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Fed 회의 후 크게 확대될 환위험[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
잭슨홀 미팅 이후 9월 미국 중앙은행(Fed) 회의에서 금리인하 확률이 높아지고, 내부적으로 일본을 능가하는 수출 호조 등으로 변동성이 크긴 하지만 추세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1350원대 이상의 원·달러 환율 수준에 익숙해 있는 여건에서는 체감적으로 부담이 되는 수준이다.
◆실효환율지수 구해봐야
추세적으로 원화 가치가 절상될 경우 우리 경제를 지탱해 왔던 수출도 증가세가 주춤거릴 가능성이 높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국 경기도 침체 우려가 제기되는 여건에서 수출이 둔화된다는 것은 단순히 지켜볼 일이 아니다. 앞으로는 수출 증가세는 더 꺾일 것이라는 비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앞으로 원·달러 환율이 어떻게 될 것인가는 현재 원화 가치가 적정한지부터 알아보기 위해 실효환율지수를 구해봐야 한다. 실효환율지수는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결제은행(BIS)에서 발표하고 있으나 △구성 통화 △가중치 △거래 대상 △업데이트 주기 △실질실효환율 디플레이터를 활용한 산출방식에 차이가 있어 일률적이지 않다.
가장 많이 활용되는 IMF의 실효환율지수는 최대 164개국을 대상으로 제조 품목과 더불어 원자재에 대한 화폐 가치 등을 평가 대상에 포함시켜 산출된다. OECD의 실효환율지수의 활용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나 30개 회원국과 아시아 7개국 등에 대해 실효환율을 산출하고 있어 우리에게는 유용하다.
국제기관에서 발표하는 실효환율지수는 월간 환율 공표에 따른 일간 환율과 시차, 무역거래 과정에서 사용되는 결제통화는 수출국 통화, 수입국 통화 또는 제3의 매개통화(vehicle currency)로 구분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실효환율 체계에서는 단순 수출입 비중만을 고려하는 한계가 있다.
우리 입장에서 원화 가치의 절상 여부를 보다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 IMF, OECD의 실효환율지수가 갖고 있는 단점을 보완해 ‘일간 및 월간 결제통화비중 원화 실효환율지수’와 함께 ‘수출 비중 원화 실효환율지수’를 새롭게 산출해 봤다. 두 지수 모두 다른 지수와 평가하기 위해 2010년 1월을 100으로 일치시켰다.
결제통화비중 원화 실효환율지수의 경우 한국은행에서 발표하고 있는 월간 무역 결제통화비중을 가중치로 활용했다. 통계 발표 주기상 4개월 시차와 일간 환율 변동폭에 적용 시 발생할 수 있는 변동성을 낮추기 위해 3개월 이동평균을 산출해 4개월 선행 적용했다. 가중치는 지난 6월 기준 미국 달러 0.84, 유로 0.05, 일본 엔 0.03, 중국 위안 0.02, 러시아 루블, 영국 파운드, 브라질 헤알, 호주 달러 등 기타 환율 0.06을 반영했다.
◆기업 경제적 가치 변할까
수출비중 원화 실효환율지수에서는 월별 수출 및 물가지수가 접근 가능한 총 53개 국가를 대상으로 추정했다. 연쇄지수 방식을 통해 가중치를 지속 업데이트 했으며 실질실효환율 디플레이터의 경우 소비자물가지수를 적용했다. 가중치는 지난 6월 기준 중국 0.29, 미국 0.12, 베트남 0.10, 홍콩 0.09, 일본 0.07을 반영했다.
