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이 오르는 이유
1. 세상은 더 불공평해질 것이다
<세계는 평평하다>의 저자 토머스 프리드먼은 세계화로 인해 세상이 점점 더 평평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세계화와 함께 기업들이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로 공장을 옮겨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국과 인도의 경우 상대적으로 저렴한 노동력 덕분에 급속도로 성장하며 번성하고 있다. 미국의 콜센터가 이제는 미국이 아닌 인도에 세워지고 있다. 이처럼 세계화로 인해 인건비가 비싸고 집값이 비싼 선진국의 도시는 외면받고, 비용이 저렴한 개발도상국의 도시가 각광받아 세상은 갈수록 더 평평해질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말 세상은 평평해지고 있을까? 혹은 세상은 시간이 갈수록 더 격차가 심해지고 있는 것일까?
- 한 줄 요약 : 세상의 격차는 줄어들고 있을까 혹은 심해지고 있을까?
2. 세상은 점점 더 평평해질까?
<직업의 지리학>의 저자 엔리코 모레티는 세상은 전혀 평평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IT기업을 살펴보자. 실리콘밸리는 집값도 비싸고 기술자의 인건비도 비싸다. 하지만 미국 IT기업은 저렴한 인도로 옮겨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비싼 시애틀이나 실리콘밸리가 점점 더 번성하고 있다. 대체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엔리코 모레티에 의하면, 세계화가 적용되는 분야가 있고 적용되지 않는 분야가 있다고 한다. 세계화가 적용되는 부분은 대표적으로 제조업 분야다. 제조업 공장은 미국에서 한국으로, 또다시 한국에서 중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리고 이는 지금 베트남이나 멕시코 등으로 다시 옮겨가는 추세다. 계속해서 땅값과 인건비가 저렴한 곳을 찾아간다.
제조업은 세계화가 적용되어 비용의 논리를 따라 계속 위치를 옮겨간다.
하지만 세계화에도 불구하고 비용의 논리를 따라 옮겨가지 못하는 산업도 존재하고 있다. 그건 바로 혁신 산업이다. 혁신 산업은 자원보다 아이디어, 특허, 기술 같은 것이 더 중요한 산업을 뜻한다. 인터넷, 바이오산업, 4차산업, 첨단기술 등이 여기에 속한다. 그렇다면 왜 혁신 산업은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지 못하는 걸까? 책 <부의 인문학>에 따르면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한다.
(1) 인재 영입의 이유 : 혁신 산업은 풍부한 인재가 있는 곳에서만 가능하다. 혁신을 만들어낼 창조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인재를 쉽게 구할 수 있는 곳이어야만 한다.
(2) 인재 뭉침의 이유: 혁신 산업은 인재들 간의 지식 공유가 중요하다. 역량이 있는 인재들이 한데 모여 서로 자극을 주고 영향을 주고받을 때, 혁신이 더 잘 이루어질 수 있다.
(3) 인프라의 이유 : 혁신 산업이 번성하기 위해서는 이를 지원하는 인프라도 중요하다. 혁신 기업을 지원하는 벤처캐피탈, 인터넷 및 통신 인프라 등 최고 수준의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어야 혁신도 가능하다.
혁신 산업은 제조업과는 달리 특정한 지역에 집중되어 번성한다.
이 3가지 이유로 인해, 혁신 기업이 단지 비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중국이나 인도로 옮겨가기 어렵다고 한다. 따라서 혁신 기업들은 한곳에 모이게 되고, 그런 혁신 기업이 모여 있는 도시는 점점 더 발전하게 된다. 반면 일반 제조업 중심의 도시는 세계화로 인해 공장을 뺏기게 되어 결국 쇠퇴하게 될 것이다.
- 한 줄 요약 : 혁신 기업이 모인 곳은 발전하고, 제조업 기업이 모인 곳은 쇠퇴하게 될 것이다.
3. 집값이 오르는 지역의 특성
집값이 오르는 지역의 특성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수많은 기업이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의 말을 살펴보면 왜 특정 지역에 기업이 몰려 있는지 알 수 있다. 기업의 경우 여러 곳에서 분산 생산하는 것보다 한곳에 집중해 대량생산을 하게 되면 생산 단가가 떨어져 이득을 본다. 또한 여러 기업이 모여 산업 단지를 만들면 중간재와 노동력을 구하기가 더 쉬워진다. 이처럼 기업이 한곳에 뭉치게 되면 여러 이익이 생기기 때문에 자연스레 산업 클러스터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자리를 찾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되며 자연스레 집값이 상승하게 된다.
