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하듯…알론소, 최고의 ‘풋볼 매니저’
자카·보니페이스 등 적극적 영입
“비디오 게임처럼 너무 쉽게 해내”
1년 만에 팀의 ‘준우승 징크스’ 깨
2023년 여름. 독일 강호 바이에른 뮌헨은 공격수 해리 케인(31·영국)을 토트넘에서 영입했다. 이적료는 무려 1억달러(약 1383억원)에 달했다. 그런데 뮌헨은 이번 시즌 무관 위기에 몰렸다.
같은 때 바이어 레버쿠젠 사비 알론소 감독은 선수 15명 정도를 내보낸 뒤 10명 안팎을 영입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그라니트 자카(32), 공격수 빅터 보니페이스(24), 윙백 알렉스 그리날도(29), 윙어 요나스 호프만(32)과 나단 텔라(25) 등이 새로 입단했다. 이들 5명을 영입하는 데 들어간 이적료는 5900만파운드(약 1016억원)에 불과했다.
1년 전 합류한 선수들을 주축으로 알론소 감독은 창단 120년 만에 팀을 분데스리가 정상에 올렸다. ESPN은 17일 “알론소 감독은 팔레이(Parlay·경마에서 원금과 상금을 다시 다른 말에 거는 도박성이 강한 내기)의 진수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알론소 감독이 데려온 선수들은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대부분 팀의 주전으로 뛰었고 많은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알론소 감독이 자기 축구 철학에 맞는 선수들을 꾸준히 지켜보다가 적기에 결단성 있게 영입한 게 주효했다. 그중 대표적인 인물은 선수 시절 알론소 감독과 포지션이 같은 자카다.
스위스 출신 미드필더 자카는 효과적인 공격 전개를 의미하는 프로그레시브 패스(602회), 프로그레시브 캐리(412회), 볼 회수(268회), 수비 개입(413회)에서 팀 내 1~3위다. 출전 시간(3444분)과 터치 횟수(4509회)는 물론 패스 시도(4041회)와 성공 횟수(3730회)는 팀 1위다. ESPN은 “자카는 경기장 안팎에서 팀의 든든한 존재가 됐고 완벽한 피벗맨”이라고 극찬했다.
지난해 여름 아스널에서 레버쿠젠으로의 이적은 자카 개인에겐 강등처럼 보였다. 알론소 감독은 아스널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뛴 자카에게 공수를 연결하는 링크맨 역할을 맡겼다. ESPN은 “스위스 국가대표 자카는 레버쿠젠에서 단순한 선수가 아닌 리더가 됐고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평가했다. 자카의 플레이는 알론소 감독이 선수 시절 보여준 모습과 꼭 닮았다.
ESPN은 “알론소 감독은 최고의 젊은 선수를 이적시키고 그 수익금 중 일부로 그에 못지않은 선수를 영입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결국 큰 승리를 거뒀다”며 “비디오 게임 ‘풋볼 매니저’에서나 가능한 전략을 알론소 감독은 실제 축구에서 너무 쉽게 해냈다”고 분석했다.
레버쿠젠은 이번 시즌 3관왕에 도전한다. 19일 유로파리그 8강 2차전에서 웨스트햄을 만난다. 1차전에서 2-0으로 이긴 레버쿠젠은 1골 차로 져도 준결승에 오른다. 다음달 25일 2부리그 헤르타 베를린과 포칼 우승을 다툰다. ESPN은 “레버쿠젠은 23년 전 사태에 대한 설욕 트레블(Redemption Treble)을 노리고 있다”고 표현했다.
레버쿠젠은 2000~2001시즌 분데스리가, 포칼,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3관왕을 노리다가 모두 준우승했다. 이후 생긴 별명이 레버쿠젠은 안된다는 ‘네버쿠젠’이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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