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2주 만에 10만대 예약" 현대차 절반 가격 2,800만원에 테슬라 압도하는 전기차

◆ 베조스의 선택, 7000억 원 투자 받은 '슬레이트 오토'

미국 미시간주 트로이에 본사를 둔 전기차 스타트업 슬레이트 오토(Slate Auto)가 전기차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2022년 설립된 이 신생 기업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의 개인 투자 회사 베조스 익스페디션스(Bezos Expeditions)를 포함해 제너럴 카탈리스트(General Catalyst), TWG 글로벌(TWG Global) 등으로부터 시리즈 A와 B 펀딩을 통해 총 7억 달러(약 9800억 원)를 확보했다. 2024년 말 최종 펀딩 라운드가 마무리되면서 슬레이트 오토는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타트업 중 하나로 급부상했다.

이 회사가 내세우는 핵심 전략은 명확하다. 기존 전기 픽업트럭들이 6만~10만 달러를 호가하는 상황에서, 누구나 구매할 수 있는 2만 달러대 초저가 전기 픽업트럭을 시장에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베조스를 비롯한 대형 투자자들이 이 회사에 주목한 이유는 단순히 저렴한 가격 때문만이 아니다. 슬레이트 오토는 자동차를 '빈 캔버스'처럼 제공하고, 소비자가 직접 자신만의 차량을 완성하도록 하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다.

◆ 2인승 픽업에서 5인승 SUV까지, 무한 변신 모듈 플랫폼

슬레이트 오토의 첫 번째 모델인 '2027 슬레이트 트럭(Slate Truck)'은 기본적으로 2인승 전기 픽업트럭으로 설계됐지만, 단 몇 시간의 작업만으로 5인승 SUV나 쿠페형 패스트백 SUV로 변신할 수 있는 모듈형 구조를 갖췄다. 이러한 변신은 전문 공구나 기술 없이도 집에서 직접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차량 구매 후 언제든지 필요에 따라 바디 스타일을 바꿀 수 있다.

회사 측은 총 25가지의 '스타터 팩'을 제공하며, 여기에 바디 스타일, 리프트 키트, 휠 옵션, 랩핑, 데칼 등을 조합하면 사실상 무제한에 가까운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는 '블랭크 슬레이트(Blank Slate)'라는 가장 기본적인 구성부터 시작해 픽업, SUV, 오프로드 스타일 등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차량을 구성할 수 있다. 이는 기존 자동차 제조사들이 미리 정해진 옵션 패키지를 판매하는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법이다.

슬레이트의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퍼스널라이제이션(Personalization)' 구성기는 루프 캐리어, 스페어타이어, 서치라이트, 탈거형 도어, 그릴, 헤드램프 및 테일램프 디자인까지 세밀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사용자들은 이 온라인 도구를 통해 실제 구매 전 자신만의 디자인을 미리 시뮬레이션할 수 있으며, 주문 후에도 추가 액세서리를 구매해 계속해서 차량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 최소한의 기본만 제공하는 '아날로그 EV' 철학

슬레이트 오토는 테슬라로 대표되는 화려한 디지털 전기차와는 정반대의 길을 걷는다. 이 차량은 기본 사양에서 도장, 라디오, 추가 기능을 일체 배제한 '베어본(bare-bones)' 구성으로 출시된다. 대신 실내에는 직물 시트와 원형 다이얼 같은 단순한 요소들만 제공되며, 대시보드 중앙에는 고정형 디스플레이 대신 스마트폰 거치대가 기본으로 장착된다.

소비자는 색상, 다이얼 디자인, 매트, 페달, 스피커 위치, 태블릿 마운트, AUX 버튼, 블루투스 조이스틱 등을 선택적으로 추가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슬레이트는 3D 프린터를 활용해 암레스트, 도어 패널, 에어벤트 같은 부품을 직접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며, 창작자들을 위한 설계도와 기술 지원도 제공할 예정이다. 차량 키 역시 전통적인 스마트키가 아닌 가전제품 리모컨 형태로 설계돼, 자동차를 하나의 '스마트 기기'처럼 다루는 콘셉트를 강조했다.

