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시선이 쏟아진다… 오백나한과 마주하는 특별한 사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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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창원시 ‘삼밀사’가 자리한 ‘장복산’)

바위 뒤, 숲길 끝, 바람이 멈춘 어느 순간, 그 앞에 수백 개의 표정이 나타난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 장복산 자락의 작은 암자 ‘삼밀사’에는 바람보다 조용한 돌들이 있다.

높지도, 크지도 않은 이 사찰에서 가장 눈을 끄는 건 화려한 전각도, 웅장한 대웅전도 아니다. 바로 사찰 뒤편에 조성된 500기의 석조 오백나한상이다. 하나하나 표정이 다르고, 자세도 다르다.

어떤 나한은 눈을 감고 있고, 어떤 이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장엄하지 않아서 오히려 더 오래 시선이 머문다. 여름철 뜨거운 햇볕을 피하기 위해 찾은 사찰에서 오히려 발길을 멈추게 만드는 건 이 신비로운 조각들이다.

계곡도 폭포도 없는 산중 암자에서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기는 건 거대한 침묵 그 자체다. 나무 그늘 아래 돌의 표정을 바라보는 경험은 여느 관광지에서 찾기 힘든 감각이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창원시 ‘삼밀사’)

올여름, 잠시 조용한 여유를 느끼고 싶다면 삼밀사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삼밀사

“편백숲·사천왕문·오백나한까지, 여름철 조용한 산사 삼밀사”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창원시 ‘삼밀사’가 자리한 ‘장복산’)

경상남도 창원시 진해구 장복산길 56-42에 위치한 ‘삼밀사’는 장복산 중턱에 자리한 소규모 사찰이다. 사찰 입구에서 본격적인 경내까지는 약 500미터 정도의 거리이며, 길 양쪽으로는 울창한 편백 숲이 이어진다.

산길이지만 경사는 완만한 편이라 천천히 걷기 좋고, 숲 그늘 덕분에 한여름에도 비교적 쾌적한 온도를 유지한다. 입구에는 2층 누각 형태의 대문이 서 있다.

이 구조물은 일주문과 천왕문, 범종루의 역할을 모두 수행하는데, 1층은 사천왕상이 배치돼 있으며 2층은 종루로 활용되고 있다. 누각 위에는 ‘장복산 삼밀사’, 아래에는 ‘천왕문’이라는 한글 현판이 걸려 있어 다른 사찰과는 다른 정서가 느껴진다.

사찰을 조금 더 오르면 양쪽에 상징적 석조물들이 놓여 있다. 한쪽에는 십이지신상이, 다른 한쪽에는 포대화상이 서로를 마주 보며 배치되어 있다. 이 둘 사이를 지나 경내로 진입하면 삼밀사의 가장 독특한 조형물인 ‘석조 오백나한상’을 마주하게 된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창원시 ‘삼밀사’)

암자 뒤편에 자리한 이 조각군은 개별적으로도 완성도가 높고 전체 배열 또한 의도적으로 배치되어 있어 마치 하나의 석조 미술관처럼 구성되어 있다.

조각들은 대부분 사람 키 높이보다 낮은 크기로 제작돼 있지만, 조형미와 상징성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인위적인 연출이 배제된 배경 속에서 이 오백나한상은 고요하게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삼밀사는 비교적 규모가 작아 관광지로 크게 부각되진 않았지만 오히려 그 점이 조용한 방문지로서의 가치를 높여준다. 경내 곳곳은 정돈되어 있으며 전체적으로 개방감 있는 배치 덕분에 답답함이 없다.

편백숲을 지나 사찰에 도착하고 다시 나한상을 돌아보는 동안 큰 경사나 거친 지형 없이도 산사의 분위기를 충분히 체감할 수 있다. 여름철 무더위를 피해 한적한 사찰을 찾는다면, 군더더기 없는 이 구조와 배치가 오히려 만족도를 높인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편백나무)

삼밀사는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입장료는 없다. 주차는 사찰 인근에 가능하며 별도 요금은 부과되지 않는다. 혼잡한 여름철 인기 사찰과 달리 이곳은 비교적 한적한 편으로, 가족 단위나 조용한 산책을 원하는 이들에게 특히 적합하다.

말없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500기의 돌조각 사이를 천천히 걷다 보면, 잠시 멈추고 싶은 여름날 한가운데 이곳이 떠오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