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AI '모심운용'으로 칩 열세 극복 도전... 새 '5개년 계획' 제시
AI 중심 '지능형 경제' 전면에
'AI 모델·칩·클라우드·앱' 묶어
기술 경쟁 전장 AI 생태계 전체로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에 시달려 온 중국이 기술 경쟁의 초점을 '칩 생산'에서 인공지능(AI) 기반 컴퓨팅 인프라로 옮기고 있다. 12일 승인된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에서 반도체 제조 목표 대신 AI 중심의 '지능형 경제' 전환을 국가 전략으로 공식화하면서다.
이날 중국 입법기구인 제14차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4차 회의가 폐막하며 올해 양회 일정이 마무리됐다. 폐막식에서는 향후 5년간 중국 경제·산업 정책의 청사진을 담은 제15차 5개년 계획(15·5계획)이 표결로 통과됐다. 아울러 올해 경제 성장 목표를 4.5~5%로 설정한 정부업무보고와 소수 민족 내부 통제를 본격화하는 '민족단결진보촉진법' 등 모두 11개 안건이 의결됐다.
특히 15·5계획은 미국과의 경쟁 전장을 AI 생태계 전체로 옮기겠다는 중국의 첨단 기술 전략 전환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미국 외교 전문지 '디플로맷'은 10일 141페이지 분량 15·5계획 초안에서 '노광장비' '극자외선(EUV) 기술' 등 반도체 제조 관련 용어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2015년 국가 제조업 전략 '중국제조 2025' 발표 때만 해도 '반도체 자급률 70%'라는 정량적 목표를 내세웠던 것과는 확연한 차이다. 대신 'AI' 언급 횟수는 반도체를 의미하는 '집적회로'보다 13배 이상 많았다. 이전 계획에서는 거의 등장하지 않았던 '컴퓨팅 파워'가 별도 장으로 다뤄진 점도 눈에 띈다.
'모심운용'으로 최첨단 칩 열세 극복
15·5계획에 처음 등장한 '모심운용(模芯云用·모신윈융)'이란 표현은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개념이다. 'AI 모델-반도체-클라우드-애플리케이션'을 하나의 기술 체계로 묶는 구상으로, 미국 수출 통제로 최첨단 칩 제조가 제약을 받더라도 효율적인 AI 모델과 국가 컴퓨팅 인프라로 하드웨어 열세를 극복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반영하듯 중국은 반도체 제조 정량 목표를 삭제하고, '디지털 경제 부가가치 비중'을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12.5%로 끌어올리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내세웠다. 반도체 생산량이 아니라 컴퓨팅 인프라가 경제 전반에 얼마나 깊이 확산됐는지를 성과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의미다.
이런 전략을 바탕으로 중국은 향후 5년간 AI 관련 산업 가치를 10조 위안(약 2,150조 원) 규모로 키울 방침이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체화지능)을 국가 핵심 산업으로 육성해 5년 내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저고도 경제, 양자 과학기술,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등 '신품질생산력'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전략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낸다.
AI를 다양한 산업에 접목 '지능형 경제' 띄운다
AI를 핵심 동력으로 하는 새로운 경제 형태인 '지능형 경제'도 띄웠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5일 전인대 개막식 정부업무보고에서 "지능형 경제의 새로운 형태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AI를 새로운 단순한 도구로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제조업·서비스업·농업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접목하고 생산·분배·교환·소비 등 경제활동 전반을 'AI화'하겠다는 구상이다.
AI 분야에서 글로벌 주도권 확보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AI 거버넌스와 디지털 경제, 우주 활동 등에서 국제 표준을 선도하고 AI 협력을 위한 글로벌 조직과 플랫폼 구축도 추진한다. 세계 각국의 첨단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인센티브 체계도 마련한다는 내용이 계획에 포함됐다.
베이징= 이혜미 특파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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