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사고 보험' 입대의 심사, 보험사보다 까탈

"사고후 두달… 지급여부도 몰라"
가입자 2배 늘때 지급액 4배 증가
관리비 인상 우려에 승인 보수적
"매달 보험료 내…" 입주민 불만

사진은 한 아파트 단지 전경. /경인일보DB

지난 4월 수원시 영통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내 계단에서 80대 입주민 A씨가 넘어져 부상을 입었다. 비가 내리던 날 미끄럼 방지 패드가 설치돼 있지 않은 곳에서 미끄러지며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왼쪽 손목이 골절된 A씨는 수술과 치료에 300만원 가량의 비용을 써야만 했다.

A씨의 가족들은 이 사고가 아파트 시설물 문제로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관리사무소에 배상책임보험 보상금 지급을 요구했지만, 사고 발생 두 달이 넘어가도록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태다. 해당 배상책임보험사에선 보상금 지급이 가능하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정작 관리사무소에선 이렇다 할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가 꾸준히 늘고 이에 대비한 배상보험 가입도 증가하고 있지만, 보상금 지급은 지지부진을 면치 못해 사고를 겪은 입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16일 보험통계조회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기준 10만여 건에 그쳤던 영업배상책임보험 가입 건수는 2022년 19만여 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접수된 사고 건수는 5천900여 건에서 2만9천여 건으로, 보상금 지급액 역시 146억여원에서 570억여원으로 대폭 늘었다. 10년 새 두 배 늘어난 가입 건수 대비 사고 건수(4.9배)와 지급 규모(3.9배)는 크게 증가한 것이다.

이처럼 사업장에서 가입하는 영업배상책임보험의 가입 건수와 사고접수 건수는 점차 늘고 있는 반면, 실제 아파트 현장에선 사고를 당한 주민들이 보상금을 받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아파트 관리주체들이 보상금 지급에 따른 보험료 인상과 이로 인한 관리비 상승을 우려해 보상금 지급 기준을 자체적으로 강화하는 추세라는 게 이유다.

보험사 관계자는 "예전엔 관리사무소장이 결정해 보상금을 지급했다면, 최근엔 지급 승인이 나기까지 입주자대표회의 등 여러 절차를 거쳐 시간이 오래 걸리고 피해를 입어도 입증이 안 되면 지급이 어려운 경우가 상당수"라며 "규모가 큰 단지일수록 지급 여부를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경향도 있다"고 분석했다.

A씨가 거주하는 아파트의 입대의는 오는 20일 회의에서 이번 사고에 관한 보험금 지급 인정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지만, A씨에겐 보상금 지급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통보한 상태다.

이에 A씨 가족들은 답답한 심경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A씨 가족은 "이런 상황이 발생할 경우 제때 보험금을 받기 위해서 매달 관리비에 포함해 영업배상책임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는데, 사고 발생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보험금 지급 여부조차 모른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사고 났을 때 보험금도 못 받으면 보험료는 뭐하러 내는 것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이 같은 사안은 관리사무소에서 단독으로 처리할 수 없고 의결 권한이 있는 입대의 판단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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