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순간은 다시 오지 않을 테니
매 순간 최선을 다하자. 많은 사람이 다짐하지만 실제로 매 순간 최선을 다했노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수많은 사람이 마운드 위의 자신을 바라보는 게 긴장될 법도 한데 빨간 볼의 소년은 말갛게 웃으며 확신에 찬 눈빛으로 이렇게 말했다. “야구 하면서 이런 순간이 얼마나 오겠어요?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즐기는 거죠!” 노력하는 사람은 재능 있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재능 있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데, 부단히 노력하는 재능 있는 선수가 야구를 즐긴다. 공 하나의 소중함을 알고, 자신에게 온 기회의 소중함을 안다. 누구보다 단단한 내면이 받쳐주는 이 성장의 끝은 과연 어딜까?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Junghee Lee Location Gwangju-KIA Champions Field

시즌이 끝나고 어떻게 지냈나요? (1월 25일 인터뷰)
이곳저곳 다녔어요. 일본도 갔다 오고, 광주에서 훈련하고, 서울에 있다가 미국도 다녀오고 바쁘게 지냈어요.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에서는 특별한 일은 없었나요?
제가 APBC(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예비 명단에 있어서 중간에 다시 귀국해야 했어요. 명단이 확정되고 나서는 바로 광주로 넘어와서 운동했죠.
미국 시애틀 드라이브 라인에도 다녀왔어요. 가서 어떤 훈련을 했나요?
좋은 기회가 생겨서 미국에 가게 됐어요. 몸에 센서 같은 걸 붙이고 영상을 찍어서 제 투구폼에서 어떤 부분을 보완하면 좋겠다고 과학적으로 설명을 해주더라고요. 제게 부족한 부분을 찾고 그에 맞는 훈련법을 알려줬습니다. 같이 간 형들도 일정은 달랐지만 같이 훈련해서 너무 재밌었습니다.
그동안 했던 훈련법과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기존 훈련법과 차이가 큰 건 아닌데 저로 예를 들자면, 저는 공을 던질 때 몸이 열려 있는 편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열려 있는 몸을 닫는 운동을 주로 했죠. 그런 식으로 각자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알려줘서 재밌게 훈련하고 왔습니다.
조금 일찍 마무리하긴 했지만, 처음으로 프로 한 시즌을 온전히 소화했어요. 체력적인 면에서는 어땠나요?
솔직히 처음 시작할 때는 체력이 크게 중요하다곤 못 느꼈어요. 근데 여름이 지나고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힘들어졌어요. 중후반부터 몸이 너무 지친다는 걸 느껴서 확실히 체력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죠.
그럼, 체력 보강 운동을 더 할 계획인가요?
그렇죠. 체력도 늘려야 하고, 한 시즌을 경험해 본 만큼 올해는 작년보다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2023시즌에 공을 많이 던진 편이에요. 지금 몸 상태는 어떤가요?
너무 멀쩡하죠. 얼른 시즌이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빨리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고 싶어서 시즌이 시작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몸도 지금 아주 좋은 상태고, 힘들거나 피로가 쌓였다거나 하는 것도 없어요.
스스로 느끼기에 2023시즌은 어땠나요?
반반입니다. 50% 정도 만족해요. 잘했다고 해주시는 분들도 많았지만 저는 만족하지 못했고, 더 잘할 수 있는 경기도 많았다고 봅니다. 부족하지 않았나 싶지만 2024시즌을 위한 발판이라고 생각해야죠.
그래도 스무 살 첫 시즌이었는데 50점은 너무 짠데요?
제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한 부분에서 아쉬운 게 많았어요. 평균자책점이나 볼넷 개수 같은 지표에서요. 특히 평균자책점을 3점 대로 마무리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게 가장 아쉽습니다.
스프링 캠프에서는 어떤 점을 위주로 보완할 예정인가요?
