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땀 흘리며 힐링한다…MZ가 '소셜 사우나'에 빠진 이유

정효림 기자 2026. 1. 23.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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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 뜨거운 사우나가 젊은 세대 사이에서 힙한 웰니스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먼센스] 사우나가 2030 사이에서 소셜 웰니스 공간으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단순히 땀을 빼는 목욕 공간을 넘어, 같은 취향을 가진 이들과 함께 호흡하며 굳은 몸과 마음을 풀어내는 '제3의 공간'으로 부상한 것이다. 한때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사우나는 이제 젊은 세대에게 일상의 웰니스 루틴이자, 타인과 연결될 수 있는 힙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사우나는 핀란드어 'Sauna'에서 유래한 단어로, 고온의 밀폐된 공간에서 땀을 흘리며 심신을 정화하는 목욕 문화를 뜻한다. 러시아의 바냐(Banya), 터키의 하맘(Hamam), 한국의 찜질방, 일본의 온천까지, 고온 목욕 문화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랜 시간 사랑받아왔다. 그렇다면 MZ는 왜 지금 다시 사우나에 주목하고 있을까. 

사진=Unsplash

'미국 억만장자' 브라이언 존슨이 공개한 사우나의 과학

최근 사우나가 특별한 웰니스 기법으로 재조명받게 된 데에는 생명 연장과 노화 역전 연구에 막대한 투자를 해온 미국 기업가 브라이언 존슨의 영향이 있었다. 그는 노화를 되돌리기 위한 실험의 일환으로 17세 아들의 혈장을 수혈받은 사실을 공개하며 전 세계적인 화제를 모은 인물이기도 하다.

존슨은 지난해 12월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사우나는 내가 실천한 건강 프로토콜 중 가장 효과적인 것 중 하나"라고 밝히며, 정기적인 사우나 이후 신체에 나타난 변화를 구체적인 수치로 공개했다. 

@bryanjohnson_
@bryanjohnson_

그가 제시한 데이터에 따르면 15차례의 사우나 세션 이후 체내 환경 독소와 미세플라스틱 수치가 크게 감소했고, 일부 내분비 교란 물질은 검출 불가 수준까지 줄었다. 혈액과 정액 내 미세플라스틱도 80% 이상 감소했으며, 혈관 기능이 개선돼 혈관 나이가 10년 이상 젊어진 수치를 기록했다. 

다만 사우나가 건강에 미치는 의학적 효능을 두고는 아직까지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땀 배출과 혈액순환에는 효과적이지만, 심혈관 질환이 있는 경우 위험할 수 있고 뜨거운 열로 인해 각종 피부 질환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사우나의 유익성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는 가운데, 존슨의 사례는 사우나를 '개운하다'는 주관적 체감을 넘어, 바이오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적 웰니스 루틴으로 바라보게 만든 계기 중 하나로 작용했다.

취향으로 연결되는 사우나 커뮤니티

2030세대가 사우나에 열광하는 이유는 효능 그 자체보다도, 이 공간을 소비하는 방식에 있다. 이들에게 사우나는 디지털 도파민에서 벗어나 몸의 감각에 집중할 수 있는 장소이자, 과도한 정보 교환 없이도 타인과 느슨하게 연결될 수 있는 공간이다.

편안한 차림과 마음으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휴식까지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사우나는 일석삼조의 소셜 웰니스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그 결과 사우나를 하나의 취향 기반 라이프스타일로 소비하며 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스웨트 소셜', '커뮤니티 사우나'라는 이름 아래, 사우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닌 함께 경험하는 문화로 확장 중이다.

@arccommunity_

해외에서는 사우나를 모임의 장으로 활용하는 '소셜 웰니스' 사례가 이미 다양하게 존재한다. 미국의 '레미디 플레이스(Remedy Place)'는 여러 명이 함께 모여 사우나와 고압 산소방, 냉동 요법, 콜드 플런지 등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을 그룹 단위로 즐기는 공간이다. 런던의 '사우나 소셜 클럽'과 '아크 커뮤니티'에서는 DJ 공연을 곁들인 사우나 세션을 비롯해 명상과 요가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참여자들은 술 대신 허브티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편안한 차림과 자연스러운 태도로 사람들과 교류하며 치유의 시간을 갖는다.

일본 도쿄의 대중목욕탕 '덴키유' 역시 목욕탕이 사교의 공간이자 복합 문화 공간으로 진화한 사례다. 주말이면 DJ 세션과 공연, 플리마켓이 열리고, 이용자들은 따뜻한 탕에 몸을 담근 채 공간의 울림을 극대화한 음악과 퍼포먼스를 즐긴다.

