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아파트 1층을 저희만의 방식으로 고쳐 가꾸고 살아가고 있는 10년 차 부부입니다. 저는 직장인이고 남편은 건축가입니다. 저희 집은 지어진 지 20년이 넘은 구축 아파트이구요. 남편과 제가 보통 아파트 인테리어와는 조금 다른 저희 관점을 더한 리모델링을 하고자 고민하여 고친 지 벌써 4년이 지났네요.
집 상태가 20여 년 동안 전혀 수리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예산을 반영해 신경 써야 할 것과 절감할 것을 가려내는데 고민에 고민을 더한 것 같습니다. 남편이 직접 디자인과 시공관리를 했기 때문에 잘 조율하여 실행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저희는 보유하고 있는 물건들을 가능한 가치를 다할 때까지 오래 쓰려고 하는데요. 새로운 집에 맞춰 가구와 가전을 새로 구입하기보다는 원래 있던 것을 잘 배치하여 사용하는 것에도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당연히 예산 제한이 있기에 그렇기도 합니다. 너무 예쁘게 꾸미고 지내시는 분들에 비해 소개할 것이 있을까 하지만 ‘조금 다른 느낌을 가진 아파트 인테리어도 있구나‘하는 느낌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어요^^
도면

저희 집은 32평형 전형적인 구축 아파트 구조입니다. 요즘 선호하는 스타일의 구조는 아니지만 예산과 위치 등을 고려하여 선택할 수밖에 없었어요. 전혀 고쳐지지 않은 집이라면 리모델링의 당위성도 생기는 것 같아 그런 면에서 괜찮겠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침실이 큰데 반해 거실은 비교적 작은 편이어서 거실 쪽 발코니는 확장했습니다. 주방이 좁고 깊이 고립된 형태이기 때문에 주방 구조 변경을 진행했습니다. 더불어 저희 가족은 물건이 밖에 나와 있는 것보다 들어가 있는 것을 선호하여 수납장 제작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살아오면서 찍어온 여러 사진들을 모아 변경된 집을 소개해 드릴게요.
거실

저희 집은 천장과 한쪽 벽 그리고 수납장 등을 나왕 합판으로 마감했어요. 작은 마당이 딸린 오래된 주택의 아늑한 분위기를 품고 싶었습니다.

편안한 분위기를 주는 목재를 많이 사용하고 그 외에는 흰색과 그레이를 선택해서 차분하면서 식물들과 잘 어우러지게 구성했습니다.

거실 가구들은 이전에 살던 집에서부터 계속 사용해 오던 것들입니다. 소파 없이 1인용 체어만 두 개를 두고 사용하고 있어요.
무인양품 리클라이닝 체어는 정말 편안하고 튼튼해서 오랫동안 잘 사용하고 있어요. 소파를 구매할지 항상 고민 중인데 이리저리 배치를 바꾸기에 큰 가구가 없는 것이 편하다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식탁을 거실 쪽에 배치해서 좁은 주방을 확장해 다이닝 공간을 만들었어요. 이때 파티션으로 거실과 다이닝 공간이 분리 되도록 했어요. 파티션은 움직이는 파티션으로 상황에 따라 배치를 바꿀 수 있게 했습니다.

주방 쪽에서 보이는 거실 모습이에요. 식탁은 플랫 포인트 제품을 구매했습니다. 세라믹 상판의 색상이 투톤으로 자연석 느낌이 나는 테이블이에요. 테이블 다리 색상도 월넛 색상으로 선택할 수 있어 망설임 없이 구매했던 것 같습니다.

모임이 있거나 또는 제가 좀 지루하다 싶을 때:) 파티션을 접어 벽으로 붙이고 테이블 위치를 변경하기도 하고 파티션 하부 벤치를 창으로 향하게 밀어 사용하기도 합니다. 한정되고 고정된 장소에서 약간의 움직임으로 전혀 다른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어요.

거실 배치 바꾸는 사진을 남겨봤는데요. 귀엽게 그린 그림도 같이 첨부해 봅니다.

테이블 배치를 바꾼 모습이에요. 종종 테이블 위치를 이렇게 바꿔 사용하기도 하는데 집안 분위기가 전혀 달라집니다.

구축 아파트 1층은 바닥 레벨이 거의 앞마당과 같아요. 낮에 커튼은 열고 있으면 작은 정원을 우리 집 담장 안으로 들인 것 같죠. 거실 창가엔 소나무와 감나무, 모과나무, 철쭉이 있어요.
계절이 변하는 것을 작게나마 느껴요. 특히 저는 감나무에 감이 익어갈 때 시골 풍경 같고 너무 좋더라구요. 눈 오는 창밖 풍경도 아주 좋아합니다. 소나무에 하얀 눈이 쌓이고, 잎이 다 떨어지고도 달려있는 감 위에도 귀엽게 눈이 쌓인답니다.