일단 공을 던지고 타자들도 상대하면서 실전 감각을 찾으려고요. 제가 부족했던 점이나 추가해야 할 점들을 연습하면서 시즌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호랑이가 되기까지
프로에 입성했던 순간으로 돌아가 볼게요. 1라운드 전체 2번으로 KIA 타이거즈에 지명됐는데 지명된 순간 어떤 기분이었나요?
결과를 미국에서 확인했어요. 거의 처음으로 이름이 불린 것이다 보니 되게 기뻤죠. 그때 네이버에서 저를 한참 띄워주던 시기였지만, 저는 이름이 불리기 전까지는 아직 모른다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는데 조금이라도 빠르게 불려서 정말 기뻤습니다.
U-18 국가대표 친구들이랑 같이 본 거죠? 친구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모두가 축하해줬죠. 그때 같이 봤던 친구들도 이름이 다 빨리 불려서 서로 축하해 주고 다들 신나 있었어요. 그때가 미국 시각으로 새벽이었거든요. 새벽 1시인가 2시였고 마침 다음 날 시합도 있어서 빨리 자야 했지만, 일생에 한 번밖에 없는 경험인데 안 볼 수 없잖아요? 그래서 따로 방을 나눠서 방마다 모여서 봤는데 방에서 서로의 이름이 불릴 때마다 막 소리 지르고 그랬어요. 결국 호텔에 민원이 들어왔다 하더라고요. (머쓱)
어떤 선수와 같은 방에 있었나요?
그때 저랑 (김)정운이랑 (송)영진이랑 (신)영우, 이렇게 넷이 보고 있었어요. 다들 빠른 순번에 지명을 받아서 다행이었죠.
4월 15일, 고척에서 첫 데뷔전을 치렀어요. 기억나나요?
잊을 수 없죠. 가장 잊을 수 없는 경기가 데뷔전이에요. 처음으로 프로에 입성한 순간이기 때문에 더 와닿아요. 사실 그때 결과가 그리 좋지 않았는데 던지는 것만으로 기뻤거든요.
내려갈 때 팬들이 해준 엄청난 호응이 기억나나요?
당연히 기억나죠. 내려올 때 환호해 주시고 박수도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할 따름이었어요.
홈구장인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의 첫 등판은 어땠어요?
그때도 생생히 기억나요. 4월 21일이었어요. 4.2이닝을 던지고 중간에 내려온 날이었습니다. 사실 5이닝을 채우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경기에 이겨서 기뻤던 기억이 있어요. (아웃 카운트 하나만 더 잡고 싶다고 어필해보지 그랬어요!) 그래도 팀에서 교체하자고 한 거고 저도 아직 경기가 어려울 때라 아쉬운 마음을 안고 내려왔습니다.
5월 3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는 첫 승을 기록했어요. 특히 그날 2회 2사 만루 상황에서 삼진을 잡고 포효하면서 내려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때는 제가 삼진을 잡은 게 기뻤던 마음에 그렇게 한 건데 영상을 보니까 좀 이상하게 나오더라고요…? ‘아, 하지 말걸’ 하고 후회도 하긴 했는데, 그때 당시에는 무척 기뻤어요. 위기 상황을 막았다는 안도감도 있었고 그래서 그런 리액션이 나오지 않았나 합니다.
첫 승 공은 어떻게 보관하고 있나요?
첫 삼진 공과 같이 광주 집에 고이 모셔두고 있습니다. 코치님들이 ‘첫 승’, ‘첫 삼진’ 이렇게 적어주셔서 제 책상 옆에 나란히 보관하고 있어요.
한 시즌을 지나며 많은 선배 타자를 상대해 봤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은 타자가 있나요?