해외 사례 중 가장 눈에 띄는 커뮤니티 사우나는 호주 프리미엄 스킨케어 브랜드 이솝(Aesop)과 캐나다 웰니스 브랜드 리세스(Recess)가 협업해 만든 '리세스 배스하우스'다. 캐나다 몬트리올 그리핀타운에 자리한 이 소셜 사우나는 삼나무 사우나에서 시작해 냉수 풀에서의 콜드 플런지, 명상 라운지로 이어지는 75분간의 온·냉 순환 요법을 제공한다. 최대 12명이 함께 체험할 수 있어 자연스럽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계기가 되고, 라운지에서는 DJ 공연과 코미디 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려 휴식의 감각을 다채롭게 확장한다.

@recessthermalstation

사우나를 함께 즐기는 문화는 국내에서도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국내 최초의 사우나 커뮤니티를 표방하는 '먼데이사우나'는 이 흐름의 중심에 있다. SNS를 중심으로 성장 중인 이 커뮤니티는 운영진이 직접 사우나를 방문해 후기 콘텐츠를 발행하고, 세계 각국의 사우나 정보를 담은 '사우나 월드 맵'을 제작한다. 오픈채팅방에서는 다양한 소모임을 열어 사우나를 함께 즐긴다. 

러닝 열풍에 사우나를 결합한 프로그램도 눈에 띈다. 최근 러닝 브랜드 '아웃오브올'은 '사우나 런' 이벤트를 선보였다. 약 3km를 함께 달린 뒤, 야외 텐트형 사우나에서 지친 근육을 회복하는 웰니스 프로그램으로, 운동과 이후의 신체 회복까지 하나의 루틴으로 설계해 러너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국내에서 소셜 사우나 공간으로 주목받는 곳은 서초에 위치한 '하이디 하우스'가 있다. 5명 내외의 소규모 인원과 함께 사우나와 콜드 플런지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사우나 후 티타임까지 이어지는 휴식 코스를 경험할 수 있다. 

@heidihaus.official

사우나 마니아들이 공유하는 루틴

사우나 커뮤니티의 회원들은 건강 관리에 효과를 본 사우나 루틴을 만들어 공유하기도 한다. 가장 흔히 알려진 방식은 온탕-사우나-짧은 냉탕으로 이어지는 서킷을 반복하는 것이다. 일본 사우나 문화에서 유래한 '토토노우', 역노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미국 기업가 브라이언 존슨이 공개한 사우나 프로토콜 역시 최근 주목받는 루틴이다. 

토토노우는 '정돈되다'라는 뜻의 일본어로 사우나와 냉탕, 휴식을 거친 뒤 몸과 마음의 균형이 맞춰지며 정신이 맑아지는 상태를 가리키는 사우나 용어다. 사우나 8~12분, 냉탕 30초~1분, 외기욕 및 휴식 5~10분을 한 세트로 2~3회 반복한다. 머릿속이 맑아지고 몸이 가볍게 떠 있는 듯한 감각을 느낄 수 있어 '뇌를 리셋하는 웰니스 루틴'으로도 불린다.

브라이언 존슨이 추천하는 사우나 프로토콜은 강도가 조금 더 높다. 그는 80~90°C의 건식 사우나를 기준으로 1회 15~20분씩, 주 3~5회 실시를 권장한다. 존슨은 스팀이나 적외선 사우나로는 충분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남성의 경우 고온 노출 시 생식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며, 탈수 상태이거나 기저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사우나 이용을 피할 것을 당부한다.

개인에서 공동체 웰니스로 

사회적 관계가 건강과 수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축적되면서, 웰니스의 초점은 이제 '무엇을 하느냐'를 넘어 '누구와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다. 소셜 사우나의 확산은 이러한  2026년 웰니스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 휴대폰을 내려놓고 느슨한 연대 속에서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장소로서, 사우나는 이제 혼자가 아닌 '함께 웰니스를 실천하는' 공간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정신·뇌 건강에 대한 관심, 디지털 디톡스,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콘트라스트 테라피에 대한 니즈 역시 사우나가 MZ세대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배경을 뒷받침한다. 최강 한파가 몰아치는 지금, 뜨거운 열기 속에서 타인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소셜 사우나'를 경험해보는 건 어떨까.

정효림 기자 jhlim@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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