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뿐인 지구" 외친 지 54년...세계는 왜 같은 경고 반복하나

이한 기자 2026. 6. 4. 16:07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계 환경의 날 D-1] 스톡홀름 회의부터 기후시민회의까지
54년 전, 국제사회는 '하나뿐인 지구(Only One Earth)'라는 구호를 외치며 환경위기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그러나 반세기 넘게 지난 지금도 세계는 같은 메시지를 반복하고 있다.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앞두고 국내외 곳곳에서 '서둘러 기후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최근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를 출범하고 시민들의 기후정책 참여를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세계 환경의 날을 앞두고 국내외 곳곳에서 '서둘러 기후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탄소중립실천포털 등에 따르면 6월 5일은 UN이 지정한 '세계 환경의 날(World Environment Day)' 이다.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고 지구 보호를 위한 국제 연대를 독려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1972년 스톡홀름 UN인간환경회의를 기념해 제정됐는데, 당시 이 회의는 국제사회가 지구환경 보전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약속한 첫 번째 국제회의여서 의미가 깊다. 

"기후 행동에 대한 전 세계적인 호소"

환경의 날이 탄생한 배경에는 잇따른 환경 재난이 있었다. 1960년대 후반 세계 곳곳에서는 대기오염과 산업오염으로 인한 피해가 늘었다. 일본 미나마타만의 수은 중독 사태와 대규모 어류 폐사 등이 국제사회에 충격을 주면서 환경 문제를 국가 간 공동 과제로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열린 1972년 회의가 훗날 UNEP(유엔환경계획) 창설과 세계 환경의 날 제정으로 이어졌다. 이후 한국은 1996년부터 환경의 날을 법정기념일로 지정해 환경보호 캠페인을 개최해왔다.

UN 환경계획에서는 매년 주제를 정해 세계 각국 정부와 기구들이 환경보전 행사를 실시하도록 권고한다. 지난해에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이라는 주제로 열렸고, 2024년에는 '토지 복원, 사막화 및 가뭄 회복력'이 주제였다. 

2026년 세계 환경의 날 주제는 '기후 행동에 대한 전 세계적인 호소'다. 위기감을 느끼고 중요성을 인식하라는 메시지가 아니라 당장 움직이라는 의미다. 흥미로운 점은 54년 전 세계 환경의 날이 탄생할 당시의 문제의식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1972년 스톡홀름 회의의 대표 구호는 '하나뿐인 지구'였다. UNEP는 2022년 환경의 날 50주년을 맞아 같은 구호를 다시 사용했다. 반세기 이상 지났지만 국제사회는 여전히 같은 경고를 반복하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5년간 세계 환경의 날 및 국내 환경의 날 주제. (자료 기후에너지환경부)/뉴스펭귄

실제로 이런 호소는 이미 세계적으로 반복됐다. 미국 생태학자 폴 셰퍼드는 환경 문제를 물에 빠져 죽기 직전의 상황에 비유했다. 그는 "우리는 물에 완전히 빠질 때까지 거의 몇 인치만 남겨둔 채 머리만 간신히 내밀고 있다"고 언급하며 발 빠른 대응을 촉구한 바 있다. 

기후위기와 멸종위기에 대한 깊은 두려움이 없으면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환경 다큐멘터리 등을 다수 제작한 프랑스 작가 시릴 디옹은 "앞으로 인류에게 닥칠 일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면 당신은 순진한 낙관주의자거나 무모하게 용감무쌍한 자"라고 경고했다.

이런 지적들 역시 단순히 문제의식을 느끼고 목소리를 내라는 조언이 아니다. 수년째, 어쩌면 수십 년 이상 이어져 내려온 문제들을 이제는 서둘러 해결하라는 요구다. 
올해 세계 환경의 날 주제는 '기후 행동에 대한 전 세계적인 호소'다.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뉴스펭귄

기후행동, 시민 실천과 정부 정책 조화 이뤄야 

한국 정부도 그런 요구에 대한 움직임을 일부 보이고 있다. 정부는 환경의 날을 맞아 '대한민국 기후 시민 10가지 약속'을 발표했다. 탄소배출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리며 대중교통과 전기차 이용을 늘리고 건물 난방이나 온수를 전기화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플라스틱 감축과 자원순환 확대, 자연과의 공존, 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 등의 내용도 담았다. 

그러나 기후행동은 시민들의 실천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정책 집행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 부분에서도 움직임이 있었다. 지난 5월 29일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가 출범 후 첫 회의를 열었다. 이 위원회는 과거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역할을 이어가는 민관 합동 심의·의결기구다. 국가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주요 정책과 계획을 심의하고 그 이행 사항을 점검한다. 

