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WBC 우승팀이자 세계랭킹 1위 일본이 역대 최초로 4강 진출에 실패하며 충격에 빠졌다. 15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8강전에서 베네수엘라에 5-8로 역전패를 당한 일본은 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4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사무라이재팬은 2006년 WBC 창설 이후 단 한 번도 4강 진출에 실패한 적이 없었다. 2006년과 2009년 2연속 우승, 2013년과 2017년 3위, 그리고 2023년 다시 한번 정상에 오르며 야구 최강국의 위상을 과시해왔던 일본이었기에 이번 탈락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전통을 버리고 빅볼을 택한 일본의 실수

미국 뉴욕포스트는 일본의 참패 원인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일본의 야구가 아니었다. 일본은 수비보다 공격을, 스몰볼보다는 빅볼을 우선시했다"며 전략적 실패를 꼬집었다.
일본이 추구한 빅볼 야구는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오타니 쇼헤이, 스즈키 세이야, 요시다 마사타카 등 메이저리거를 제외하고는 빅볼 타격을 소화할 수 있는 타자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8강전에서 스즈키가 무릎 부상으로 이탈한 후 일본은 3회 이후 단 한 점도 추가하지 못했다.
차세대 거포들의 한계 노출

일본이 기대를 걸었던 사토 데루아키(27)와 무라카미 무네타카(26)도 국제무대에서는 한계를 드러냈다. 뉴욕포스트는 "그들은 미국의 파워 히터들처럼 육성됐지만, 과거 일본 정상급 타자들과 비교하면 삼진이 많은 유형"이라며 "NPB에서는 성과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메이저리그급 강속구 투수들을 상대로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마운드도 3년 전만 못했다

투수진 역시 2023년 대회 때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2023년 대회에서 팀 평균자책점 2.29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던 일본은 올해 8강까지 5경기에서 3.35에 그쳤다. 특히 8강전에서 5-2로 앞서던 상황에서 5회부터 불펜이 무너지며 경기를 내준 것은 2023년 일본 마운드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전개였다.
뉴욕포스트는 "일본은 강속구 투수 대신 체격이 작고 제구력이 좋은 투수들로 불펜을 꾸렸고, 결국 8강전 5-2 리드 상황에서 대가를 치러야 했다"고 지적했다.
일본만의 야구로 돌아가야

결국 일본은 자신들만의 야구 스타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뉴욕포스트는 "일본은 다른 나라들처럼 야구를 해선 안 된다. 한때 다른 나라들과 차별됐던 일본만의 야구 퀄리티를 잃을 수는 없다"며 "이번 대회에서 일본은 그런 우를 범했고, 대가는 가혹했다"고 강조했다.
패배 직후 이바타 히로카즈 감독이 사퇴를 선언한 가운데, 일본프로야구선수회는 SNS상에서 제기된 선수들에 대한 비방 게시물에 법적 대응을 포함한 엄정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불과 이틀 사이 두 차례나 주의 성명이 나온 것은 그만큼 일본 내 충격이 크다는 방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