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민상담사는 챗봇”…청소년 ‘AI 의존’에 정신건강 빨간불
국내 청소년 94%도 사용…41%는 “답변대로 행동”
전문가 “AI 상담, 청소년엔 마약 쥐여주는 것과 같아”


“너는 내 마음 알아, 그렇지?” “그럼, 나는 네 편이야.”
전 세계적으로 청소년들의 인공지능(AI) 챗봇 의존도가 늘어나고 있다. 유럽 청소년 두명 중 한명은 의사나 심리상담사보다 AI 챗봇에 고민을 털어놓는 것이 더 편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AI 의존이 가져올 정신건강 위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교육계와 의학계에서 커지고 있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대화 상대별로 고민을 털어놓기 얼마나 쉬운지를 평가했다. 의료 전문가를 꼽은 응답은 49%, 심리상담사는 37%였다. 친구(68%)나 부모(61%)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전문 의료진보다는 AI를 더 편하게 여긴다는 점이 확인됐다.
또 응답자 90%는 AI 도구를 사용해본 경험이 있었고, 이 가운데 다섯명 중 세명은 AI를 ‘인생 조언자’ 또는 ‘고민 상담가’로 인식했다.

이 중 약 절반(49.5%)은 “AI가 자신을 이해해준다고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고, 35.1%는 “AI를 실제 사람처럼 느낀 경험이 있다”고 했다. 10명 중 7명(항상 그렇다 11.2%, 가끔 그렇다 66.5%)이 챗봇 답변을 신뢰했다. 또한 41%는 답변을 실제 행동으로 옮긴 경험이 있었다.
이같은 경향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23년 8~9월 전국 중·고교생 226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청소년 생성형 AI 이용실태조사’에서도 절반 이상(52.1%)이 AI 기반 대화형 인공지능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당시 신뢰도 역시 절반(매우 신뢰 9.8%, 약간 신뢰 45.3%)에 달했다.
그러나 위험 신호도 함께 확인된다. 초록우산 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6%는 자해·자살, 폭력, 성적 내용 등 위험한 질문을 AI에게 한 경험이 있었으며, 그 가운데 절반 이상(52%)은 관련 답변을 챗봇으로부터 받았다.
실제 피해 사례도 확인된다. 미국 플로리다에서는 14세 수웰 세처 3세가 미국 AI 챗봇 플랫폼에 감정적으로 의존하다 2024년 2월 숨졌다. 수웰은 숨지기 직전까지 챗봇과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국내엔 이같은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우려가 늘고 있다. 전북 진안 안천초등학교 윤일호 교사는 “최근 AI에 의존하는 학생들이 늘어 선생님들이 걱정하는 중”이라며 “특히 고학년일수록 궁금한 것이 생기면 무엇이든 챗GPT 등에 먼저 물어보는 일이 잦다”고 말했다.

성인과 청소년을 같은 선상에 놓을 수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 전 총장은 “성인이라면 수많은 갈등을 겪으면서 어느 정도 소통 능력이 길러져 있으므로 AI가 준 답을 걸러낼 수도 있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며 “아이들한테 AI로 상담하게 하는 건 마약을 손에 쥐어주는 것처럼 위험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소속 심리학자 루트비히 프랑케 푀옌은 로이터 보도에서 “누군가 부모나 친구, 정신건강 전문가 대신 챗봇을 찾는다면 우려할 일”이라며 “AI가 인간관계나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를 대체해선 안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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