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 감독이 제2의 아이언맨으로 키우려 만든 새 '스타워즈' 영화

스크린으로 복귀한 은하계 최고의 탠덤, ‘은하계적 부성애’와 아날로그 텍스처로 극장판의 포스를 깨우다

2019년, 스카이워커 사가의 극장용 장편 영화가 잠정적 휴지기에 들어갔을 때, 스타워커들의 시선을 붙잡아둔 것은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의 작은 화면이었다. 차가운 베스카 갑옷을 입은 고독한 현상금 사냥꾼 딘 자린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초록색 아기 외계인 그로구의 만남. 우주적 서부극(Space Western)의 문법을 빌려 온 시리즈 <만달로리안>은 디즈니 체제 아래서 갈팡질팡하던 스타워즈 프랜차이즈를 인공호흡한 구원투수였다.

그리고 마침내 이 위대한 듀오가 브라운관을 넘어 스크린으로 진격한다. 영화 <만달로리안과 그로구>(The Mandalorian & Grogu)가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극장용 스타워즈 영화가 관객을 찾는 것은 오랜만이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인기 드라마의 ‘극화(劇化)’를 넘어, 침체된 극장가와 스타워즈 사가의 명예를 동시에 회복해야 하는 거대한 임무를 짊어지고 있다. 덕심과 팩트를 가득 채워, 이 은하계적 기대작의 내부를 정밀하게 해부해 본다.

4차 시즌의 스크립트가 극장판 스크린으로 치환되기까지

본래 이 프로젝트는 극장용 영화가 아닌, <만달로리안> 시즌 4로 기획되었던 결과물이다. 쇼러너인 존 패브로와 루카스필름의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 데이브 필로니는 이미 2023년 초에 시즌 4의 전체 스크립트를 완성해 둔 상태였다. 그러나 할리우드를 강타한 작가·배우 노동조합의 동시 파업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제작 스케줄에 거대한 균열이 생겼다.

제작이 지연되는 이 강제적 브레이크 타임 동안, 루카스필름의 수장 캐슬린 케네디와 지휘부는 중대한 결단을 내린다. 안방극장에 머물던 이 텐트폴 IP를 극장판 라인업의 최전선에 배치하는, 일종의 ‘전술적 업그레이드’였다. 드라마 시즌 4의 호흡을 압축하고 스케일을 확장해,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이후 멈춰 서 있던 루카스필름의 극장용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다시 가동할 엔진으로 삼은 것이다.

존 패브로 감독은 콜라이더(Collider) 등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언제나 품고 있던 극장에 대한 갈증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우리가 TV 시리즈를 만들 때도 모니터에 찍히는 결과물들은 언제나 시네마틱(Cinematic)했다. 이 거대한 스케일의 결과물을 단지 버스나 지하철 안의 작은 화면으로만 소비해야 한다는 사실에 언제나 일말의 아쉬움이 남았었다. 드디어 이 듀오를 가장 완벽한 포맷인 극장 스크린과 IMAX로 관객에게 선보일 수 있게 되어 기쁘다.”

볼륨(The Volume)을 넘어선 역발상, 그리고 100% 로스앤젤레스 로케이션

기술적으로 이번 영화가 갖는 가장 독특한 의의는 역설적이게도 ‘로케이션의 제한’에 있다. <만달로리안> 시리즈는 전 세계 콘텐츠 제작 트렌드를 바꾼 LED 벽면 기반의 가상 제작 시스템, 일명 ‘스테이지크래프트(StageCraft) / 볼륨(The Volume)’ 기술의 선구자였다. 세트장 안에서 은하계의 온갖 행성을 완벽하게 구현하던 이들이, 이번 극장판에서는 최초로 ‘영화 전체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일대에서만 촬영’하는 행보를 택했다.

이는 캘리포니아 주 정부로부터 스타워즈 영화 사상 역대 최대 규모인 약 2,175만 달러(한화 약 300억 원)의 세제 혜택(Tax Credit)을 전폭적으로 지원받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일부 코어 팬덤 사이에서는 "스타워즈 특유의 광활한 외계 행성 비주얼이 세트장 내부나 제한된 환경에 갇혀 답답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도 흘러나왔다. 오비완 케노비 시리즈 등에서 드러났던 가상 세트의 태생적 폐쇄감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이다.

