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 합류한 '에어인천 컨소시엄', 출자자 셈법은 [넘버스]

/사진 제공=에어인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 계약을 체결한 에어인천 중심의 컨소시엄에 현대글로비스가 합류했다. 인수를 주도하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소시어스프라이빗에쿼티는 대형출자자(LP)를 확보하면서 추가 펀딩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전략적투자자(SI)가 늘고 추가 LP까지 모집하는 상황에서 합병 이후 투자자들 간의 셈법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소시어스제5호 기업재무안정사모투자합자회사(소시어스제5호)'에 1500억원을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우선 오는 19일 1차로 500억원을 납입해 지분 34.9%를 확보한다. 2차 출자금 1000억원은 향후 에어인천과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합병이 완료되는 시점에 집행할 계획이다.

현대글로비스의 합류로 에어인천 컨소시엄에 참여한 구성원들의 각자 구상도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소시어스는 다수의 SI를 확보해 인수구조를 짜면서 보다 여유롭게 딜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 긴밀한 협업관계를 다진 인화정공에 더해 충분한 자금력을 갖춘 현대글로비스를 기반으로 향후 엑시트(투자금 회수)도 수월하게 마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소시어스는 지난 7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화물운송사업 인수를 위한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이는 에어인천이 6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2개월 만이다. 소시어스가 꾸린 컨소시엄은 인수자금 마련 작업에 착수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소시어스는 이번 딜을 위해 최소 6000억원 이상을 조달하기로 계획했다. 인화정공과 한국투자파트너스 PE본부가 각 1000억원씩 출자했고, 증권사 2곳도 인수금융으로 3000억원을 보강했다. 이번에 현대글로비스는 당초 시장이 기대했던 1000억원보다 많은 15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하면서 후속 투자자 확보에 대한 부담도 줄었다.

현대글로비스는 다양한 선택지를 갖게 됐다. 우선은 기존 물류사업에서 항공 부문의 네트워크와 밸류체인을 강화할 기반을 마련했다. 이후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합병에 1000억원을 추가로 납입하면 인화정공을 제치고 최대주주에 올라설 가능성이 높아진다. 상황에 따라서는 항공화물 사업에 직접 뛰어들 수 있는 환경도 마련될 수 있다. 하지만 현대글로비스는 어디까지나 항공물류 사업의 경쟁력 강화 차원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아울러 FI로 들어오는 인수금융의 구체적인 조달방식이 공개되지 않은 데다 소시어스가 추가 조달까지 염두에 두고 있어 최대주주의 지위를 확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앞서 HSD엔진(현 한화엔진) 인수와 엑시트 과정에서 손발을 맞춘 소시어스와 인화정공의 끈끈한 파트너십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인화정공도 여러 가능성을 놓고 딜에 임하고 있다. 현재 인화정공은 소시어스와 함께 에어인천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인화정공이 최대주주인 소시어스제5호는 에어인천의 최대주주이자 특수목적법인(SPC)인 소시어스에비에이션을 통해 에어인천을 지배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당초 소시어스의 엑시트 이후 에어인천의 경영권을 가져갈 유력한 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현대글로비스가 새로운 SI로 들어오면서 인화정공의 입지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 이후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추가 출자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인화정공은 아직 추가 투자계획이 없으며, 항공업 인수와 관련해서도 정해진 내용이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윤필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