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독일 '임신중지권' 논란···대안당 이슈는?
합법적인 임신 중지를 위한 국제행동의 날에 맞춰 독일에서도 임신중지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총선 전까지 논란의 여지가 있는 법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지만 독일 사회는 이 문제에 대한 변화의 목소리가 이어지는 상황입니다. 한편, 극우 정당인 대안당이 화제를 모으는 가운데 연방의회 의원들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통해 대안당에 대한 활동을 막으려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의료 대란 속 이슈로 떠오른 외국인 의사 이슈도 독일 사회에서 논란이 이어지는데요. 각종 독일 사회의 이슈를 대구MBC 시사 라디오 방송 '여론현장' 김혜숙 앵커가 현지원 대구MBC 통신원에게 들어봤습니다.
Q. 세계 각지 뉴스 현지 통신원 통해 직접 듣습니다. 월드 리포트, 오늘은 독일 베를린 현지원 통신원 연결돼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A. 네, 안녕하세요.
Q. 지난달 9월 28일이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 중지를 위한 국제행동의 날이었습니다. 지금 미 대선에서도 임신중지권은 쟁점이고 한국에서도 낙태죄가 헌법 불합치 판결 받고도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서 이날 이걸 요구하는 단체 행동도 있었거든요. 독일에도 변화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면서요?
A. 네, 지난 28일 토요일 독일의 여러 주에서 상담센터, 노동조합, 시민단체 및 정당이 임신중지를 비범죄화할 것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이들은 더 많은 병원과 의료기관에서 임신 중지 수술을 제공하고 의료보험 회사가 그 비용을 부담하며 임신 중지와 관련된 형법 218조를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독일에서 임신 중지는 형법 제218조에 의해서 원칙적으로는 불법이고 최대 3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는데요. 특정 조건을 만족시키는 경우는 불법임에도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수정 후 12주 안에 임신 중지가 이루어질 것, 임산부 스스로가 임신 중지를 요청할 것, 공인된 상담센터에서 의무 상담이 이루어질 것, 상담과 임신 중지 수술 사이에 최소 3일의 숙려 기간이 있을 것, 의사가 임신 중지 수술을 시행할 것들이 그 조건입니다.
즉 실질적으로는 안전한 임신 중지가 이루어지는 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임신 중지가 여전히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다는 사실은 여성에게 지속적으로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임신 중지가 의료 서비스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여성이 직접 수술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또 임신 중지에 관련된 사람들이 불법성을 이유로 낙인이 찍히기도 합니다.
Q. 프랑스는 독일과는 상황이 좀 다르죠?
A. 네, 프랑스의 경우는 지난봄에 임신 중지 자유를 헌법에 명시하는 개정을 거쳤습니다. 변화의 계기는 2022년 여름에 미국 연방 대법원이 반세기 가까이 유지된 임신 중지권 보장 판례를 파기하는 사건이었는데요. 이 사건이 프랑스에서 임신 중지에 대한 논쟁을 재점화한 것입니다.
이번 헌법 개정은 집권당이 바뀌더라도 여성이 임신 중지를 계속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서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법을 적용할지는 프랑스 입법부에 맡겨져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현실적으로 거의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Q. 독일 시민들이 임신중지권 관련해서 새롭게 요구하는 내용은 어떤 겁니까?
A. 앞서 말씀드렸듯이 임신 중지의 비범죄화, 즉 형법에서 218조를 삭제하는 것입니다. 사실 독일은 이미 2022년에 임신 중지와 관련된 형법 219조 a항을 폐지했습니다.
219조 a항은 금전적 이익을 위해서 임신 중지를 제공하거나 이에 대해서 광고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인데요. 조항의 폐지 이후에 독일 산부인과 의사들이 임신 중지 수술이나 이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광고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독일 연방 정부에서 총선 전 해에 이런 논란의 여지가 있는 문제를 다룰지는 불분명한 상황입니다.
Q. 알겠습니다. 다음 이슈는 독일 정가에서 독일을 위한 대안당이 화제라고 하는데, 연방의회 의원들이 독일을 위한 대안당을 위헌으로 보고 활동을 금지하는 신청서를 냈다면서요?
A. 네, 그렇습니다. 독일 연방의회 의원들이 연방헌법재판소의 독일을 위한 대안을 위헌으로 분류하고 이를 금지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이 신청서는 사민당, 기민기사연합, 녹색당, 좌파당의 개별 의원들이 지지하고 있지만 전체 원내 정당이 지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벨트지에 따르면 각 정당에서 최소 10명의 의원이 이 신청서를 지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신청서가 통과되려면 연방 하원의 5% 즉 37명의 의원이 필요한데요. 벨트지에 따르면 이 신청서는 수개월 동안 준비되어 왔으며 지난 금요일에 최종 확정되었습니다.
