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호선 따라걷기 - 세이브 포인트 부터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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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고 오시는 편이 좋습니다.
지난 5월 23일 밤 9시 30분에 지하철 2호선 잠실역부터 시작해서 시계방향으로 크게 돌아 을지로4가역까지 걷고 2호선 완주는 포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후 나름대로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보완해서 다시 걸었습니다.
1. 피로누적 : 5월 23일 당일 퇴근 후 바로 걸었다는 점. (휴식 부족 + 밤샘 걷기)
2. 신발 : 지난 번에 신었던 신발은 살짝 사이즈가 크면서도 끈이 없는 타입이라 결국 물집이 잡힘.
3. 중간 휴식 및 에너지 섭취 부족 : 완주에만 목적을 두고 걸어서 쉬는 시간을 적게 가졌었음.
이 3가지 큰 실패요인을 반성하고 이어서 걸어보았습니다.
A사의 리커버리 슈즈 입니다. 지난 번에 신었던 신발보다 확실이 밑창이 두껍고 푹신푹신 합니다.
신발끈으로 흔들리지 않게 꽉 조일 수 있었습니다.
왼쪽 아래 워터마크로 찍은 시간을 남겼습니다.
지난 번 탈출했었던 을지로4가역에서 시작합니다.
세이브포인트라고 생각하고 잠실역까지 걷겠습니다.
동대문 역사문화 공원역입니다.
동대문의 새로운 랜드마크지만 아직까지 내부 구경은 못해봤습니다.
90년대 후반에 신당동 떡볶이가 유행했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요즘은 떡볶이 프랜차이즈가 많아서 신당동떡볶이의 위상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확실히 아침에 걸으니 체력 부분에서 부담이 없습니다.
하지만 분위기 측면에서는 지난 번처럼 야심한 밤에 조용히 걷는 것이 더 좋았습니다.
크고 복잡한 왕십리역이지만 아직 시간이 일러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걷기 시작 50분 조금 지나서 도착한 맥도널드 한양대역점입니다.
아침 먹으러 오는 학생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맥모닝으로 배를 채우고 천천히 쉬다 다시 걸었습니다.
이번에는 지난 번과 다르게 많이 먹고 쉬려고 했습니다.
여차하면 먹으려고 소화제도 챙겼지요.
2호선은 지상구간이 상당히 많습니다.
아마 한양대역부터 잠실나루역까지 지상구간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2호선 따라 걷는데는 편하지만 미관상 보기에는 영 아니었습니다.
집이 5호선 하남시 미사역 근처인데 작년 봄에 성수역까지 걸어온 적이 있었습니다.
대략 22키로미터 였던 것으로...
근처에 백종원 프랜차이즈인 고투웍이 있다고 무지성으로 걸어왔었죠.
2002년 월드컵 스페인전을 대학친구들과 건대 앞 맥주집에서 봤었습니다.
경기종료 후 난리가 났었죠. 사람들이 도로로 뛰어나와서 춤추고,
밀가루 사와서 공중에 뿌리고 콜라 흔들어 터뜨리고,
어찌보면 폭동처럼 보일 수 있었던 그런 광경이 연출되었었죠.
거리상으로 대략 8~9키로미터 걸어왔습니다.
강변역 근처 빽다방에서 달달한 음료한잔 마셔줍니다.
을지로4가역부터 강변역까지가 대충10키로미터입니다.
한강을 건너 잠실나루역까지 쉴 곳이 없으니 여기서 체력을 보충해야 합니다.
강변역으로 들어가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잠실철교를 건넜습니다.
잠실철교 위 보행자 도로는 좁고, 바로 옆에서 2호선 열차가 지나가기 때문에
안전펜스가 있었음에도 매번 아찔하더군요.
휴일이라 그런지 자전거타고 잠실철교 건너가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대충 20분 걸어서 한강을 건넜습니다.
조금 더 걸어 잠실역까지 가면 지난 번 기록과 합쳐 2호선 완주가 됩니다.
잠실역입니다.
저번에 어떻게든 참고 13키로미터만 더 걸었으면 2호선 완주 끝내고
다시 나올 일 없이 쉬고있었을텐데... 라는 생각이 스쳐갔었습니다.
