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강력해진 ‘GPT-4 터보’ 써보니… 최신 데이터도 학습했다
이슬아 기자 2023. 11. 21. 09:01
생성형 AI 직접 만드는 GPTs 서비스도 포함
"올해 4월 한국에서는 정치·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주목할 만한 다양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정치 분야에서는 한미 정상회담이 개최되면서 한일 관계 개선의 가능성을 보여줬고 사회 분야에서는…."
11월 14일 'GPT-4 터보(Turbo)'가 탑재된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 챗GPT에 "올해 4월 한국에서 일어난 정치·사회·경제 분야 사건을 정리해달라"고 하자 돌아온 답변의 일부다. 이날 GPT-3.5 버전 챗GPT는 같은 질문에 "죄송하지만 제 마지막 업데이트인 2022년 1월 이후의 실시간 정보 및 사건에 관해서는 답변을 제공할 수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오픈AI가 11월 6일(현지 시간) 최신형 초거대 언어 모델(LLM) GPT-4 터보를 출시하면서 빅테크업계의 AI 개발 경쟁이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GPT-4 터보는 기존 LLM(GPT-3.5, GPT-4 등)과 달리 4월까지의 최신 데이터를 학습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난해 11월 챗GPT 첫 등장 이후 1년 만에 오픈AI의 생성형 AI가 이 같은 성능 고도화를 이루면서 업계의 경쟁 시계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책 한 권 분량 텍스트 이해
GPT-4 터보는 최신 데이터를 학습했다는 점 외에도 여러 면에서 강력한 성능을 갖췄다. 우선 기존보다 정보 처리량이 대폭 늘었다. GPT-4 버전 챗GPT는 프롬프트에 A4 용지 6~12쪽 분량인 3000단어(영어 기준)까지만 명령어를 입력할 수 있던 반면, GPT-4 터보는 책 한 권 수준인 A4 용지 300쪽(10만 단어) 분량을 입력할 수 있게 됐다. 최근까지 가장 큰 용량의 프롬프트를 갖고 있던 앤스로픽의 AI 챗봇 '클로드2'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명령어가 7만5000단어였는데 이를 뛰어넘은 것이다. GPT-4 터보는 멀티모달(multi-modal) 기능도 이전보다 확장됐다. 자사 이미지 생성형 AI '달리3(DALL-E3)'를 연동해 이미지 인식 및 생성이 가능해진 것은 물론, 텍스트-음성 변환 기능도 지원한다. GPT-4 터보는 현재 '챗GPT 플러스' 유료 구독자에게 공개돼 있는데, 11월 14일 GPT-4 터보 버전 챗GPT에 "물과 물고기가 가득 찬 어항이 테이블 위에서 떨어지며 깨지는 그림을 그려달라"고 하자 이내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결과물을 내놓았다. 스도쿠, 낱말퀴즈 등 이미지를 업로드한 뒤 풀어달라고 했을 때도 정답을 생성해냈다. 그러면서도 GPT-4 터보는 기존 LLM에 비해 사용료가 저렴하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11월 6일 "GPT-4 터보 (개발자용) 사용료는 입력 토큰(문자 단위)당 1센트로 GPT-4의 3분의 1"이라면서 "출력 토큰 또한 3센트로 GPT-4의 절반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오픈AI는 11월 6일 누구나 손쉽게 생성형 AI를 만들 수 있는 'GPTs' 서비스를 발표하며 AI 상용화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 서비스를 사용하면 코딩 없이 프롬프트에 명령어를 입력하는 것만으로 자신만의 AI 챗봇을 탄생시킬 수 있다. 기존 주 타깃이던 기업 고객뿐 아니라 일반 사용자까지 잡을 수익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11월 15일 직접 사용해본 GPTs는 개인사업 등에 활용하기 적합해 보였다. GPTs의 'GPT 빌더(Builder)'에 "카페에서 손님들의 음료 주문을 받을 수 있는 챗봇을 만들어달라"고 하자 "가상의 바리스타 역할을 하는 GPT를 만들어 고객과 소통하며 음료 주문 등을 받도록 하겠다"며 몇 분 만에 새로운 GPT를 탄생시켰다. 이어 새로운 GPT 이름으로 '카페 챗(Cafe chat)'을 제안하고 그에 맞는 프로필 사진까지 생성해냈다. 이렇게 만들어진 GPT를 '프리뷰(Preview)'로 직접 사용해보고 "고객 응대 시 말투를 격식 있게 할지 친근하게 할지" "주문 시 커피에 관한 정보를 어디까지(원두 산지 등) 제공할지" 등 GPT의 구체적인 작동 방식을 수정할 수도 있었다. 카페 메뉴와 가격, 손님 응대 매뉴얼 등을 학습시킨다면 실제로 카페에서 무리 없이 점원 역할을 할 것 같았다. 오픈AI는 향후 사용자들이 만든 GPT를 사고팔 수 있는 마켓인 'GPT 스토어'도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MS·xAI·구글 '빅테크 긴장'
오픈AI의 공격적인 AI 생태계 장악에 빅테크 기업들은 발 빠른 생성형 AI 공개 및 투자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오픈AI와 협력 관계이면서도 자체 AI 개발에 박차를 가해온 마이크로소프트(MS)는 13억 개의 파라미터(매개변수)만으로 만든 초경량 멀티모달 AI인 '파이-1.5(Phi-1.5)'를 11월 2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오픈AI 대항마"를 만들겠다며 설립한 xAI도 11월 5일 첫 번째 AI 챗봇인 '그록(Grok)'을 발표했다. 구글은 최근 오픈AI 경쟁사 앤스로픽에 최대 40억 달러(약 5조2220억 원) 투자를 약속하는 한편, GPT-4 터보에 대적할 자사 LLM '제미니(Gemini)'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픈AI는 11월 14일(현지 시간)부터 챗GPT 플러스 신규 가입을 일시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GPT-4 터보 버전 챗GPT와 GPTs가 큰 인기를 끌며 사용량이 급증해 오픈AI의 수용 능력을 초과한 데 따른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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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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