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자사주 1.4%' 활용 묘수는… 이사회에 쏠린 눈

우리사주조합에 넘기는 방안 거론… 배임 리스크는 부담

최윤범 회장이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소월로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고려아연 긴급 기자회견에 참석,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사진=임한별 기자

영풍·MBK파트너스를 상대로 경영권 수성에 나선 고려아연이 기존에 보유한 자사주 1.4%를 어떻게 활용할 지 재계의 비상한 관심이 집중된다. 영풍·MBK와의 지분율 차이가 3%포인트에 불과한 탓에 임시 주주총회 표대결에 앞서 최대한 의결권을 확보해야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진행 중이다. 고려아연은 전날 이사들에게 이사회 소집을 통보하면서 '경영권 분쟁 관련 안건'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이사회 개최에 앞서 구체적이 안건을 공유하는 것과는 달리 이번엔 의안을 특정하지 않았다.

업계에선 이날 이사회에서 고려아연이 기존에 취득한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에 처분하는 방안을 찾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고려아연은 올해 들어 한국투자증권과 체결한 두 차례의 자사주 신탁계약을 통해 현재 총 2.41%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1.4%(28만9703주)의 신탁기간이 다음달 8일 종료된다.

통상 자사주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자사주 취득 이후 6개월간 또는 신탁계약 해지 이후 3개월간 처분이 금지된다. 단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에 넘기거나 임직원 상여금·퇴직금·공로금 등의 명목으로 지급될 경우 처분 금지 기간의 예외가 적용된다.

이 때문에 고려아연이 1.4%의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에 넘겨 의결권을 되살리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현재 영풍·MBK와 고려아연의 지분율 격차는 크지 않다.

/ 그래픽=김은옥 기자

영풍·MBK는 고려아연 공개매수에서 5.34%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 현재 지분율이 38.47%다. 최윤범 회장도 이에 대항해 자사주 공개매수로 11.26%를 확보했으나 이 가운데 9.85%는 모두 소각해야할 자사주이다.

우군인 베인캐피탈이 확보한 1.41%만 최 회장 측 의결권으로 잡히기 때문에 이를 포함한 최 회장 측 지분율은 35.4%이다. 여기서 고려아연이 자사주 1.4%가 우리사주조합에 넘겨 의결권이 살아나면 최 회장 측 지분은 36.8%로 늘어 영풍·MBK의 지분율 격차를 1.67%포인트로 좁힐 수 있다.

문제는 우리사주에 자사주를 넘길 경우 배임 리스크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이다.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기존 경영진의 지위 보전을 위해 안정 주주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에서 행하는 우리사주조합에 대한 지원은 위법 행위에 해당할 수 있어서다.

대법원 판례상으로도 주주 간의 지분경쟁 상황에서 일부 경영진의 경영권을 유지하려는 목적 하에 종업원지주제를 활용하는 행위는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내려진 바 있다.

대법원은 2004년 신한종금 사례에서 '주주 간 지분경쟁 상황에서 일부 경영진의 경영권을 유지하려는 목적 하에 종업원지주제를 활용하는 행위는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MBK 관계자는 "고려아연 이사회에 신규이사 선임 및 집행임원제 전면 도입을 위해 임시주주총회의 소집을 청구한 상황에서 이사회가 우리사주조합에 자기주식을 처분한다면 이에 찬성한 이사들은 업무상배임죄의 형사책임 및 막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고려아연의 이사회에서 영풍·MBK의 임시주총 소집 청구도 받아들여질 지 관건이다. 만약 이사회가 임시주총 소집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영풍·MBK 측은 법원에 주총 소집 허가를 신청해야 한다. 이 경우 연말 또는 내년 초에나 임시 주총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