하지만 그땐 왼쪽 발바닥 물집이 크게 잡혔고 양쪽 허벅지가 심하게 아파서
제대로 걷기 힘든 상황이었기에 을지로4가역에서 포기했었죠.
지난 번 세이브포인트 을지로4가역 부터 다시 걸어 잠실역까지 왔으니 2호선 따가걷기 엔딩을 보았습니다!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구경 좀 하고 집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
?????
그렇습니다.
뉴게임+ 시작했습니다.
슬슬 햇볕이 뜨겁고 기온도 오르기 시작합니다.
미리 발랐던 선크림이 효과가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서초대로는 저번에도 얘기했지만 걷기 좋습니다.
인도도 넓고, 대형빌딩 앞 자체 휴식공간도 좋고, 편의점도 많습니다.
여유있게 걷고 쉬고 가능합니다.
서초대로는 끝났고 이제부터 언덕길의 연속입니다.
그 전에 점심식사를 든든히 해야죠!
저번에 걸을 때는 이미 늦은 밤이라서 그냥 지나친 영양센타 라는 닭집에 들렸습니다.
뭔가 촌스러운 이름이지만 그럴만 한것이 1960년도에 세워진 프랜차이즈니까요.
이곳은 본점은 아니고 지점인데 매장이 넓고 깔끔하고 좋았습니다.
위 사진의 통닭정식이 국내 유일무이한 이곳만의 메뉴입니다.
통닭정식만 팔지는 않고 4종류의 삼계탕과 닭죽도 같이 팔고 있습니다.
치킨이 빠지고 돈까스가 있었다면 전형적인 8~90년대 경양식 구성이죠.
닭은 삼계탕용 닭 사이즈로 매우 작습니다.
오른쪽의 스프 그릇과 비교해도, 모닝빵과 비교해도 작죠.
스프는 일반적인 크림스프에 닭가슴살이 들어있는 구성입니다.
밀가루와 버터를 볶아 만드는 정통식 크림스프는 아니고 아마도 가루스프에
닭육수를 섞어 만든 것으로 짐작됩니다.
빵이 따뜻할 때 반으로 갈라 버터를 바르고 케요네즈 양배추 샐러드를 넣어 먹습니다.
치킨무는 큼지막하게 3조각인데 시원하니 맛있었습니다.
닭이 사이즈 작은 것이 아쉽게 바삭촉촉해서 맛있었습니다.
이미 22키로미터 넘게 걸어서 피곤한 것도 있었고 맛도 있어서 정신없이 먹었습니다.
깔끔하게 비웠습니다.
다만 양이 부족해서 다른 메뉴를 추가해서 먹어야 되나
조금 더 걷다가 다른 곳에서 다른 것을 먹을까 고민을 합니다.
두둥!
삼계탕은 부담스럽고 치킨을 먹자니 시간이 꽤 걸릴것 같아서 닭죽을 추가 주문했습니다.
사장님이 손님도 많이 빠졌으니 넓은 곳으로 앉으라고 자리를 바꿔주셨습니다.
통닭정식을 다 먹고 닭죽을 새로 주문했을 때 서빙하시는 여사님이 테이블을 정리해주셨는데
카운터에서 계산만 하시던 사장님은 아직까지 식사 안나와서 계속 기다리고 있는 줄 아셨답니다.
닭죽이 나왔습니다.
닭고기 살만 들어있을 줄 알았더니 반계탕마냥 닭 반토막이 뼈채 들어있었습니다.
죽이지만 뚝배기에서 펄펄 끓고 있어서 숟가락으로 계속 저어주지 않으면 누룽지가 생기더군요.
뜨거운 것을 잘 못먹어서 물을 반컵 붓고 소금으로 간을 맞춰 먹었습니다.
아까의 치킨무와 다르게 깍두기는 갓 담근것인지 무의 매운맛이 강해서 몇 점 안먹었습니다.
싹 비우고 충분히 쉬었으니 다시 걸어야죠.
이때 이후로 여러 카페, 편의점에 들려 음료와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는데
그때는 지쳐서 사진찍을겨를 없이 먹어버려 사진이 없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아쉽네요.