너무 까다로운 타자도 없었고, 그렇게 쉬운 타자도 없었어요. 모두 1군에서 뛰고 있는 선배님들이시니 타자가 누구라고 의식하지 않고 매 순간 집중해서 던졌거든요. 기억에 남은 타자는 없었는데 특이하게 제 기록이 좌타자한테 좀 더 안 좋은 건 있죠. (웃음)

#선(先)배와 선(宣)배
타이거즈에 유독 좌완 투수들이 많은데, 선배들에게는 주로 어떤 조언을 얻나요?
선발 투수만 해도 (양)현종 선배님이랑 (이)의리 형이 있다 보니까 경기를 운영할 때 어떤 식으로 하시는지도 물어봐요. 선배님들이나 형들이 시합에서 던지는 것도 직접 지켜보면서 ‘이 상황에는 이런 공을 던지는구나’ 느끼다 보니 이제는 굳이 안 물어봐도 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돼요.
2024시즌에는 어떤 구종에 중점을 둘 예정인가요?
작년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근데 제가 미국에서 커터를 배워왔어요. 지금 연습 중인데 시즌 때까지 완성해 보려고 하는 중입니다. 처음 센터에 갔을 때 ‘피치 디자인’이라고 공의 무브먼트를 체크하는 시스템이 있었는데, 제가 던지는 슬라이더가 커터형으로 짧게 휘는 변화구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원래 던지던 슬라이더를 커터로 만들고 새로운 슬라이더를 하나 만드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을 받아서 지금보다 횡적 움직임이 더 큰 스위퍼 느낌의 슬라이더를 하나 만들어 왔습니다. 지금 연습하고 있어요!
지난해 고졸 신인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어요. 올 시즌의 목표 이닝이 궁금한데요?
항상 현종 선배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너무 욕심내지 말아라’라는 거예요. 제가 작년에 120이닝 정도를 던졌는데, 올해부터 한두 시즌 동안 갑자기 규정 이닝을 던진다고 해서 누가 인정해 주는 건 아니라고, 한 시즌마다 10에서 15이닝씩만 늘려가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래서 올해 목표는 135이닝입니다. 그렇게 조금씩 늘려나가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선배 투수들의 공 중에 ‘이 선수의 공은 너무 탐난다’ 싶은 구종이 있다면 어떤 건가요?
저는 현종 선배님의 전성기 슬라이더가 가장 탐나요. 그땐 제가 TV로 보고 있었는데 볼 때마다 ‘저 공은 대체 어떻게 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좋았거든요. 배울 수 있다면 그걸 배우고 싶어요. (근데 ‘전성기’라면 지금은…? 양현종 슬라이더는 한물갔다?) 그건 아니죠! (당황) 그렇게 모함하시면 안 돼요. 큰일 나요!
양현종은 어떤 선배인가요?
범접할 순 없지만, 너무 좋은 선배님이요. 늘 챙겨주시고 경기 던지고 내려오면 ‘오늘은 어떤 점이 좋았고, 이 부분이 부족했던 것 같아’ 이렇게 말씀해 주세요. 매 경기를 세세하게 보시고 말씀해 주시니까 저로서는 매 경기 배우는 느낌도 들고요. 선배님께서 던지시는 걸 보면서 얻어가는 게 많으니까, 제게는 정말 좋은 선배님입니다.
많은 선배가 그렇겠지만, 그래도 특별히 아껴주는 선배가 있다면 누군가요?
모든 선배님이 다 잘 챙겨주시지만, 저랑 나이가 비슷한 형들이 초반에 적응하는 걸 잘 도와줬어요. (최)지민이 형, 의리 형, (정)해영이 형, (김)기훈이 형… 많은 형이 먼저 다가와서 챙겨주셨습니다. 가끔 만나서 밥도 사주시고요.
디셉션과 컨트롤이 호평받는데, 스스로 생각하는 내 장점은 뭔가요?
제 장점은 경기 운영 능력이에요. 물론 디셉션이나 컨트롤 덕분에 더 빛나는 거기도 하지만, 어떤 식으로 타자를 잡을지를 항상 고민하거든요. 생각한 대로 됐을 때 더 기쁘기도 해서 경기 운영 능력을 장점으로 꼽고 싶어요.
