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산토리니라 불린다" 걸을수록 지중해가 떠오르는 트레킹 명소

나바론절벽 전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깎아지른 절벽 위, 발 디딜 공간조차 아슬아슬한 좁은 길. 한쪽은 끝없이 펼쳐진 남해, 다른 한쪽은 거대한 암벽이 버티고 서 있다. 마치 영화 속 장면처럼 비현실적인 이 길은 실제 존재한다.

제주와 육지 사이, 외로운 섬 추자도에서 만날 수 있는 ‘나바론하늘길’이다. 한 번 들어서면 심장이 먼저 반응하는 이 길은, 추자도의 풍광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 구간으로 불린다.

제주 추자도 ‘나바론하늘길’

정상에서 바라본 추자도 / 사진=제주 공식 블로그

나바론하늘길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추자면 대서리 산 186 일대, 상추자도의 큰산 정상에서 독산으로 이어지는 해안 절벽 능선을 따라 이어진다. 제주도가 공식 인증한 ‘추자올레 18-1코스’의 하이라이트 구간으로, 이름은 고전 전쟁 영화 〈나바론 요새(The Guns of Navarone)〉에서 따왔다.

큰산 정상에서는 평화로운 항구와 어촌 풍경이 내려다보이지만, 본격적으로 길에 들어서면 분위기가 단번에 바뀐다. 폭 1m 남짓한 좁은 길에는 안전 난간조차 없고, 발아래로는 파도가 부서지며 거센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한 걸음마다 긴장과 전율이 교차하는 길, 그래서 ‘하늘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나바론하늘길 / 사진=제주 공식 블로그

나바론하늘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트레킹 코스다.

동행과의 간격을 반드시 유지해야 하고, 바람이 거센 날에는 출입을 삼가는 것이 원칙이다. 코스 안에는 화장실이나 매점 같은 편의시설이 전혀 없으므로, 출발 전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길 자체가 주는 스릴과 긴장감은 여행의 묘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철저한 안전 수칙 준수가 필수다. 자연의 조건에 따라 언제든 통제될 수 있다는 점이 이 길의 가장 큰 특징이다.

나바론하늘길 / 사진=제주 공식 블로그

추자도는 원래 전국 낚시꾼들의 성지였다. 벵에돔과 돌돔 같은 고급 어종이 풍부해 강태공들을 불러 모았고, 섬의 이미지는 ‘낚시의 천국’으로 굳어져 있었다.

그러나 ‘추자올레’가 열리면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추자도 전경 / 사진=제주 공식 블로그

4개의 유인도와 38개의 무인도가 점점이 흩뿌려진 이 섬은 이제 올레꾼, 백패커, 그리고 인생 사진을 남기려는 여행자들이 찾는 곳으로 거듭났다.

고요한 어촌 풍경, 태곳적 자연, 그리고 나바론하늘길 같은 아찔한 트레킹 경험이 더해지며, 추자도는 낚시꾼만의 섬에서 모두의 섬으로 변모하고 있다.

눈물의 십자가 / 사진=제주 공식 블로그

나바론하늘길에 오르기 전,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배편이다.

제주항에서 출발하는 씨월드고속훼리(퀸스타2호)가 주요 교통수단이지만, 기상이 나쁘면 배가 뜨지 않는다. 올레길 역시 강풍이나 비 등 날씨에 따라 언제든 통제될 수 있다.

나바론절벽 / 사진=제주 공식 블로그

모든 것이 자연의 허락 아래에서만 이루어지는 곳, 바로 그 점이 나바론하늘길의 진짜 매력이다.

인간의 발길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길 위에서, 여행자는 겸손함과 경외심을 동시에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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