방배 > 사당 > 낙성대 > 서울대입구로 이어지는 언덕구간이 체력을 많이 깎아먹습니다.
이후로도 몇 군데 언덕길이 있지만 이곳만큼은 아닙니다.
기온이 30도를 넘었고 구름 조금있는 맑은 날씨여서 더위와 싸우며 걸어야 했습니다.
다행히 바람은 조금씩 계속 불어왔습니다.
결과적으로 아침에 바르고 나왔던 선크림이 효과가 있었습니다.
지난 번과 길을 다르게 걸어서 이번에는 도림천과 조금 떨어져서 걸었는데
심심하니 재미는 없었습니다.
지난 번 저를 곤란하게 했었던 신도림역입니다.
그때는 지하통로를 막아서 빙 돌아갔어야 했었지만 지금은 열려있고
사람들도 많이 지나고 있었습니다.
1번 출구 근처 공원에서 한참을 쉬었습니다
쉬는동안 처음으로 양말까지 벗고 발 마사지를 해줬고,
(주변 사람들도 신발 벗고 편하게 쉬는 분위기였습니다.)
발목과 종아리 부분에 파스를 붙였습니다.
을지로4가역부터 계산하면 여기가 35키로미터 넘는 지점입니다.
피로가 쌓이고 있었지만 버틸만 한 수준이었습니다.
잠실역에서 시작하면 영등포구청역이 50% 되는 절반 지점입니다.
저번에는 여기서 포기하고 집으로 도망갈까 생각할 정도로 힘들었었는데
이미 7~8키로 더 걸었음에도 무난했습니다.
어느덧 저녁 6시가 넘었고, 식사시간이 되었지만 딱히 뭔가 먹고싶다는 생각은 안들었습니다.
영양센타 이후로 편의점과 카페에서 음료로 배를 계속 채운탓도 있을테고
몸이 지쳐서 식사를 거부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양화대교 건너기 전에 식사를 하고 쉬었다 갈 생각이었는데 그냥 계속 걸었습니다.
저번에는 해가 뜰 시점에 양화대교를 건넜는데 이번에는 해가 질 무렵에 양화대교를 건너게 되었습니다.
아직 갈길이 많이 남았지만 벌써 다 온것과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어디를 얼마나 걸어야 되는지 경험으로 각인이 된 탓일까요?
인싸 젊은이들이 쏟아져 나왔던 홍대 > 신촌 구간입니다.
저 같은 방구석 뒷방 아저씨는 사람들이 무섭습니다.
사진으로도 해가 지고 있음이 보입니다.
수 많은 인싸 무리들도 수가 줄어들었습니다.
여기서부터 충정로역까지 오르막길입니다.
점심을 먹었던 영양센타에서 나올 때 소화제를 하나 먹고 나왔는데도
배고픔이 없고 약간의 갈증만 지속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번 저를 괴롭혔던 허벅지 통증도 하나 없네요.
충정로역과 시청역 사이의 열차 건널목입니다.
지금 보니 감성있네요.
시청역 근처 편의점에 마실 것 사러 갔었습니다.
시청광장에 있던 사람들이 들르는 것인지 편의점에 사람이 많아서 놀랐습니다.
근처 간단한 분식집이나 국수집 있었으면 한 끼 먹을까 했는데 없어서 마저 걷습니다.
진짜 끝!!
목표로 했던 2호선 당일치기 한 바퀴 걷기가 끝났습니다.
해냈다! 끝났다! 신난다! 라는 기분보다는
얼른 집에가서 쉬자라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지하철 5호선 타고 미사역까지 대략 40분인데 35분가량 서서 갔었습니다. ㅠㅠ
도착해서 삼성헬스 어플로 찍은 스샷입니다.
걷기 종료를 안눌러서 일시중지라고 나왔습니다.
순수 걷는 시간만 9시간 33분 기록했습니다.
55키로미터를 걸었습니다.
걸음수와, 운동칼로리가 바로 위 스샷과 다르게 나오는데 그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이제 2호선 따라걷기는 다시 안할 것 같고,
다른 루트를 찾아 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