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고를 때 소비자가 가장 먼저 따지는 것은 결국 두 가지다. 얼마나 효율적이고, 얼마나 합리적인가. 기아가 10일 계약을 시작한 '더 뉴 니로'는 바로 그 두 가지 질문에 꽤 설득력 있는 답을 내놓는다. 2022년 2세대 출시 이후 약 4년 만에 선보이는 상품성 개선 모델이지만, 막상 사양표를 들여다보면 '개선'이라는 단어가 다소 겸손하게 느껴질 정도다.

우선 복합연비 20.2km/ℓ라는 수치가 눈을 붙잡는다. 1.6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얹어 시스템 최고 출력 141ps, 최대 토크 27.0kgf·m의 동력 성능을 갖추면서도 이 연비를 뽑아냈다는 것은 동급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기에 충분하다. 기름값이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 요즘, 리터당 20킬로미터를 넘긴다는 사실은 단순한 카탈로그 숫자가 아니라 매달 지갑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현실적인 이야기다.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 이 차의 진짜 강점이다. 새롭게 탑재된 '스마트 회생제동 시스템'은 앞차와의 간격만 보는 기존 방식과 달리, 내비게이션 도로 정보와 전방 주행 상황을 종합적으로 읽어 회생제동 강도를 스스로 조절한다. 운전자가 따로 신경 쓰지 않아도 차가 알아서 에너지를 거둬들이는 구조다. '하이브리드 계층형 예측 제어 시스템'은 목적지까지의 경로를 미리 분석해 배터리 충전량을 최적으로 배분하므로, 고속도로와 시내 구간이 뒤섞인 실제 주행 환경에서도 공인 연비에 가까운 효율을 기대할 수 있다. '스테이 모드'는 작지만 일상에서 빛을 발하는 기능이다. 주차 상태에서 엔진을 켜지 않고 배터리 전력만으로 에어컨과 각종 편의장치를 사용할 수 있어, 아이 픽업을 기다리거나 잠깐 차 안에서 쉬어야 할 때 불필요한 공회전을 줄여 준다. 작은 배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써보면 없던 시절로 돌아가기 어려운 기능이다.

외관은 확실히 달라졌다. 이전 세대의 독특한 개성보다는 세련되고 절제된 방향을 택했다. 전면부에는 수평·수직 라인이 교차하는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 주간주행등이 현대적인 인상을 만들고, 후면부는 수평으로 길게 뻗은 캐릭터 라인과 대각선 구도의 LED 리어 콤비네이션램프가 넓고 안정감 있는 실루엣을 완성한다. 신규 색상 '아이보리 실버'를 포함한 7종의 외장 색상과 신규 2종을 포함한 3종의 내장 색상은 취향의 폭을 넉넉하게 열어 둔다. 개성을 줄인 대신 보다 많은 소비자의 손길이 닿을 수 있도록 영리하게 타협한 결과로 읽힌다.

실내에 앉으면 이 차가 가격 이상을 지향하고 있다는 인상이 더욱 강해진다. 12.3인치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하나로 이어진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대시보드를 한층 넓고 깔끔하게 정리하며, 더블 D컷 투톤 스티어링 휠이 운전석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운전석에는 릴렉션 컴포트 시트가, 동승석에는 승하차를 돕는 '이지 억세스'와 앞뒤 탑승객 모두가 조작할 수 있는 '워크인 디바이스'가 더해졌다. 2열은 세밀하게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리클라이닝 시트를 얹고 동급 최고 수준의 레그룸과 헤드룸을 확보해, 뒷좌석이 찬밥 취급을 받던 소형 SUV의 오랜 편견을 상당 부분 걷어낸다. 전·후륜 서스펜션 튜닝 최적화와 대시 흡음 패드 밀도 강화, 리어 크로스멤버 마운팅 부시 보강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손질도 꼼꼼하다. 승차감과 정숙성이 함께 나아졌다는 뜻이다.

커넥티비티 면에서도 시대의 흐름을 따라잡았다. ccNC 시스템 기반의 '기아 커넥트 스토어'에서는 원하는 디스플레이 테마와 스트리밍 서비스를 골라 구독할 수 있고, '기아 AI 어시스턴트'는 자연어로 말만 해도 차량 기능을 조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지원해 내비게이션 지도와 주요 전자제어 기능을 구매 이후에도 꾸준히 최신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은, 몇 년을 타야 하는 자동차의 특성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큰 가치를 지닌다.

안전 사양은 이 차에서 가장 후하게 평가하고 싶은 부분이다. 2열 사이드 에어백을 포함한 10 에어백과 전 좌석 시트벨트 프리텐셔너를 기본으로 갖췄고, 고속도로 주행 보조 2, 스티어링 휠 그립 감지, 교차 차량과 측방 접근차, 추월 시 대향차 상황까지 감지하는 전방 충돌방지 보조, 서라운드 뷰 모니터, 전진 출차 시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 등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 촘촘하게 갖춰졌다. 여기에 디지털 키 2, 워크 어웨이 락, 빌트인 캠 2 플러스,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100W C타입 USB 단자까지 더하면, 사양 면에서만큼은 한 차급 위의 차와 나란히 놓고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

가격은 친환경차 세제혜택 후 트렌디 2,885만 원, 프레스티지 3,195만 원, 시그니처 3,464만 원이다(개별소비세 3.5% 적용). 동급 최고의 연비, 10 에어백, 첨단 ADAS, 풍성한 커넥티비티 사양을 이 가격 안에 담아낸 구성은 냉정하게 봐도 경쟁력이 있다. 친환경 SUV를 고민하는 소비자라면 지금 당장 시승 예약부터 잡아볼 이유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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