두 기준으로 실효원화지수를 산출한 결과 원화 가치가 고평가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달러 환율의 적정수준은 결제통화방식으로 달러당 1250원, 수출비중 방식으로는 1200원으로 추정된다. 내년에 원·달러 환율은 일시적으로 이탈(undershooting 혹은 overshooting)하는 경우가 있으나 결제통화방식으로 추정된 적정수준을 중심으로 상하 50원 범위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원·달러 환율이 추세적으로 하락세로 돌아서고 환율 변동폭이 크게 확대됨에 따라 기업들이 환위험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계기로 Fed가 본격적으로 금리인하에 나설 경우 미국 달러화 가치도 주요 통화별로 차별화 현상이 심화돼 환율 변동폭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위험은 환율변동으로 인해 기업의 경제적 가치가 변동할 수 있는 확률을 말한다. 문제는 환위험은 인식범위와 관리기법에 따라 그 결과가 크게 엇갈린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환위험 관리에 목적을 명확히 설정한 후에 체계적으로 환위험을 관리해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기업들이 환위험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관리 과정이 필요하다. 먼저 기업이 인식해야 할 환위험 범위를 정해야 한다. 환위험 범위가 정해지면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환위험 변동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정보체계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정보체계를 토대로 기업들은 자신들의 여건에 맞는 환위험 관리기법을 채택한 후 환위험이 관리된 부문에 대한 사후평가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환위험 관리기준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되고 있으나 일반적으로 내부관리기법과 외부관리기법으로 구분된다. 내부관리기법이란 기업이 환위험 관리를 위해 추가적인 거래없이 내부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말한다. 상계와 매칭, 리딩과 래깅, 자산부채종합관리, 결제통화 조정, 재송장 전략 등을 들 수 있다.
반면 외부관리기법은 금융시장을 통해 별도의 거래를 함으로써 내부관리기법으로 제거하지 못한 환위험을 줄이는 방안을 말한다. 내부관리기법보다 환위험을 제거하는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지만 별도의 거래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든다. 선물환과 통화선물, 통화옵션, 통화스와프 등을 들 수 있다.
대부분 국내 기업들은 내부관리기법에 비해 외부관리기법을 막연하게 선호하는 경향이 높다. 일부 기업들은 아예 내부관리기법을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 유념해야 할 것은 금융시장을 이용한 외부관리기법은 비용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외환당국의 규제 등으로 기업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이 못된다는 점이다.
내부관리기법을 최대한 활용할 경우 환위험 자체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외부관리기법의 필요성이 사라지게 되므로 국내기업들은 내부관리기법과 외부관리기법을 균형 있게 활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미니박스로 / 제목: 용어 설명
· 상계(netting): 글로벌 경영을 하는 기업의 본사와 지사 혹은 지사와 지사 간에 발생하는 채권·채무관계를 일정시간이 경과된 후에 차액만을 결제하는 가장 간단한 기법.
· 매칭(matching): 외화자금의 유입과 지급을 결제통화별, 만기별로 일치시켜 외화자금 흐름의 불일치(mismatching)에서 발생하는 환위험을 제거하는 기법.
· 리딩(leading)과 래깅(lagging): 환율변동에 대비해 외화자금 흐름의 결제시기를 앞당기거나 지연시켜 환위험을 최소화하거나 환차익을 극대화시키는 단기적인 환위험 관리기법.
· 자산부채종합관리(ALM): 환율 예상에 따라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과 부채포지션을 조정함으로써 환위험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기법.
· 결제통화조정(invoicing currency adjustment): 거래의 결제통화를 신축적으로 선택함으로써 환위험을 회피하는 전략.
· 선물환(forward): 외환거래에서 거래쌍방이 미래에 특정 외화의 가격을 현재 시점에서 미리 계약하고 이 계획을 약속한 미래 시점에 이행하는 금융거래의 일종.
· 통화선물(currency futures): 선물환 거래와 마찬가지로 특정통화를 미래의 일정시점에 미리 약정된 가격으로 매입·매도하는 금융선물의 일종.
· 통화옵션(currency options): 통화옵션 시장에서 상장된 특정통화를 미래의 일정시점 거래일에 약정된 가격으로 매입 혹은 매도할 있는 권리.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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