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신경 데이터, DNA·지문과 같아"…美 캘리포니아주, 개인정보보호법 통과

생각·감정과 같이 우리 뇌와 신경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데이터화한 '신경 데이터'는 오용될 경우 잠재적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미국 캘리포니아주에는 메타(Meta)나 애플(Apple) 등 빅테크 기업을 포함한 많은 '뉴로테크(neurotech)' 기업들이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뉴로테크 기업이 수집하는 인간의 신경 데이터도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얼굴·DNA·지문과 같은 수준의 '민감 정보'로 분류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에서 개인 민감 정보에 '신경 데이터'를 포함하도록 하는 캘리포니아 소비자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법안에 따르면 신경 데이터의 범위에는 사용자의 뇌 활동과 뇌에서 이어지는 신경망에 의해 생성된 데이터가 포함되며 사용자는 기업이 수집하는 신경 데이터를 요청하거나 삭제, 수정, 제한할 수 있다. 자신의 데이터를 판매·공유하는 회사가 개인정보 활용을 중지하도록 거부(Opt-out)할 수도 있다.

사람의 심박수, 혈압, 포도당·호르몬 수치 등 비신경 데이터를 통해 추론된 정보는 법안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뉴로테크 기업은 인간의 뇌와 신경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활용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든다. 정신 건강이나 인지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생각·감정과 같이 우리 신경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데이터화하는 것이다. 신경 데이터는 사용자 허락 없이 오용될 경우 잠재적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법안을 후원한 조쉬 베커 미국 캘리포니아주 민주당 상원의원은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한 데이터인 신경 데이터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며 "캘리포니아에서 신경 데이터 보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사람들의 신경 데이터를 보호하는 법률을 추진하는 단체인 '뉴로라이츠 재단(Neurorights Foundation)' 4월 보고서에 따르면 거의 모든 기업이 사용자 신경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고 의미 있는 제한 수단이 없다고 결론내렸다. 조사 기업 절반 이상이 사용자 데이터를 제3자와 공유할 수 있도록 명시적으로 허용하고 있었다.

재단은 이번에 통과된 법안에 대해 플로리다나 텍사스, 뉴욕 등 다른 주 의원들과도 논의 중이다.

미국 기업계는 법안에서 뇌와 척수부터 몸의 나머지 부분으로 이어지는 '말초신경계'까지 포함시킨 것은 "너무 광범위해서 거의 모든 기술을 올가미에 가두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데이터의 종류가 아니라 기업이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에 '침입'할 수 없도록 알고리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법안에 참여하지 않은 마르첼로 이엔카 독일 뮌헨공대 인공지능 및 신경과학윤리학과 교수는 "신경 데이터와 신경 기술 회사를 구체적으로 겨냥하기보다는 알고리즘을 규제하는 것이 더 나은 접근 방식"이라고 말했다.

베커 의원은 "캘리포니아는 전 세계의 기술 리더"라며 "이 법안이 전 세계 기술 산업에 선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