구속을 올리고 싶은 마음도 있나요?
언젠가는 조금씩 올려야겠죠. 지금 이 구속으로도 한 시즌을 치렀지만, 분석을 당하면 더 많이 맞을 수 있으니까 구속을 올리고 싶은 마음이 있긴 하죠. 그래도 아직은 아니라고 봐요. 구속을 올리려고 무리하기보다는 천천히 발전해 나가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구속이 아무리 빨라도 제구가 안 되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또 요즘에는 150km/h를 던져도 타자들이 다 치다 보니 오히려 제구에 더 중점을 두고 싶어요.

#온앤오프
아까 얘기한 U-18 국가대표 친구들하고는 아직 연락하고 지내요?
카톡방이 있어서 자주 연락하고요. 시즌 끝나고는 따로 모이고 있어요. 저녁에 만나면 밥 먹고 놀다가 오락실, PC방, 당구장 같은 곳에 갑니다. 그 친구들 중엔 제가 당구를 잘 치는 편이기도 해요. 그 외에도 그때그때 모이는 지역에 재밌는 게 있으면 해보는 편이고요. 여행은 아직 간 적이 없어요. 인원이 많다 보니까 시간을 맞추기가 어렵더라고요.
지난번 김동헌과의 인터뷰에 따르면 김동헌 본인이 그 단톡방에 가장 글을 자주 남긴다고 하더라고요?
동헌이가 총무여서요. 만나서 밥 먹을 때 돈을 걷는데 그것도 동헌이가 걷어서 내고요. 그런 잡일을 동헌이가 다 하고 있어요.
‘갸티비(KIA 타이거즈 유튜브)’ 브이로그에 나왔던 모습 그대로인가 봐요. 브이로그를 다시 한번 찍을 마음은 없나요?
맞아요. 거의 그 영상 그대로 노는 편이에요. 근데 전 광주에서는 하는 게 없어서요. 진짜 집에만 있는데 브이로그를 찍을 게 있을까요? 저는 또 혼자 사니까… (아니면 개인 콘텐츠로 하고 싶은 건 없나요?) 그런 건 없지만 시켜주시면 해야죠. 시키시면 다 합니다.
한화 이글스 선수들처럼 ‘킬링 보이스(초청 아티스트가 대표곡을 불러주는 콘텐츠)’는 어때요?
안 돼요. 노래 못 해요. (호랑이 한마당에서 ‘Hello’ 불렀잖아요?) …들으셨잖아요! 안 돼요. (시무룩) 호마당 때는 혼자 부르는데 이상한 걸 부를 수도 없고 그냥 형들이 발라드를 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해서 고른 거였는데 망했죠.
쉬는 날은 주로 뭘 하면서 보내나요?
대부분 집에 있거나 친구들을 만나는데, 광주에는 아직 친구가 없어서요. 그래서 광주에 있을 때는 그냥 집에 있거나 혼자 밥 먹으러 나가고 산책을 다니는 편이에요. (본가에 있는 시간과 광주에 있는 시간의 비율은 어느 정도 돼요?) 광주에 더 많이 있어요. 본가가 고척과는 가깝지만 잠실과는 멀어서 본가도 키움 원정 때만 갈 수 있거든요. 서울 원정을 가면 부모님이랑 식사하고 친구들 만나서 놀아요. 충암고 때 친구들도 다들 대학교로 흩어져서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일 때는 자주 못 만나지만, 서울에 가면 동헌이가 밥을 사주니까 동헌이한테 밥을 얻어먹습니다.
최근에 했던 것 중에 제일 재밌는 건 뭐였어요?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났는데 오락실에서 몸 쓰는 게임을 하고 놀았어요. 레이싱 게임이나 농구를 하고, 망치로 때리는 게임도 하고요.