해마다 감이 많이 열릴 때도, 아닐 때도 있어요. 그 또한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어요. 익은 감을 먹으러 모이는 새들의 움직임과 재잘거림도 너무 좋아합니다. 나무 이파리들이 바람에 흔들려 아른거리는 모습도요. 저에게 휴식과 안정감을 주는 풍경들이에요.

이 집이 1층 집이기 때문에 채광이 좋지는 않습니다. 계절마다 조금씩 다른 시간대 거실 창으로 햇살이 비치는데요. 앞 건물과 건물 사이를 해가 통과하는 잠시 동안만 집안에 햇살이 비추기에 해가 정말 소중하게 느껴져요. 날씨가 좋은 날에는 사진을 이렇게 남깁니다.

또, 저는 식물 키우는 것을 좋아해요. 이전에 살던 17평 아파트에서도 베란다가 가득 차게 식물을 키웠어요. 그에 비해 지금은 자연스럽게 조금 줄어든 것 같아요.
이전 집에 비해 해가 잘 들지 않아 여러 식물들이 떠나갔답니다. 물욕 못지않은 식욕(식물 욕심)이 생길 때마다 떠나간 식물들을 생각합니다. 이 집에 해가 잘 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곳곳에 식물등을 손쉽게 달 수 있게 레일 조명을 설치했어요. 해가 잘 들지 않는 집에 살다 보니 식물등의 효능을 제대로 느끼고 있습니다.
거실 발코니

겨울철을 제외하곤 식물 공간으로 쓰려고 안방 앞쪽 발코니는 확장하지 않았어요. 레일 조명을 설치해 식물등을 달 수 있게 했습니다. 수도와 배관도 막지 않고 쓰고 있어 물 주기가 정말 편하답니다. 작지만 저만의 힐링 공간이에요. 저는 이곳에 커피 한 잔을 들고 들어가 식물을 살피곤 합니다.

발코니에 앉아 이렇게 식물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햇빛 받고 있는 식물들을 보면 저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주방
before

구축 아파트의 가장 불편한 공간이 아마 주방 레이아웃일 거에요. 좁은 공간에 안쪽으로 ㄱ자 싱크대가 배치되어 있고 냉장고가 측면으로 보이게 자리할 수밖에 없어요. 저희는 이 레이아웃이 너무 마음에 안 들어 배치를 바꿔보고자 여러 레퍼런스를 많이 찾아봤습니다.

동시에 저는 수납 벽장이 꼭 필요했기에 고민을 거듭하여 포기할 건 포기하고 사진과 같은 배치가 나왔어요. 한쪽 벽 전체에 수납장을 설치해 수납력을 확보하구요. 가운데 있는 서재방 문도 통일시켜 벽과 같이 일체감이 들게 했습니다.
반대쪽 벽에 수도와 배관을 이전해 싱크대를 배치했습니다. 정면에 냉장고 자리를 마련했구요. 할 수 없이 주방 창이 반쯤 가려졌어요. 긴 복도 공간이 생겨 기존에 답답하던 주방 공간이 그래도 탁 트여 좋은 것 같습니다.

이 구조에서는 큰 사이즈의 식탁을 들일 공간이 나오지 않았어요. 저희는 두 식구라 거실을 크게 써야 할 필요성을 못 느껴 식탁을 주방과 닿아있는 거실 쪽에 배치해서 다이닝 공간을 만들었어요. 대신 가변성이 있는 파티션을 두어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어요.
싱크대 맞은편에 설치한 수납장은 저희 집의 온갖 물건과 잡동사니가 다 들어있어요. 저한테 가장 필요한 공간이죠. 칸칸이 용도를 구분해서 열심히 집어넣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싱크대 상부장을 설치하지 않고 선반을 둘까 계획했었는데요. 아무래도 먼지가 많이 쌓일 듯해서 도어가 있는 작은 수납장을 설치했습니다. 매일 사용하는 그릇, 커피잔 등을 수납하고 있어요.

공간을 제법 차지하는 밥솥, 전자레인지는 하부장에 넣어 사용하고 있어요. 레일을 설치해 필요할 때만 빼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침실

침실이 비교적 넓어 이런저런 구상도 하였으나 지금 공간이 부족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숙면에 집중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쪽 벽의 붙박이장은 침구와 당장 사용하지 않는 옷들을 넣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침대는 이전 집에 딱 맞춰 제작한 가구를 그대로 쓰고 있어요.