Q. 어떤 정당이길래 연방의회 의원들이 나서서까지 이렇게 활동을 막는 거예요, 독일을 위한 대안당?
A. 독일을 위한 대안은 2013년 2월에 창당된 극우 정당입니다. 당의 가치로 국가 보수주의, 우파 포퓰리즘, 반이슬람주의, 반이민주의 그리고 유럽 연합에 대한 회의주의 등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2017년에는 연방의회 원내 진입에 성공했고, 지난 1일 열린 튀링겐과 작센주 주의회 선거에서 득표율 30% 이상으로 원내 제1정당이 되기도 했습니다.
연방의회 의원들은 독일을 위한 대안이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반하고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즉 그들이 독일 헌법 제1조에 인간 존엄성 보장을 반복적으로 위반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Q. 위헌으로 결론 날 가능성을 독일에서는 얼마나 보고 있나요?
A. 독일에서 정당은 연방헌법재판소에 의해서만 금지될 수 있습니다. 2017년에 연방헌법재판소가 이와 비슷한 사례를 다룬 적이 있는데요. 극우정당인 독일 국민당에 대한 두 번째 금지 소송이 실패로 돌아간 것입니다.
또 지난 5월 말에 올라프 숄츠 연방 총리 또한 독일을 위한 대안을 금지하는 문제에 회의적으로 반응했습니다. 숄츠 총리는 정당 금지가 민주주의 국가의 조직화된 적에게 대항할 수 있는 가장 날카로운 양날의 무기이며 이를 실현시키는 데에는 많은 장애물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정당 해산을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데요. 먼저 정당이 실질적으로 위헌 행위를 했을 것, 그리고 그 정당이 일정한 실효적 권한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이 두 조건에 독일을 위한 대안이 부합하는지는 차후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Q. 독일을 위한 대안당의 입장, 반발도 나오겠습니다. 입장 좀 어떻습니까?
A. 독일을 위한 대안당은 동료 의원들이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을 하고 있습니다.
Q. 알겠습니다. 우리 한국 상황과도 좀 연계해서 살펴볼 만한 독일의 이슈가 있는데 요즘 한국은 의정 갈등으로 의료 현장이 위태롭거든요. 독일이 해외 의료 인력 증가가 이슈가 돼서 독일에서 일하는 외국인 의사들이 얼마나 되고 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좀 듣고 싶습니다. 현재 현황은 좀 어떻습니까, 외국인 의사들?
A. 독일 의사협회 최신 통계에 따르면 현재 독일에서 일하는 의사 42만 8천 명 중의 15%가 외국인이며 그 추세는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난민 지역 출신의 의사도 포함이 되는데요. 현재 독일에는 시리아 출신의 의사 6천 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슈투트가르트 최대의 지역병원 슈투트가르트 클리닉의 예를 보면 의사 중에 약 200명이 외국 여권을 소지하고 있습니다. 이 수는 전국 평균이 15%에 해당합니다.
Q. 한국도 의료 대란이 장기화되다 보니까 일부에서는 해외 의사 들여와야 되는 거 아니냐 이런 주장도 있거든요. 그런데 현실적인 또 어려움을 독일은 이미 겪어봤을 텐데 어떻습니까, 독일 상황은?
A. 독일 같은 경우에도 외국인 의사 본인이 겪어야 하는 어려움이 굉장히 많습니다. 피부색이나 종교를 이유로 일상에서 차별적 경험을 하거나 오해를 받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 그리고 또 행정적인 문제도 작지 않은데요. 우크라이나에서 온 1,400명의 의사들이 독일에서 자신의 의사 자격을 인정받는 데 1년에서 3년 정도가 걸렸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처럼 외국 출신 의사에 대한 자격 인정에 몇 년씩 걸리는 이유는 16개 연방주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개별적인 심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연방주마다 지원자에게 다른 요구 사항을 제시하고 있고 절차가 너무 관료적이며 당국의 직원이 충분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에 의사협회에서 전문가들이 인정 절차에 관한 권한을 연방 정부 차원에서 조직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각 연방주에서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Q. 해외 의료 인력 증가, 국내에서도 이야기는 나옵니다만 또 타국의 사례를 좀 잘 살펴봐서 또 보완하고 반면교사 삼아야 할 점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독일 베를린에서 현지원 통신원이었고요. 오늘 고맙습니다.
A.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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