‘볼 빨간 영철이’라는 별명이 제일 유명하잖아요. 혹시 윤영철의 홍조가 되고 싶다는 팬의 주접 멘트를 본 적이 있나요?
본 적 있습니다. 그 멘트를 많이들 써주시는데 사실 볼 때마다 당황스러워요. 특별히 불리고 싶은 별명은 없고 자연스럽게 생기는 대로 팬분들이 불러주시는 건 뭐든 좋습니다. 볼 빨간 영철이도 괜찮아요.
형이랑 닮았다고 들었어요.
근데 전 안 닮았다고 생각해요. 대체 어디가 닮았다는 건지 모르겠는데 다들 닮았다고 하시더라고요. (본인이 형보다 낫나요?) 그렇죠. 제가 키도 더 크고 얼굴도 더 낫고요. (이거 형이 봐도 돼요?) 그럼요. 봐도 돼요.
여동생과는 나이 차이가 10살 정도 나는 것으로 아는데, 동생에겐 어떤 오빠예요?
그냥 다른 오빠들이랑 똑같아요. 장난도 치고, 예쁜 거나 동생이 좋아하는 거 있으면 사다 주면서 가끔 챙겨줘요. 광주에 있어서 얼굴은 자주 못 보는데 동생이 절 별로 안 보고 싶어 해요. 제가 미국에 다녀왔는데도 “왔어?” 하고 그냥 들어가던데요? 한두 번씩 보면 좋죠.
지난해 신인왕 투표에서 2등을 차지했어요.
그저 감사할 따름이죠. (문)동주 형이 워낙 압도적으로 잘했으니까 제가 못 받을 거라는 건 어차피 알고 있었고, 그래도 15표나 받아서 기뻤어요. 이제 그거에 맞게 더 오래 잘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멘탈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데 스스로도 그렇게 느끼나요?
주위에서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요. 그럼 그렇지 않나 생각합니다. (특별한 멘탈 관리법이 있나요?) 마운드에 설 때를 비롯해 떨리는 일을 할 때 오히려 더 편하게 마음을 먹으려고 해요. 마운드에서 긴장하더라도 이 순간은 내게 다신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서 재미있고 즐겁게 던지려는 거죠. 안타를 맞아도 ‘맞으면 어때? 다음 타자 집중해서 잡으면 되지!’ 이런 식으로 지나간 일보다는 앞으로 있을 일을 바라보다 보니까 멘탈이 좋아지지 않았나 해요.
아쉬운 점이 있으면 계속해서 떠오르곤 하잖아요.
못 던진 경기가 있으면 그날은 좀 아쉽죠. 그래도 다음 날 되면 운동하면서 최대한 빨리 잊으려고 해요. 오늘은 못 던졌지만, 다음 경기는 잘해보자고 늘 다짐합니다.
마운드에서도 더그아웃에서도 항상 웃고 있어요. 이것도 마인드 컨트롤의 일종인가요?
더그아웃에서는 그냥 웃는 것 같아요. 그리고 마운드에서는 표정이 없으면 너무 긴장돼 보이고 스스로도 움츠러들더라고요. 웃으면서 해야 마음도 편해지고 긴장도 덜해서 중학교, 고등학교 때부터 마운드에서도 항상 웃었어요. 그래서 항상 후배들한테도 “네가 결승전 만루 상황에 올라가는데 거기서 긴장해서 아무것도 못 하는 것보다는, 결과가 안 좋더라도 웃으면서 끝내는 게 더 좋지 않겠냐”라고 항상 말해줬습니다.
남들한테 보여주기 싫어하던 스마일 피처 티셔츠는 잘 간직하고 있나요?
네, 집에 있죠. 아니, 완판이 됐더라고요? 거기에 제 얼굴이 너무 이상하게 나왔어요. 싫은 건 아니지만 제 얼굴을 등에 달고 다닌다는 게 부끄럽지 않나요? (그럼 앞이면 괜찮나요?) 그것도 안 되죠!