이러한 DIY(Do-It-Yourself) 접근법은 단순히 비용 절감을 위한 것이 아니라, 차량을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계속 진화시킬 수 있는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슬레이트의 철학을 반영한다. 전기차이기 때문에 엔진룸 대신 전면에 넉넉한 프렁크(프론트 트렁크) 공간이 마련돼 있으며, 여기에 캐리어 2개 정도를 수납할 수 있다. 픽업 베드 공간과 실내 곳곳의 마운트 및 거치대를 활용하면 레저용, 상업용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 2만 달러대 초저가, 배터리 2종과 주행거리

슬레이트 트럭의 가장 큰 매력은 가격이다. 연방 전기차 세액 공제 7500달러(약 1050만 원)를 적용하면 2만 달러(약 2800만 원) 미만에 구매할 수 있으며, 세액 공제를 받지 못하더라도 약 2만7500달러(약 3850만 원) 수준으로 책정될 예정이다. 이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저렴한 전기차인 닛산 리프 S(2만9280달러)보다도 낮은 가격이다.

배터리는 두 가지 옵션으로 제공된다. 기본형은 52.7kWh 용량으로 EPA 기준 약 150마일(약 241km)을 주행할 수 있으며, 대용량 옵션은 84.3kWh로 240마일(약 386km)까지 주행 가능하다. 실제 주행거리는 기온, 지형, 운전 습관에 따라 달라지며, 추운 기후나 난방 사용 시 15~25% 정도 감소할 수 있다. 도심 중심의 일상 운행에는 240마일 버전이 충분한 여유를 제공할 것으로 평가됐다.

동력계는 150kW 출력의 단일 모터 후륜구동 방식으로, 약 201마력을 발휘한다. 현재는 사륜구동 옵션이 제공되지 않지만, 향후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안전 장비로는 견인 제어, 자동 긴급 제동, 에어백, 무선 키리스 엔트리, 후방 카메라, 보행자 감지, 자동 하이빔, 전방 충돌 경고 등이 기본 탑재된다.

◆ 인디애나 공장, 2026년 말 양산 목표

슬레이트 오토는 미국 인디애나주 워소(Warsaw)에 위치한 약 13만㎡(약 4만 평) 규모의 공장에서 차량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 시설은 2023년까지 인쇄 회사가 사용하던 곳으로, 각각 약 5만6000㎡ 규모의 생산 시설 2개와 사무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슬레이트는 2025년 여름 이 공장을 인수한 후 전기차 생산 설비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며, 2026년 1월 말 기준으로 시설 재구성 진행 상황을 영상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회사는 2026년 말까지 첫 고객 인도를 시작할 계획이며, 2027년 말까지 총 15만 대 생산 체제를 갖출 것이라고 밝혔다. 생산에 사용되는 부품 대부분은 미국산으로 조달될 예정이어서, 수입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 영향을 일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인디애나 공장 가동을 통해 수천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슬레이트 오토는 2025년 4월 24일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서 첫 공개 행사를 개최한 후 단 2주 만에 10만 건의 예약을 달성했다. 예약은 50달러의 환불 가능한 보증금으로 진행되며, 향후 정식 주문이 시작되면 전환될 예정이다. 제레미 스나이더(Jeremy Snyder) 최고영업책임자는 "슬레이트 브랜드 출시와 트럭에 대한 미국의 반응에 감사드리며,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기대된다"고 밝혔다.

◆ 한국 시장 진출 가능성은?

현재 슬레이트 오토는 미국 내수 시장에 집중하고 있으며, 한국을 포함한 해외 시장 진출 계획은 구체적으로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한국 자동차 부품 산업이 2024년 기준 미국으로 82억2000만 달러(약 11조 원) 상당의 부품을 수출하며 전체 부품 수출의 36.5%를 차지하고 있어, 슬레이트 오토 역시 한국산 전기차 부품을 공급받을 가능성은 열려 있다.

슬레이트의 모듈형 커스터마이징 전략은 개성을 중시하는 한국의 MZ세대 소비자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 특히 2900만 원대부터 시작하는 가격은 기존 전기차 대비 진입 장벽이 낮아, 첫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는 젊은 층에게 어필할 여지가 크다. 그러나 슬레이트 트럭은 좌측통행 사양 개발 여부, 국내 충전 인프라 호환성, 안전 및 환경 인증 등 한국 시장 진입을 위한 추가 과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현재 한국 정부는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 신흥 시장으로의 자동차 부품 수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향후 슬레이트 오토가 글로벌 생산 거점을 확대할 경우 한국 부품 업체들과의 협력 기회는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다만 당장 2026~2027년에는 미국 시장 안착에 집중할 것으로 보여, 한국 소비자들이 슬레이트 트럭을 직접 경험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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