저는 주로 무채색의 침구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린넨의 내추럴한 무드도 좋아합니다. 침대 위에 레일 조명을 설치해서 밤 시간에는 조도를 낮춰 지내고 있습니다.

화장품이 별로 없어 침실 수납장을 단촐하게 화장대 삼아 쓰고 있습니다.
서재

서재방에도 목재가 많아요. 이전 집에 맞춰 제작했던 테이블들을 책상으로 붙여 사용하고 있어요. 원래 있던 붙박이장도 목재로 마감을 다시 해 전체적인 집안 톤을 유지하려고 했습니다.

저희 집은 경사가 있는 지대에 지어져 1층 집이지만 서재 창 방향은 4, 5층 정도 되는 높이에요. 서재에 해가 가장 잘 들어와 집에 있는 날에는 서재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요. 책을 꺼내 들지만 이내 끝없이 웹서핑을 하고.. 그러고 있죠.

저희 집에는 친척분들이 애정과 기원을 담아 그려주신 그림 여러 점들이 있습니다. 항상 바라보며 마음에 잘 담아보려 합니다.

책장은 가성비가 좋은 데스커 제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목재로 제작을 하고 싶었지만 비용 절감을 위해서 선택한 제품인데요. 하단부에 도어가 있어 보기 싫은 물건들을 넣기 편한 것 같아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습니다.

서재방 문이 주방 수납 벽장 가운데 위치해 일체감을 주기 위해 수납장과 라인을 맞춰 벽체화 시키고 같은 목재를 사용해 제작했습니다.
옷방

한쪽 벽에 붙박이장을 설치해 사용하고 있는 옷방이에요. 거울과 홈웨어 걸어두는 용도의 옷걸이를 두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드레스룸 시스템장보다는 도어가 있는 것을 선호해 붙박이장을 설치했습니다.

가끔 운동방으로 쓰이구요. 손님이 오시면 게스트룸으로 쓰이기에 좀 비워두려고 하는 편입니다.

식물등을 혼자 두 개나 쓰면서도 길이 성장만 하고 있는 선인장, 용신목이 늘 자리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너무 누워 자라는 몬스테라 줄기를 잘라 물꽂이를 해뒀는데요. 계절이 좋아 화병이 금방 뿌리로 가득 찼네요.
욕실

마지막으로 욕실이에요. 욕실이 깔끔한 것이 좋아서 수납장이나 선반 없이 리모델링 했습니다. 대신 물건을 올려둘 수 있는 세면대를 설치했어요.
집안 분위기와 어울리게 톤 다운된 테라조 타일을 썼습니다. 물때 등 오염이 잘 보이지 않는 방향으로 선택했어요. 실제 표면에 물때도 잘 끼지 않고 시각적으로 오염이 잘 보이지 않아서 좋습니다.

약간 가격이 나갔던 세면대라 고민했었지만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어요. 비데일체 직수형 변기를 설치했는데 디자인이 심플해서 만족스러운 반면 수압이 약하기는 합니다.

욕실이 좁은 편이기도 하고 청소도 용이하게 물건을 많이 두고 있지는 않아요. 여분의 물건들은 모두 복도장에 수납하고 있습니다. 욕조가 필요할지 고민을 많이 했었지만, 혹시 반신욕을 즐기게 될까 해서 설치했는데 아직까지는 그 용도로 사용은 없었네요^^
마치며

여러분들이 저희 집을 어떻게 보셨을지 정말 궁금해요. 일반적인 인테리어가 아니라 낯설게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이 있듯 다양한 집들이 있다는 것을 오늘의집을 통해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저의 집들이가 그런 측면에서 하나의 예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아파트 1층이라는 공간이 생각하기에 따라 불편함이 많은 공간이지만 장점을 찾아 가꾸며 살아가고자 생각을 바꿔보니 아늑한 우리집이 되어 가더라구요. 똑같은 모양의 아파트 일지라도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따라 집은 모두 달라 보이는 것 같아요.
저희들은 아늑한 공간, 자연의 느낌을 좋아하고 대체로 게을러 청소 편의를 위해 물건을 많이 두고 살지 않는 그런 사람들인데 그것이 집을 통해 느껴졌나 모르겠어요.
지금 저는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이 집을 고친 저희의 관점을 발전시켜 언젠가 작은 마당이 있는 집에 살고자 하는 꿈이 있어요. 이 집은 제 집에 대한 바램의 중간 과정 정도 되는 집인 것 같아요.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잘 살아가 언젠가 새로운 집으로 다시 소개 드릴 때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저희 집 집들이를 봐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