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라는 꿈을 품었던 소녀가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성적 우수에 반장을 도맡으며 모범생으로 불렸지만, 의대 입시에서 좌절하며 깊은 방황을 겪었습니다.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해준 것은 영화와 시집이었고, 그때 처음으로 배우라는 길을 떠올렸습니다. 바로 배우 전여빈입니다.

서울 연기학원에 한 달을 다닌 뒤 동덕여대 방송연예과에 합격한 그는 대학로 연극 스태프, 영화제 조연출, 무용과 음악까지 섭렵하며 연기를 준비했습니다. 결정적 계기는 오빠가 찍어준 프로필 사진이었습니다. SNS에 올라간 사진을 본 영화 관계자의 제안으로 그는 데뷔 기회를 얻었습니다.


전여빈의 이력은 조금 특별합니다. 대학 시절 강릉사투리경연대회에 참가해 대상을 거머쥐었는데, 이유는 김치냉장고를 상품으로 타서 어머니께 드리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상품은 노트북이었지만, 이 일화는 MBC <놀면 뭐하니?>에도 소개되며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그는 기회를 기다리지 않고 직접 만들 줄 아는 배우였습니다. 장진 감독을 만나고 싶어 연극 <서툰 사람들>의 스태프로 들어갔고, 직접 기획사 문을 두드리며 당돌하게 자신을 알렸습니다. 결국 장진 감독의 <바라던 바다>에 캐스팅됐고, 배우 문소리 역시 전여빈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 단편에 그를 불렀습니다.

독립영화에서 차근차근 경력을 쌓은 그는 <죄 많은 소녀>(2018)로 ‘괴물 신인’이라는 호칭을 얻었습니다. 차갑지만 무너질 줄 모르는 인물 ‘영희’로 관객의 가슴을 조여오며, 부산국제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주목받았습니다. 이후 <빈센조>, <낙원의 밤> 등에서 대중성과 장르성을 동시에 입증했습니다.

2023년에는 영화 <거미집>으로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습니다. 하지만 더 화제를 모은 건 수상소감이었습니다. “중요한 건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이라는 ‘중꺾그마’ 메시지는 SNS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청춘에게 위로를 건넸습니다. “너 자신을 믿는 게 재능”이라는 그의 말은 단순한 소감이 아닌, 시대를 향한 편지처럼 들렸습니다.

2024년, 전여빈은 SBS 금토드라마 <우리영화>에서 인생 마지막 순간 처음으로 주연 자리에 선 배우 ‘이다음’을 연기하며 또 다른 도전에 나섰습니다. 스포트라이트보다 서사로 빛나는 배우, 전여빈. 그의 여정은 지금도 꺾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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