기 걸린 것처럼 기침을 많이 하거나 숨쉬기를 힘들어한다면 병원을 방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심해지면 호흡이나 맥박이 떨어지고 피부가 푸른색을 띠는 청색증 증상이 나타납니다.


대부분 5세 미만의 영유아가 대상

아이들의 경우 성인보다 더 주의해야 하는데, 성인보다 몸집이 작은 아이들은 적은 물에도 마른 익사의 위험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또 어린아이들의 경우 의사 표현이 자유롭지 못할 뿐 아니라 기관지가 덜 발달해 물이 기도로 넘어가기 쉬워 세심한 관찰이 필요합니다. 물놀이할 때뿐 아니라 목욕할 때 혹은 물을 마시다가도 소량의 물이 기도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마른 익사가 의심된다면?

마른 익사가 의심된다면 익사와 동일한 심폐소생 응급처치를 진행해야 합니다. 초기에 심폐소생법을 따라 호흡과 맥박을 우선 확인하고 폐에 산소를 공급하면 대부분 잘 회복할 수 있습니다. 이때 넘어간 물을 빼내기 위해 배를 누르게 되면 위에 있는 내용물이 역류해서 기도가 막히거나 장기가 손상될 수 있으므로 과도한 압박은 삼가는 게 좋습니다.


아무리 얕아도 구명조끼 입기

물놀이를 하러 간다면 물의 깊이와 상관없이 무조건 구명조끼를 착용해야 합니다. 물을 많이 먹거나 구조가 필요할 정도의 상황이 발생하는지도 면밀히 살펴야 하며, 아이들의 경우 물놀이가 끝난 후라도 상태를 지속적으로 살펴보도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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