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쉬었음’ 청년, 대졸자의 2.3배…‘탈출 골든타임’은 1년

박수지 기자 2026. 5. 5.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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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6 대한민국 상생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대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최종학력이 고등학교인 ‘쉬었음’ 청년이 대졸자의 2.3배에 이르고, 쉬었음 상태가 1년을 넘기는 경우 노동시장 복귀 확률이 급격히 떨어지므로 ‘골든타임’ 안에 정부 개입이 적극 이뤄져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4일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한국교육고용패널로 본 청년 ‘쉬었음’의 구조화’ 보고서를 보면, 노동시장에 진입한 청년의 5명 중 1명(20.3%)은 관측 기간 중 최소 한 차례 이상 ‘쉬었음’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쉬었음’은 구직도 학업도 하지 않고 쉬고 있는 상태인 비경제활동인구를 가리킨다. 올 1분기 기준 ‘쉬었음’ 청년(15~29살)은 42만명으로, 30대는 11만명에 이른다. 연구진은 2016년 고등학교 2학년생이었던 6022명을 2023년까지 추적한 패널 데이터를 활용했다.

고졸 청년의 ‘쉬었음’ 경험률은 29.1%로, 4년제 대졸 청년(12.5%)의 2.3배에 달했다. 고졸 청년은 쉬었음을 반복 경험하는 비율도 월등히 높았다. 고졸자 중 2회 이상 ‘쉬었음’을 반복한 비율은 9.2%로, 대졸(1.2%)의 7.7배에 달했다. 정지운 선임연구위원은 “고졸 청년이 접근 가능한 일자리의 질이 상대적으로 낮아 저임금·불안정 일자리에서의 빈번한 이직 과정에 취업과 ‘쉬었음’을 반복하는 패턴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쉬었음’ 발생 빈도는 고졸 청년이 높지만, 쉬었음 상태를 길게 지속하는 경향은 대졸 청년에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 4년제·전문대 졸업자는 전년도에 쉬었음을 경험한 경우 이듬해에도 쉬었음 상태일 가능성이 유의미하게 높아지는 반면, 고졸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대졸자의 경우) 교육 투자 대비 만족할 만한 일자리가 부족해 기대와 현실의 괴리가 ‘차라리 쉬겠다’는 선택을 반복적으로 유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졸자가 접근하는 서비스직·육체노동 일자리는 즉시 복귀가 상대적으로 쉬운 반면, 대졸 직종은 경력 단절 후 재진입 장벽이 높다는 점도 이유로 꼽혔다.

성별에 따른 ‘쉬었음’ 현황도 눈에 띄었다. 여성은 고학력일수록 쉬었음 비율이 낮아지는 경향이 뚜렷(고졸 12.3%→4년제 7.6%)한, 반면 남성은 학력이 높아질수록 오히려 증가했다(고졸 10.7%→4년제 12.3%). 정 연구위원은 한겨레에 “미국·유럽에서는 저학력 남성이 자동화·산업 쇠퇴로 노동시장에서 이탈하지만, 한국은 고학력 남성이 (대기업 등) 1차 시장 진입을 기다리며 통계상 ‘쉬었음’으로 잡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모 학력이 높을수록 자녀의 일자리 눈높이도 높아지는데 이 압력이 한국에서 아들에게 더 강하게 작동한다”며 “남성의 학력이 높을수록 쉬었음이 늘어나는 역전은 한국 이중노동시장의 진입 대기 비용이 만든 특유의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고졸·대졸 청년에 대한 차등적인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고졸 청년은 “쉬었음 진입률이 가장 높고 만성화 경향을 고려해 졸업 후 6개월~1년 이내에 고용서비스 접촉 빈도를 높이는 방안이 효과적이고, 최소 3~4년까지 모니터링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대졸 청년의 경우엔 정책의 초점이 ‘하향 취업’ 유도가 아니라 ‘첫 직장의 질 개선’이 정책의 초점이 돼야 한다고 짚었다. 낮은 수준의 일자리가 오히려 반복적 이탈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원 내용 못지 않게 ‘골든타임 1년’이라는 정책 개입 시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쉬었음 1년차의 탈출 확률은 80.6%로 높은 편이었지만, 하지만 2년차에는 52.5%로 떨어졌고, 3년차에는 22.8%로 급락했기 때문이다. 4년 이상 지속되면 탈출 확률은 7.1%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발굴 시스템이 졸업 후 1년이 지나서야 작동할 경우, 이미 자발적 복귀가 어려운 상태에 진입한 청년이 다수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개입은 1년 이내에 이뤄져야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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