#조금씩만 더 잘하기
아직 고등학교 때 기억이 생생하죠? 충암고에서의 3년은 내게 어떤 의미였나요?
3년 동안 정말 많이 배웠죠. 충암중학교 친구들도 거의 다 같이 올라가서 고등학교 내내 재밌게 생활했고, 성장도 했기 때문에 지금 이 자리에 있지 않나 합니다.
JTBC ‘최강야구’를 통해서 야구팬들한테 눈도장을 찍은 덕분에 다른 팀 팬들의 사랑도 많이 받고 있어요.
최강야구 때 많은 분이 예뻐해 주셨는데, 지금도 변함없이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계시다고 해서 감사한 마음이에요. 결과적으로 최강야구 출연이 제겐 잘된 일이었지만, 잘하지 않았어도 스스로 좋은 경험이라 여기고 나간 거였어요. 왜냐면 최강야구 멤버들이 지금은 은퇴하신 선배님들이라 이제 다시는 붙지 못하는데, 방송에서라도 만날 수 있다는 건 영광이잖아요. 제가 잘 던지고 못 던지고를 떠나서 너무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김동헌과의 케미가 아주 유명했는데 프로에 와서는 다른 팀으로 상대하게 됐어요.
처음 다른 팀으로 만났을 때는 보기 좋다고 느꼈어요. 중학교 때부터 거의 6년을 같이 운동했는데 키움에 가서도 잘하니까 신기했죠. 타석에서 더 자주 만나고 승부도 많이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만나면 이길 겁니다. 상대 전적도 제가 앞서고, 동헌이는 잡을 수 있죠~ 굳이 삼진이 아니더라도 안타만 안 맞으면 됩니다. 안타 맞으면 바로 연락 올걸요? (홈런 맞으면요?) 바로 잠수 타야죠.
프로에 와서 김동헌이 아닌 선배 선수들과 호흡을 처음 맞춰 본 소감이 궁금해요.
동헌이랑 할 때는 제가 던지고 싶은 공 위주로 던졌어요. 근데 지금은 저보다 오래 프로에 계신 형들, 선배님들께 제가 배워야 하는 입장이니까 최대한 리드를 따라가려고 합니다. 한두 번씩 정말 던지고 싶은 공이 있는 게 아니면 고개도 거의 안 흔들고, 요구하시는 공을 던지면서 배워간다는 느낌으로 던지고 있죠.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3학년 때도 태극마크를 달았어요. 언젠가 성인 대표팀으로서도 태극마크를 달게 된다면 의미가 더욱 남다를 것 같아요.
아직 뽑히진 않았지만, 국가대표엔 또 뽑히고 싶죠. 제 목표기도 하고요. 나라를 대표해서 경기에 나간다는 건 영광스러운 일이라 그동안 자랑스럽게 임했는데, 프로에서 뽑히면 더 자부심을 가지고, 더 자랑스럽게 임하지 않을까 합니다.
올 시즌 목표가 궁금해요.
너무 깊게 생각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냥 작년보다 잘하기요. 작년보다 모든 지표에서 조금이라도 발전한 게 보이면 저는 그걸로 만족하겠습니다. 이닝은 135이닝을 채우고, 평균자책점은 3점 대로 내리고. 그렇게 조금씩요.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요?
팬들 기억에 오래 남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한두 시즌 반짝하고 사라지는 것보다 오래오래 야구 해서 나중에 은퇴하고 10년, 20년이 지난 후에도 제 이름이 나올 수 있도록요.
윤영철을 응원하는 팬분들께 인사하고 마치겠습니다.
작년도 올해도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시즌 시작이 얼마 안 남았는데, 준비 잘해서 남은 기간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테니까 야구장에 많이 찾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4년 156호 (4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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