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TV 경영진 내정에 구성원들 "경악…구성원 무시"
연합뉴스, 차기 연합뉴스TV 사장에 안수훈 연합인포맥스 전무이사 추천..."공론 절차 없이 밀실에서 추천 완료"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연합뉴스TV 차기 사장 추천에 연합뉴스TV 구성원들의 비판이 커지고 있다. 첫 단독 사장 선임에 공개 모집과 검증 절차를 거치자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다, 추천자로 알려진 인사들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TV지부는 4일 성명을 내고 “공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속전속결로 후보자 신분의 연합뉴스 사장이 연합뉴스TV 사장·임원 후보자를 추천 완료하고, TV사장 후보자는 실무진으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이사회·임원추천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사장, 전무, 상무 모두 공론 절차 없이 밀실에서 추천 완료했다는 소문이 사실인가”라고 물었다.
연합뉴스TV지부는 “후보에 오른 인물들의 과거 발언과 행적을 살펴보면 연합뉴스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첫 단독 사장·임원으로서 연합뉴스TV를 제대로 이끌어갈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며 “노조가 여러 차례 성명에서 요구한, 투명하고 공정한 선임 절차와 경영진이 되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 조건을 어떻게 이리 무시하며 추천할 수 있는지 기가 막힌다”고 했다.
연합뉴스TV지부는 임원 내정자로 알려진 인사들을 두고도 “TV 경영진으로 언급되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며 “연합뉴스TV 구성원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면 이런 추천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연합뉴스는 차기 연합뉴스TV 사장에 안수훈 연합인포맥스 전무이사를 추천했다. 경영담당 상무이사엔 김대호 연합뉴스 선임기자, 보도본부장엔 신지홍 보도국장을 내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 인사는 모두 연합뉴스 기자 출신이다.
연합뉴스TV지부는 안수훈 전무를 “양사 간 불공정 협약을 강요했던 전력이 있는 자”라고 평했다. 안수훈 전무가 연합뉴스 기획조정실장을 맡을 당시 연합뉴스TV와 관계에서 연합뉴스의 이익만을 대변했다는 입장이다.
김대호 기자에 대해서는 과거 구성원들의 성 비위 등 제보로 감사와 징계를 받았다고 했다. 3~4일 복수의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 구성원, 김대호 기자 입장을 종합하면 김 기자는 2014년 연합뉴스TV에 파견돼 부서장으로 근무할 당시 후배 기자를 성희롱했다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이듬해 그의 문제적 언행 목격 사례를 취합한 글이 감사실에 제출돼 감사가 진행됐다. 김 기자는 지휘감독 소홀과 품위유지 위반으로 견책 징계를 받았다. 그의 상급자인 국장은 경고 징계를 받았다.
특히 김 기자의 내정 소문에 연합뉴스TV 구성원들 우려가 크다. 내정 소식이 있은 뒤 연합뉴스TV 안팎엔 감사실에 제출됐던 것으로 알려진 취합 글이 다시 퍼졌다. 크게 △성희롱 △인격모독 △경력기자 차별 △업무 관련 항목으로 각각 5~15건의 사례가 담겼다.
김 기자는 4일 연합뉴스TV지부 성명과 과거 감사실에 제출된 취합 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연합뉴스TV 기자들이 취합한 글) 이 중 단 한 가지도 사실이 아니다. 전혀 인정할 수 없다”며 “악의적인 짜깁기이자 왜곡”이라고 말했다. 2014년 불거진 성희롱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당시 기자에게 미안하다고 했다”고 했고, “성희롱으로 징계를 받은 적이 없다. 저는 성희롱을 인정한 적이 없다. 성추행 논란은 있었던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김 기자는 노조 성명에 대해서 “종로경찰서에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으로 고소장을 접수했다”고도 했다.
연합뉴스TV 보도국에 근무했고 당시 상황을 알고 있는 한 구성원은 같은 날 미디어오늘에 “감사실에 제출된 글은 한 명이 아니라 부원 다수의 사례를 모은 것이었다. 그 중 몇몇 사례는 보도국에 '내가 직접 목격했다'고 밝히는 이들이 있었고 지금도 있다”며 “그 당시 성 비위 관련해 이 분이 감사를 받았고, 구성원들이 그런 사례를 모아서 제출할 정도의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2015년 한국 메르스 환자가 숨을 거뒀을 당시 이를 전하는 보도 제목을 <[단독] 마지막 메르스 환자 숨져...6달여만에 메르스 '제로'”로 정한 당사자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는 연합뉴스의 친여권·보수 성향 노조인 '공정보도노동조합'의 위원장이기도 하다. 김 기자는 이에 대해 “오래된 일이어서 기억이 가물거린다. 당시 메르스 종식 여부와 신규 확진자가 초미의 관심사였다”고 했다.
연합뉴스TV지부는 “우리는 현재와 미래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경영진이 선임되기를 간절히 원한다”며 “그 시작은 TV구성원 모두가 인정할 만한 경영진의 선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30%도 안 되는 지분을 가진 1대 주주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가 나머지 주주들과 TV구성원을 도외시한 채 연합뉴스TV를 다시 좌지우지하는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이사회와 주주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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