그러나 제작진은 현지 로케이션 촬영과 대규모 실물 세트 제작을 유기적으로 병행하며 극장판에 걸맞은 레이어를 쌓아 올렸다. 프리 프로덕션 단계부터 <만달로리안> 시리즈의 시각적 정체성을 구축해 온 더그 치앙(Doug Chiang)과 앤드루 L. 존스(Andrew L. Jones) 미술감독이 다시 합류했고, <아이언맨 2> 시절부터 존 패브로와 호흡을 맞춘 의상 감독 메리 조프리스(Mary Zophres)가 가세해 극장용 스크린의 높은 해상도를 견뎌낼 단단한 물리적 질감을 완성해 냈다.

시고니 위버에서 알렉산더까지, 은하계를 채우는 클래식과 트렌디의 앙상블

극장판답게 캐스팅의 무게감도 남다르다. 베스카 헬멧 속에 갇혀있음에도 오직 목소리와 미세한 신체 행동만으로 캐릭터의 서사를 뿜어내는 페드로 파스칼(딘 자린 역)을 필두로, 은하계의 파워 게임을 바꿀 새로운 얼굴들이 대거 진입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에일리언 사가의 전설, 시고니 위버의 합류다. 그녀는 신 공화국(New Republic)의 완고한 장교 ‘워드 대령(Colonel Ward)’ 역을 맡아 아델피 기지를 중심으로 딘 자린에게 거절할 수 없는 비밀 임무를 제안한다. SF 장르의 상징과도 같은 대배우의 등장은, 이번 작품이 클래식 스타워즈가 가졌던 묵직한 하드 SF의 질감으로 회귀하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여기에 최근 할리우드에서 가장 뜨거운 주가를 올리고 있는 제레미 알렌 화이트가 자바 더 헛의 아들인 ‘로타 더 헛(Rotta the Hutt)’ 역할로 가세하고, 쟈니 코인이 제국 잔당의 악랄한 워로드로 출연해 빌런 라인의 밀도를 높인다.

낭만적인 아날로그 펫숍, "디즈니 큐트가 아닌, 스타워즈 큐트"

드라마 시즌 3의 엔딩에서 딘 자린은 정식으로 그로구를 자신의 양자로 입양하며 현상금 사냥꾼의 삶을 청산하고 신 공화국을 위한 ‘비공식 언더커버 요원’으로 살아가기로 맹세했다. 이번 영화는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혈연을 넘어선 ‘선택된 가족(Family of choice)’이라는 스타워즈 전통의 핵심 가치가 중심 줄기를 이룬다.

덕후들의 심장을 뛰게 하는 진정한 포인트는 바로 그로구를 구현하는 감독의 장인정신이다. 존 패브로는 그로구의 폭발적인 글로벌 인기에 대해 맥시스 추수감사절 퍼레이드에 거대 풍선이 뜬 순간을 언급하며 감회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극장판에서도 컴퓨터 그래픽(CGI)의 매끈함 대신, 퍼펫(Puppet)을 활용한 아날로그 방식을 고집했다.

스타워즈 안의 귀여움은 이른바 ‘디즈니식 귀여움’과는 결이 달라야 한다. 조금은 기괴하고, 아날로그적이며, 손때가 묻어있어야 한다. 그로구를 자세히 보면 듬성듬성 난 이상한 머리카락, 입 안의 날카로운 작은 이빨들, 자글자글한 주름과 투박한 손톱이 있다. 이 투박함이 관객으로 하여금 가상의 생명체와 진짜 정서적 교감을 나누게 만드는 스타워즈만의 마법이다.”

예고편을 통해 공개된 비주얼 역시 코어 팬들의 연대기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모스 아이슬리 스타일의 거친 선술집 난투극, 하늘에서 강하하는 타이 파이터(TIE Fighter)의 굉음, 그리고 눈 덮인 능선에서 굴러떨어지는 제국군의 거대 보행 병기 AT-AT의 위용은 클래식 3부작의 향수를 스크린 가득 복원해 낸다.

132분의 러닝타임 동안 존 패브로와 데이브 필로니는 거대한 세계관의 타임라인을 모르는 일반 관객도 직관적으로 즐길 수 있는 우주 액션 활극을 지향하는 동시에, 오랫동안 세계관을 파고든 ‘댄스(Dhants)’들을 위해 촘촘한 이스터 에그를 카펫처럼 깔아두었다고 공언했다.

혼자가 아닌 둘일 때, 진짜 포스가 깨어난다. 차가운 강철 투구와 초록색 작은 손이 맞닿을 때 발생하는 그 따스한 은하계적 시너지가, 드디어 거대한 시네마스코프 스크린 위에서 그 웅장한 막을 올린다.

<만달로리안과 그로구>는 5월 27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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