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 대통령’ 윤석열의 행보에서 보이지 않는 것 [세상에 이런 법이]

2023년 새해다. 새해가 되면 낡아 보이기만 하던 일상의 새로움을 인식하고 더 나은 1년을 소망한다. 공적 영역에서 내 새해 소망 중 하나는 책임의 언어를 듣는 것이다.
책임이란 무엇인가. 국어사전에 따르면 책임은 ‘맡아서 해야 할 임무나 의무’ 그 자체나 ‘어떤 일에 관련되어 그 결과에 대해 지는 의무나 부담, 그 결과로 받는 제재’를 의미한다. 통상 법적 책임이라고 하면 민사·행정·형사를 불문하고 제재에 초점을 두고 있다. 공무원, 특히 선출직 공무원들의 책임은 이보다 훨씬 넓은 의미로, 맡아서 해야 할 임무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경우에 쓰인다. 헌법 제7조 제1항은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라고 규정한다. 바로 이 책임 때문에 같은 조 제2항에서 공무원의 신분을 보장해주며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준다.
문제 지적하는 쪽에 ‘국익 훼손’이라며 책임 돌려
특히 대통령은 헌법 제66조에서 직접 규정하는 바와 같이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하고,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 결국 대통령은 대내외적으로 국가와 국민을 대표하는 공무원으로서 국민 개개인이 갖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책임을 지는 자이다. 대통령의 언행은 공무원들과 국민 앞에, 세계 앞에 모범이 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헌법 전문에서 규정하듯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하는 방향성을 띠어야 한다.
그럼에도 새해부터 우리는 또다시 외교 무대에서 “아랍에미리트의 적은 이란”이라는 대통령의 말실수와 그에 따른 논란을 목도했다. 국민들 입장에서 망신스럽기만 하면 다행인데, 이란 정부가 한국 정부의 조치가 충분하지 않다며 반발하고 있다. 나아가 2018년 미국의 대이란 제재 복원으로 70억 달러가량의 이란에 대한 원유 대금이 국내에 동결되어 있는데, 이란 정부는 이 동결자금 반환 약속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이렇게 국제관계에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한 것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 대통령의 자세다. 지난해 미국 방문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에서 이 ××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냐”라고 발언했다고 언론이 보도하자, 대통령실은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주장했다. 지금도 이때처럼 공무원들을 동원해 억지 해명을 하고 있다. 오히려 문제를 지적하는 쪽에 국익 훼손이라며 책임을 돌린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이런 태도가 계속되니 국민들은 살얼음판 같은 외교관계에서의 신중한 언행을 기대할 수가 없고 불안할 따름이다. 도대체 대통령에게는 무엇이 헌법이고 기본권이며 법과 원칙인가. 정말로 ‘대한민국 영업사원’을 자처하면서 모든 책임을 외부로만 계속 돌릴 것인가. 국민들은 법치를 강조하는 대통령이 새해에는 자신의 헌법적 임무부터 깨닫고 인정하길 바라지 않을까.
오지원 (변호사)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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