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퓨처엠이 정부의 경제안보 보조금 수혜 대상으로 사실상 단독 지정됐다. 한동안 부진했던 포스코퓨처엠의 음극재 사업에 반등 전환점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자체적인 원가 경쟁력 강화와 포스코그룹 차원의 지원까지 맞물리며 글로벌 전기차 밸류체인 입지 회복 가능성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추가 경정예산안을 통해 흑연과 무수불산을 '고위험 경제안보 품목'으로 지정하고 해당 품목의 국내 생산기업에 한시적 보조금을 지원하는 사업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특히 흑연은 이차전지 음극재의 핵심 원료로 중국이 전 세계 공급망을 장악한 품목이다. 그간 직접 지원에 신중했던 정부가 보조금 지급에 나선 것은 공급망 안정화와 탈중국 전략을 본격화하려는 의지의 반영으로 풀이된다.
이 조치는 사실상 포스코퓨처엠을 겨냥한 맞춤형 지원으로 평가된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는 대부분의 음극재를 중국 기업에서 조달하고 있다. 국내에서 이를 대규모로 양산할 수 있는 기업은 포스코퓨처엠이 유일하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보조금이 원안대로 통과된다면 당사 음극재 사업 경쟁력 제고에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동안 포스코퓨처엠은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인해 사업 전반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중국산 음극재는 kg당 2달러대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공급되고 있는데 이는 포스코퓨처엠의 공급가보다 40~50% 낮은 수준이다. 원재료 수준에 가까운 가격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에 기반한 덤핑 전략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포스코퓨처엠의 2024년 음극재 사업 매출은 전년보다 30% 가까이 줄어든 1543억원에 그쳤다. 세종 음극재 공장의 가동률은 30%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과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강화 움직임으로 분위기는 급변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중국산 제품에 최대 145%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이며 한국 등 동맹국에는 10% 기본 관세만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의존도가 낮은 공급자에 대한 선제적 계약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대외 환경 변화가 포스코퓨처엠의 상대적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촉매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엄기천 포스코퓨처엠 사장 역시 올 3월 열린 이사회에서 "트럼프 정부 이후 배터리 공급망의 탈중국화가 현실화되며 그룹 차원의 리튬·니켈·흑연 원료 공급망을 보유한 포스코퓨처엠의 강점이 부각되고 있다"며 "글로벌 완성차(OEM) 고객사들의 공급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이 같은 환경 변화에 발맞춰 내실 중심의 전략으로 전환했다. 연간 8만2000톤의 생산능력을 갖춘 국내 설비를 바탕으로 외형 확장보다 제조원가 절감과 공정 효율화에 초점을 맞춘 체질 개선에 나섰다. 지난해 말 기준 음극재 제조원가는 기존 대비 44% 수준까지 절감됐으며, 2027년까지 30% 추가 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엄 사장은 "전기차 시장 캐즘(일시적 수요정체)를 기회 삼아 설비 고도화로 생산성을 30% 높이고 2027년까지 매출을 2배로 끌어올리겠다"며 글로벌 톱3 이차전지 소재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이러한 체질 개선의 배경에는 포스코그룹 차원의 전폭적 지원이 자리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음극재를 포함한 이차전지 소재를 미래 핵심 성장축으로 삼고 자본·기술·조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은 지난해 세종에 위치한 포스코퓨처엠 에너지소재연구소와 흑연 음극재 공장을 직접 방문해 기술개발 및 경영현안을 점검하고 임직원을 격려했다. 당시 장 회장은 "이차전지 소재는 반드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전략 사업"이라며 "그룹 차원에서 투자 축소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원료부터 소재까지 이르는 이차전지소재 풀밸류체인 구축의 완성이 포스코그룹의 차별화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지원에 힘입어 현재 포스코퓨처엠의 재무상태는 안정적인 수준이다. 2024년 말 기준 부채비율은 138.9%, 유동비율은 134.6%다. 지난해에는 유상증자 대신 6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자기자본을 확충했다.
포스코홀딩스는 포스코퓨처엠의 유동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자금조달 방안도 마련 중이다. 최근 열린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포스코퓨처엠의 재무구조와 자금상황을 폭넓게 살펴보고 적절한 증자와 추가 차입 등 자금조달 방법과 시기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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