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대 부부의 통장에는 생각보다 많은 돈이 조용히 빠져나갑니다. 특별히 사치를 하지 않아도 관리비와 공과금이 나가고, 장을 한 번 보면 몇만 원이 사라집니다. 휴대전화 요금과 보험료를 내고 정기적으로 병원과 약국을 다녀오면 남는 돈은 많지 않습니다. 자녀에게 손 벌리지 않으려고 외식을 줄이고 옷도 사지 않지만, 생활비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떤 부부는 한 달에 150만 원이면 충분하다고 말합니다. 집에서 밥을 먹고 여행을 포기하면 버틸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굶지 않는 수준’과 ‘예상하지 못한 지출에도 무너지지 않는 수준’은 전혀 다릅니다. 현실적으로 70대 부부가 매달 사용할 수 있는 돈이 약 22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면, 이미 생활의 여러 부분을 줄여야 하는 불안한 단계로 볼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연구원이 발표한 2024년 국민노후보장패널 부가조사에서 50세 이상 중고령자가 생각한 부부 기준 최소 노후생활비는 월 216만6천 원이었습니다. 적정 노후생활비는 월 298만1천 원으로 조사됐습니다. 여기서 최소생활비란 특별한 질병이 없는 건강한 노년을 전제로 최저 수준의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돈입니다. 적정생활비는 그보다 조금 더 여유 있게 표준적인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금액입니다. 식료품비의 비중이 가장 컸고, 사회보험료와 보건의료비, 주거·수도·전기·가스 비용이 뒤를 이었습니다. 따라서 월 216만 원은 여행과 취미를 넉넉히 즐기는 금액이 아닙니다. 아프지 않고 큰 사고도 없다는 조건 아래 기본적인 생활을 이어 가기 위한 기준선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실제 70대의 생활에는 조사표가 미처 담지 못한 변수가 계속 생긴다는 점입니다. 보일러가 고장 나고 냉장고를 바꿔야 하며, 치과 치료나 백내장 수술처럼 미루기 어려운 의료비가 한꺼번에 발생합니다. 자가 주택이 없는 부부라면 월세와 관리비만으로 생활비의 큰 부분이 사라집니다. 자가 주택이 있어도 재산세와 수리비, 공동주택 장기수선 관련 비용은 피할 수 없습니다. 자동차를 유지하면 보험료와 기름값이 들고, 차를 없애면 병원과 시장을 오가는 교통비가 늘어납니다. 결국 같은 월 220만 원이라도 대출 없는 집에서 건강하게 사는 부부와 월세를 내며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부부의 형편은 완전히 다릅니다. 그래서 숫자 하나만 보고 “우리는 200만 원이면 충분하다”고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더 불안한 신호는 생활비가 부족할 때마다 저축을 조금씩 꺼내 쓰는 상황입니다. 매달 수입이 180만 원인데 지출이 220만 원이라면 부족한 40만 원은 통장에서 사라집니다. 1년이면 480만 원이고, 10년이면 단순 계산으로 4천800만 원입니다. 여기에 병원비와 집수리 같은 목돈 지출이 더해지면 감소 속도는 훨씬 빨라집니다. 실제로 2026년 5월 기준 국민연금 노령연금을 함께 받는 부부의 합산 평균 연금액은 약 120만 원으로, 부부 최소생활비의 55.4% 수준에 그쳤습니다. 국민연금을 받는 부부 가운데 약 89%는 합산 연금액이 월 200만 원 미만이었습니다. 연금만으로 최소생활비를 충당하기 어려운 부부가 많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월 220만 원이 부족한 부부는 무조건 실패한 노후를 살고 있는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총액보다 매달 반드시 들어오는 소득과 고정비의 관계입니다. 먼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퇴직연금, 임대소득처럼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돈을 모두 적어 보십시오. 다음으로 주거비와 보험료, 통신비, 관리비, 병원비처럼 줄이기 어려운 지출을 따로 계산해야 합니다. 필수지출을 빼고 남은 돈이 식비와 교통비도 감당하지 못한다면 위험 신호입니다. 생활비가 부족해 신용카드를 할부로 돌려막거나, 병원 진료와 약 복용을 미루고, 식사를 라면과 김치로 때우기 시작했다면 단순한 절약 단계가 아닙니다. 주거 형태 조정과 보험 정리, 복지 지원 확인 등 구조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70대 부부에게 현실적인 최소선은 대략 월 220만 원 안팎이지만, 이것도 건강하고 대출 부담이 크지 않다는 조건에서 가능한 금액입니다. 월세나 간병비가 있다면 훨씬 더 필요하고, 자가 주택과 충분한 비상자금이 있다면 조금 적은 소득으로도 버틸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남들이 얼마를 쓰는지가 아니라 우리 부부의 필수생활비와 정기소득 사이에 구멍이 있는지 확인하는 일입니다. 오늘 지난 석 달의 통장과 카드 내역을 펼쳐 보십시오. 식비와 주거비, 의료비를 나누고 매달 얼마가 부족한지 정확히 적어 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숫자를 외면하면 불안은 커지지만, 숫자를 마주하면 줄일 비용과 지켜야 할 돈이 보입니다. 지금 정리한 월 10만 원과 확보한 작은 비상금이 10년 뒤 병원비 때문에 자녀에게 급히 전화하지 않고, 부부가 서로의 손을 지키며 살아가는 가장 현실적인 안전망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