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현 감독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엔트리 최대한 투명하게”
“리그에 부정적 영향 주면 안 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 진출의 감격을 뒤로한 류지현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55)이 다시 아시안게임 준비에 돌입했다. 한국 야구는 오는 9월 열리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대회 5연패에 도전한다. 류 감독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하면서 WBC 경험담, 아시안게임 각오 등을 전했다.
류 감독에게 WBC는 긴 압박의 시간이었다. 대표팀을 준비하는 동안 체중이 6㎏이나 빠질 정도로 부담이 컸다. 특히 조별리그 마지막 호주전은 대표팀 사령탑으로서 가장 힘겨운 경기였다. 한국은 당시 ‘5점 차 이상 승리·2실점 이하’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만 8강에 오를 수 있었다. 류 감독은 “단순히 이기는 것만으로 해결되는 경기가 아니었다”며 “선수들이 그 부담을 이겨낼 수 있을지 걱정이 컸다”고 돌아봤다.
대표팀은 경기 초반 예상치 못한 변수까지 맞았다. 선발 손주영이 불편한 어깨 탓에 1이닝 만에 교체됐다. 류 감독은 “호주 타선이 좌완에 약하다는 데이터를 보고 손주영을 호주전에 맞춰 준비시켰다”며 “3이닝 정도만 막아주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에서 팀을 구한 것은 최고참 노경은이었다. 류 감독은 “노경은이 분위기를 완전히 잡아줬다”면서 “사이판 캠프 때부터 가장 먼저 몸 상태를 끌어올리며 팀 분위기를 이끌었던 선수”라고 말했다.
직전 대만전 패배는 류 감독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그는 “숙소로 돌아와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감독이 계속 무너져 있을 수는 없었다. 바로 전력분석실로 가 마지막 호주전 준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이번 대표팀에서 ‘존중’과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는 “감독이 선수들을 먼저 믿고 다가가야 팀도 단단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선수들도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줬다”고 말했다.
부상 악재가 이어졌던 상황에서도 류 감독은 남아 있는 선수들을 먼저 바라봤다. 원태인과 문동주가 부상으로 이탈했고, 한국계 메이저리거 라일리 오브라이언의 합류도 무산됐지만 공개적으로 아쉬움을 드러내지 않았다. 류 감독은 “대표팀에 뽑힌 선수들이 최고의 선수들이라고 계속 이야기했다”며 “빠진 선수들 이야기를 하는 건 지금 뛰는 선수들에게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제 대표팀 시선은 아시안게임으로 향한다. 아시안게임 엔트리 선정은 민감한 문제다. 대회 기간에도 KBO리그가 진행돼 선수 차출이 곧바로 구단 전력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류 감독은 “엔트리는 최대한 투명하고 공정하게 결정돼야 한다”며 “대표팀과 구단 간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류 감독은 “WBC를 준비하며 대표팀 성적이 리그 분위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면 안 된다는 책임감을 크게 느꼈다”면서 “다행히 8강 진출로 팬들에게 감동을 드릴 수 있었던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WBC와 아시안게임은 또 다른 부담과 책임감이 있다”며 “국가대표 유니폼은 항상 특별하다. 스트레스를 알면서도 모두가 다시 입고 싶어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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