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활제, 어디까지 써봤니?
요즘 성 윤활제, 뭐가 달라졌을까? 에디터가 직접 체험해봤다.
“써보면 확실히 다르다니까?” 몇 년 전 지인의 추천으로 반신반의하며 구입했던 성 윤활제. 구입 직전까지도 필요성과 효능에 의구심을 품었지만, 어느새 없으면 허전한 존재가 되어 이제 에디터의 침대맡 협탁에 항상 구비해둔다. 소위 ‘러브젤’이라 불리던 성 윤활제를 성인용품점이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비밀스럽게 구매하던 것은 이제 과거의 일. 소비자가 성 윤활제를 부끄럽고 숨겨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던 데서 벗어나 생필품으로 여기며 드러그스토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제품의 성분과 안정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성 소비자가 주 고객층으로 급부상하며 체레미 마카와 세이브, 인클리어 같은 헬스케어 브랜드는 물론 아로마티카, 어글리어스 같은 뷰티 브랜드까지 성 윤활제를 출시하고 있다. 파라벤과 색소 같은 유해 성분과 점막을 건조하게 하는 글리세린을 배제하고 질 내 산도를 깨뜨리지 않는 약산성 포뮬러를 적용하는 등 제품의 성분에 집중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질 내 유익균 밸런스에 도움을 주는 유산균을 더하고 2등급 의료 기기 인증을 받는 등 최근에는 한 단계 진화한 성 윤활제가 출시되는 추세. 제품의 제형도 달라졌다. 끈적임을 전혀 남기지 않고 피부에 깔끔하게 흡수되는 수용성 젤부터 실리콘 베이스를 이용해 극강의 윤활력을 자랑하는 제품까지 취향과 용도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시대를 역행하는 듯한 촌스러운 패키지에 딸기 향이 나는 ‘러브젤’은 이제 잊어도 좋다. 착한 성분과 업그레이드된 제형을 탑재한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성 윤활제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무(無)맛이 매력
아로마티카 라이프 센슈얼 글라이드
침대 옆에 당당히 세워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세련된 디자인. 물처럼 흐르는 워터 제형으로 피부에 끈적임을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흡수되지만, 윤활력과 유지력이 짧은 것이 조금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스트 제품 중 손이 가장 많이 간 제품이기도 하고, 데일리(?) 윤활제로 쓰기에도 제격이다. 펌핑형 용기로 사용이 간편한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장점. 100ml 3만2000원.
차원이 다른 유지력
체레미 마카 MD루브 실리콘
체험 제품 중 유일한 실리콘 베이스 윤활제. 수용성 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유지력이 강력해 소량만 사용해도 관계가 끝날 때까지 덧바를 필요가 없었다. 물속에서도 윤활력이 그대로 유지될 정도! 피부에 흡수되지 않는 실리콘을 사용하고 의료 기기 인증을 받은 제품이라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었다. 100ml 3만900원.
예민 보스를 위하여
세이브 인티메이트 내츄럴 수딩 젤 CranProB™
첫 사용 시 화한 느낌이 들었지만, 외음부부터 조금씩 발라 자연스럽게 섞이도록 하니 화끈거림이 사라졌다. 쫀쫀함과 산뜻함의 밸런스가 훌륭한 중간 점도의 제형이며, 유산균을 함유해서인지 사용 후 질 내 컨디션에 큰 변화가 없었다. 평소 작은 변화에도 분비물에 이상이 생기거나 만성 질염으로 고민한다면 추천하는 제품. 50ml 2만3500원.
토이 짝궁
인클리어 수용성 내추럴 젤
쫀쫀한 제형이 특징으로 수용성 윤활제 치고는 윤활력이 뛰어난 편이다. 부드러운 윤활감으로 토이와 함께 사용할 때 진가가 빛을 발한다. 제형의 반 이상을 콜라겐 추출물로 채워서인지 제형이 피부에 흡수되고 난 뒤피부에 불쾌하지 않은 촉촉함을 남긴다. 튜브 타입 용기에 펌핑기를 장착해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50ml 1만5000원.
향? 놓치지 않을 거예요
어글리시크 유기농 풋귤 이너젤 트래블키트
테스트 제품 중 향이 나는 유일한 제품으로 인공적이지 않은 은은한 귤 향이 매력적이다. 물처럼 흐르는 묽은 제형이 피부에 끈적거리거나 막을 씌운 듯한 잔여감을 남기지 않는다. 5ml씩 소분되어 있어 평소 파우치에 넣어 다니거나 여행할 때 사용하기 좋지만, 1회 사용량으로는 약간 모자란 느낌이 들었다. 양이 조금더 넉넉했다면 좋았을 듯. 50ml(5ml×10) 1만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