또한 기업이 모이고 사람들이 모이게 되면 자연스레 분업화도 가능해진다. 유명한 경제학자 에덤 스미스는 나라가 잘 살기 위해서는 분업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혼자 신발을 만들면 하루에 1개 정도 만들 수 있다고 가정할 시, 분업을 하게 되면 하루에 1,000개도 만들 수 있다. 이처럼 분업은 생산력을 높여준다. 이 분업을 위해서는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있어야 하기 때문에, 기업과 사람들이 있는 특정 지역에 인구가 집중되는 것이다. 도시가 커질수록 분업의 이익은 더 커질 것이고, 따라서 사람들은 각자의 이익을 찾아 특정 지역으로 몰려오게 된다.
기업이 한곳에 집중되면 그곳의 집값이 오르게 되어있다.
두 번째는 인재가 모여있다는 점이다. 유망한 기업들이 많이 위치하게 되면 자연스레 인재가 더 많아진다. 그렇게 모인 인재들은 인적자본 외부 효과를 발생시키는데, 이로 인해 집값이 더 오르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외부 효과란 무엇일까? 이는 시장에서 발생한 거래를 통해 생기는 게 아닌, 그냥 공짜로 생기는 이득과 손해를 뜻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 매연으로 혼잡한 도로 주변의 집값은 떨어지게 된다. 이로 인해 집주인이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 바로 외부 효과다. 시장에서 아무런 거래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손해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적자본 외부 효과는 무엇일까? 말 그대로 인재 덕분에 주변 사람들까지 다 이득을 본다는 뜻이다. 경제학자들은 인재와 같이 일하면 함께 일하는 사람 또한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인재가 특정 지역에 몰리게 되면, 이는 인적자본 외부 효과를 만들어내고, 덕분에 그 지역의 주민들은 다른 도시 주민들보다 소득이 높아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인재가 해당 지역으로 더욱더 몰리게 되는 연쇄반응이 나타난다.
인재가 한곳에 집중되면 인적자본 외부 효과로 인해 그곳의 집값이 오른다.
이로 인해 해당 도시는 번성하게 되고, 사람이 많아지니 짝을 만날 기회도 많아지게 된다. 또한 인재가 모이게 되면 자연스레 해당 지역의 안전도도 높아지게 되고, 교육의 질 또한 높아지게 된다. 교육을 많이 받은 인재일수록 자녀의 교육과 안전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시 지도자들은 학교 수준을 높이고 치안을 유지하는 데 더 많은 신경을 쓰게 될 것이고, 해당 지역의 집값은 더 높아지게 될 것이다.
- 한 줄 요약 : 기업과 인재가 집중되는 곳의 집값이 오른다.
4. 서울 집값이 오르는 이유
<부의 인문학>의 저자 브라운스톤은 이와 같은 지리적 특성을 부동산 투자에 활용하게 되면 두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첫 번째로 제조업 중심의 지방 도시는 쇠퇴할 가능성이 높아 부동산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울산, 창원, 구미, 거제도, 군산 같은 제조업 중심 도시는 혁신과 세계화의 거대한 물결에 의해 점차 쇠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상당수의 제조업체가 값싼 노동력과 원재료를 찾아 해외로 떠났으며, 이는 거스를 수 없는 하나의 흐름이 되어버렸다.
제조업 중심 도시는 부동산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
두 번째로 서울과 판교는 IT, 금융, 바이오, 엔터테인먼트 같은 혁신 기업이 자리 잡고 있어 향후 부동산 전망이 좋다고 한다. 지식 기반 산업사회에서 대학과 연구소는 중요하다. 서울에는 좋은 대학 대부분이 모두 몰려있고, 혁신 산업인 방송국, 금융기관, 벤처캐피탈 회사, 엔터테인먼트 회사 또한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앞서 설명했듯이, 현재 제조업 공장은 전부 개발도상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거대한 흐름이다. 결국 한국에는 본사와 연구소만 남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본사와 연구소는 어디에 위치하게 될까? 바로 서울이다. 본사와 연구소에 근무할 수 있는 고급 인재가 대부분 서울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집을 산다면 서울에 사는 것이 좋다.
고급 인재가 대부분 서울에 몰려있기 때문에 서울에 집을 사는 것이 좋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좋아도 돈이 없어서 그곳에 투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바로 부자 동네 인근을 노리면 된다. 가난해도 부자의 줄에 서야 돈을 벌 수 있다. 과거 분당과 일산은 같은 신도시로 비슷하게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현재 분당의 집값은 일산에 비해 훨씬 비싸졌다. 그 이유는 분당의 위치가 부자 동네인 강남과 더 가깝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과거 철거민 동네였던 구성남 시가지의 집값도 나날이 비싸지고 있다. 실제로 산성 포레스티아 공급면적 112제곱미터가 9억원을 돌파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이는 부자 동네 인근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다.
- 한 줄 요약 : 서울 집값이 오르는 이유는 인재가 몰리기 때문이다.
* 참고자료
(1) 세계는 평평하다 - 토머스 프리드먼
(2) 직업의 지리학 - 엔리코 모레티
(3) 국부론 - 애덤 스미스
(4) 부의 인문학 - 브라운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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