당시 첫 회의에서는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53~61%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수립 이후의 부문별 추진 현황을 점검했다. 전기차 보급 측면에서는 올해 4월 누적 100만 대를 달성했고, 신차 중 전기차 비중이 22%에 이르렀다. 태양광은 올해 1분기 보급량이 1087MW로, 2024년 같은 기간(802MW) 대비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는 내용도 공유됐다. 위원회는 올해 상반기 한국형 녹색전환 전략을 수립하고, 하반기에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제2차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

시민 참여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장치도 마련됐다. 위원회는 시민들이 기후 정책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기후시민회의'를 운영할 계획이다. 지역·성별·연령을 고려해 선발한 220명의 시민참여단이 의제를 직접 발굴하고 숙의·토론을 거쳐 권고안을 마련한다. 기후부는 이를 "기존 공론조사의 단발성·정부 주도·정책반영의 한계를 보완하는 새로운 참여형 기후 거버넌스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기후 정책은 전력망 구축, 재생에너지 확대, 교통체계 개편 등 시민들의 생활 방식과 이해관계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전문가나 정부만으로 정책을 결정하기보다 시민들의 숙의와 사회적 합의를 확보하려는 시도가 세계적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기후 공론장의 선구적 모델로는 프랑스의 '기후시민협약'이 꼽힌다. 2019년 마크롱 대통령이 이른바 '노란 조끼 시위'로 촉발된 사회 갈등을 수습하기 위해 출범했다. 무작위 추첨으로 선발한 150명의 시민이 9개월간 숙의를 거쳐 100여 건의 정책 권고안을 프랑스 의회에 제출했다. 이후 권고안의 약 20%는 원문 그대로, 약 40%는 수정된 형태로 법제화됐다. 

기후시민협약은 단순한 여론 수렴을 넘어 정책 논쟁을 촉발했다. 시민들은 단거리 항공편 제한, 건물 에너지 효율 기준 강화, 광고 규제 등 기존 정치권이 쉽게 꺼내지 못했던 정책들을 권고안에 담았다. 기후 문제를 전문가나 정치인의 전유물이 아니라 시민 숙의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의회 단계에서 핵심 내용이 희석되고 정치권이 권고안을 선별적으로 수용했다는 비판도 남겼다. 

프랑스 사례가 남긴 교훈은 공론장 자체의 설계보다 권고안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는 이행 체계를 어떻게 담보하느냐였다. 전문가들은 기후시민회의가 제안하는 권고안이 실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구조를 명확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후행동은 시민들의 실천과 정부 정책 집행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2026년, 범국민 기후행동 원년" 

학교를 기후행동 거점으로 삼는 시도도 주목된다. 위원회는 전국 국공립 초·중·고 4378곳에 2030년까지 태양광 시설을 보급하는 '햇빛이음학교' 사업 추진계획을 논의했다. 학교 한 곳에 50kW 규모 태양광을 설치하면 연간 온실가스 31.49tCO₂eq를 감축하고 전기요금을 1000만 원가량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올해는 국공립 학교 552곳에 시범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해외에도 선례가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 국제학교는 건물 외벽 6000㎡ 이상을 1만2000개의 태양광 패널로 뒤덮어 연간 전력 소비량의 절반 이상을 자체 조달하며, 에너지 발전 현황을 학생들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교육 프로그램과 연계하고 있다.

한편, 5일 오후 4시 30분 잠원한강공원에서 2026 환경의 날 기념식과 대한민국 기후행동 출범식이 열린다. 

정부는 이번 출범식이 탄소문명에서 녹색문명으로의 전환을 상징하는 자리라고 규정했다. 화석연료 중심 사회에서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로의 전환 과정에 시민과 기업, 종교계가 함께 참여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출범식을 계기로 '대한민국 기후행동'이 본격 활동을 시작한다. 앞서 4월 28일 발대식을 개최한 대한민국 기후행동 준비위원회가 이름을 바꾸고 재편된다. 준비위원회는 올해를 대한민국 기후행동 원년으로 선언하고,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대전환을 위한 범국민 생활 실천 기반과 확산 방안을 논의해왔다. 정부는 이날 이후부터 기후행동 확산 방안을 논의하고 매년 활동 성과를 점검할 예정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이제는 모두가 절박한 마음으로 함께 행동해야 할 때"라며 "탄소중립·에너지 대전환을 위한 대한민국 기후행동이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올해 환경의 날이 실천을 문화로 확산시키는 범국민 기후행동의 원년이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