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농업 속으로] 땅의 치유력으로 마음 보듬는 ‘봄과 로라의 치유농장’ | 디지털농업
이 기사는 성공 농업을 일구는 농업경영 전문지 월간 ‘디지털농업’7월호 기사입니다.
“익산이 고향인데도 이 동네를 몰랐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완전히 마음을 빼앗겨 이곳에서 살아야겠다 결심했죠.”

그렇게 함열리로 이주한 것이 벌써 17년 전의 일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도 시간이 날 때마다 밭으로 향했다. 텃밭은 물론이고 동네 어르신께 5000㎡(1500평)를 빌려 유기농 고추 농사도 지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밭일하는 게 얼마나 고된지…. 그래도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어요. 농사가 폭삭 망했는데도 말이에요.”
결실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고추밭을 내어줬던 어른께서 “아무래도 이 땅은 네 땅인 것 같다 하시더라고요.” 유기농 고추 농사를 짓는다고 했을 때 말리는 사람이 열이면 열, 그 어른께서도 아서라 하고 말렸는데 오 대표가 이 땅에서 땀 흘리는 것을 보고는 내심 기특하게 여긴 것이다. 이를 계기로 밭을 산 그는 주변으로 조금씩 터를 넓혔다.
스스로 공부한 것을 토대로 성실히 움직이면 농사를 충분히 지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터무니없었다는 걸 고추 농사에 실패하고서야 알게 됐다. 농반진반 퇴직할 날만 기다렸다는 오 대표는 퇴직 후 꼬박 2년간 농업기술센터를 비롯해 여러 유관기관을 찾아다니며 교육을 받는 데 투자했다. 그 과정에서 치유농업을 접한 그는 ‘숲과 정원이 어우러지는 청정 농장’을 일궈 사람들에게 ‘쉼’을 경험하게 하는 것으로 새로이 방향성을 잡았다.
“그때는 정원을 가꿔보겠다는 꿈이 있지 않았는데도 전국으로 돌아다닌 걸 보면 그게 제 취향이었던 거죠.”
자기 딴으로는 정원에 관해 많이 안다고 생각했고, 시작하기만 하면 단숨에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어림없는 일이었다.

“농사도, 정원일도 절대 하루아침에 되지 않아요. 시간이 필요한 일이죠. 또 단순히 꽃과 나무를 잘 가꿔서 될 일이 아닌 거예요. 치유농업은 사람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이잖아요. 인문학적인 소양을 기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걸 절감해요.”
치유농장주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프로그램과 함께 공공기관에서 제공하는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다. 실제 농촌진흥청이 운영하는 농업기술포털 ‘농사로’만 참고해도 다양한 치유농업 프로그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다만 농장의 환경과 대상자에 맞게 조정·보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오 대표는 정원을 가꾸는 동안 농어촌체험지도사·팜파티플래너·도시농업관리사·복지원예사 등 각종 자격증을 따고 치유농업사 자격까지 취득했다. 꼭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는 배움의 과정 자체가 매우 즐거웠고, 치유농장주로서의 자질을 높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치유농장을 조성하는 것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도 정답은 없다고 생각해요. 재미있는 것은 벤치마킹을 많이 해도 결국 농장주의 취향과 눈높이에 따라 치유농장의 모양새가 잡힌다는 거죠. 그러니까 계속해서 배우고 익힐 수밖에요.”
“프로그램은 항상 바뀌어요. 오시는 분들이 다르고, 농장의 환경이 변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저도 성장하잖아요. 프로그램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 것이죠.”
단, 오 대표는 활동과 활동 사이에 시간차를 여유 있게 둔다. 환경만 잘 조성돼 있다면 가만히 앉아 따사로운 햇볕을 쬐는 것, 산들산들 바람을 느끼는 것, 올망졸망 꽃을 바라보는 것 자체로 치유가 된다. 오 대표가 오신 분들에게 활동에 크게 연연하지 말고 마음 편히 쉬고 가시라 당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 예방형은 ‘숲속 정원 학교’ 프로그램 비중을 높였다. 익산은 지형적으로 산보다 평야가 드넓게 펼쳐져 지역민들이 울창한 숲을 경험할 기회가 적다는 데 착안해 내용을 구체화했다. 함라산둘레길과 연계해 숲과 정원을 거닐며 스스로를 정화한 참가자들이 두 평 남짓한 땅에다 저마다의 정원을 만들며 치유를 경험하도록 하는 게 프로그램의 굵직한 줄기다.
봄과 로라의 치유농장은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공모한 ‘농촌 돌봄서비스 활성화 사업’에 선정됐다. 농업 활동을 통해 돌봄·교육·고용·치유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해마다 평가를 거쳐 5년간 진행한다. 특수목적형은 이 사업을 통해 운영하는데 “고령자·장애인, 결혼이주여성까지 세 그룹을 대상으로 다회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한 오 대표는 “5년이라는 연속성을 가지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만큼 4~5년 차 대상자 가운데 일부는 인턴십을 통해 실제 고용이 발생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변화는 있을 전망이다. 오 대표는 여러 대상자 가운데 고령자와 더 합이 맞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향후 고령자에 집중해 전문성을 높이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한국형 치유농업 정립에 치유농업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여 단합된 형태의 조직을 만들게 됐어요. 전국 단위로 해마다 워크숍·컨퍼런스 등의 행사를 개최해 역량 강화에 힘쓰고, 지역별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의 성장을 돕고 있습니다.”

일례로 오 대표가 소속된 전북지회에서는 분기별로 치유농장을 순회하며 대표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토론을 통해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농진청이 개발한 보급형 프로그램도 치유농장마다 다르게 구현된다. 농장의 고유한 환경과 농장주의 역량에 따른 재해석이 차이를 만들기 때문인데, 오 대표는 체험을 통해 이를 발견하고 농장에 응용할 수 있는 것을 가늠해보는 것도 성장의 동력이 된다고 했다.
농촌으로 사람이 모이고 머물 수 있게 하는 연결고리로 치유농업의 역할이 확대되는 지금, 오 대표는 “단적으로 휴가철 유명 관광지에 가는 발걸음을 치유농장으로 향하게 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에 보다 건강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1~2년 반짝이 아니라 5년, 10년, 길게 내다보고 치유농업이 더 많은 이들에게 가 닿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을 밝혔다.
글 서진영 | 사진 남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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