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1년 2105만 달러 깔고 간다? 샌디에이고서 4년, 내일이 마지막 날인가

▲ 샌디에이고와 4년 계약이 올해로 끝나는 김하성

▲ 김하성은 샌디에이고와 4년 계약 기간 동안 원금을 충분히 회수할 만한 인상적인 활약을 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1년 시즌을 앞두고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 문을 두들긴 김하성(29·샌디에이고)에게 가장 매력적인 팀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였다. 샌디에이고와 비슷한 조건을 제안한 팀도 있었지만 김하성은 4년 보장 2800만 달러에 샌디에이고와 계약했다.

계약 당시까지만 해도 샌디에이고의 주전 구도를 들어 김하성이 왜 하필 샌디에이고를 택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따라다니기도 했다. 당시 샌디에이고는 3루에 매니 마차도, 유격수에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2루수에 제이크 크로넨워스가 있었다. 김하성이 뛸 수 있는 포지션에 주전 선수들이 확고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샌디에이고도 중복 투자라는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샌디에이고의 이 투자는 대박으로 돌아왔다. 김하성은 샌디에이고에서의 4년간 540경기에 나가 타율 0.242, 47홈런, 200타점, 229득점, 78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706을 기록했다. 이 기간 공격 생산력은 리그 평균 수준이었고, 수비는 리그 최정상급, 주루도 리그 평균 이상으로 대활약했다. 2023년에는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하기도 했다.

그런 김하성과 샌디에이고의 계약은 2024년으로 끝난다. 800만 달러 상당의 2025년 상호 옵션이 있기는 하지만 김하성 측에서 이를 실행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시즌 막판 어깨 부상 탓에 수술을 받아야 하는 김하성이 FA 시장에서 재수를 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으나 이도 아니다. 김하성은 최근 에이전트를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슈퍼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로 바꿨다. FA 시장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선언과 다름 아니다.

상대 견제에 귀루하다 오른 어깨 부상으로 시즌을 접은 김하성은 현재 동료들과 동행하며 응원하고 있다. 경기에 나설 수는 없지만 더그아웃에서 동료들을 격려하고 힘을 불어넣고 있다. 하지만 김하성의 그런 모습도 2024년 10월 12일, 내일이면 끝날 수도 있다. 현재 LA 다저스와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를 진행 중인 샌디에이고는 12일(한국시간) 5차전을 앞두고 있다. 여기서 이기면 챔피언십시리즈에 가지만, 지면 시즌이 그대로 끝난다.

선발 매치업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김하성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내일로 시즌이 끝나면, 김하성과 샌디에이고의 계약도 그렇게 끝난다. 정 들었던 샌디에이고를 떠나는 마음이 즐거울 수는 없다.

샌디에이고와 상호 옵션을 실행하지 않는다면 남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샌디에이고가 퀄리파잉오퍼를 제안했을 때, 김하성이 이를 받아들이는 방법이다. ESPN의 보도에 따르면 올해 퀄리파잉오퍼 금액은 2105만 달러(약 271억 원)다. 퀄리파잉오퍼 금액은 메이저리그 연봉 상위 125명의 평균으로 계산된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선수들의 연봉 향상에 따라 거의 매년 소폭으로 오르는 구조다.

▲ 설사 샌디에이고가 김하성에 퀄리파잉오퍼를 제안한다고 해도 김하성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모든 FA 선수에게 구단이 퀄리파잉오퍼를 제안하는 건 아니다. 만약 제안했다가 선수가 덜컥 받아들이면 곤란한 상황이 있을 수 있어서다. 그래서 퀄리파잉오퍼 금액 이상의 가치가 확실한 선수만 이 조건을 받을 수 있다. 샌디에이고는 퀄리파잉오퍼를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 김하성의 가치가 연간 2000만 달러 이상은 되기 때문이다. 만약 김하성이 이를 거부하고 나가면 샌디에이고는 김하성이 계약하는 팀으로부터 드래프트 보상픽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김하성이 퀄리파잉오퍼를 받을 가능성도 적다. 1년 계약보다는 연 평균 금액이 적더라도 다년 계약을 선호하는 게 선수 측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한 살이라도 적을 때 오랜 기간을 보장받는 게 낫다. 1년 뒤 상황이 어떻게 될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이적을 한다는 가정이라면, 보상픽 부담이 없도록 아예 샌디에이고가 퀄리파잉오퍼를 제안하지 않는 것도 좋다. 받는 상황은 어깨 수술 상황이 좋지 않을 경우를 제외하면 없어 보인다.

FA 시장에 나가 다시 샌디에이고와 계약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는 현실성이 다소 떨어진다. 샌디에이고의 재정 상황이 그렇게 좋지 않을뿐더러, 잡으려고 했다면 FA 시장에 나가기 전 벌써 연장 계약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김하성과 샌디에이고 사이에 유의미한 계약 연장 협상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김하성의 새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는 FA 시장에 무조건 나가 선수의 가치를 실험하는 것을 선호한다. 정황상 김하성과 샌디에이고의 마지막 날이 다가오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그게 언제냐의 문제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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