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리포트]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플랫폼 진화의 명암

대형사 CM채널 네이버 등 PM채널 주도권 경쟁

비교추천 플랫폼 가격경쟁 중소형사에 위협 요인

가격경쟁 보다 디지털대응 위험관리역량 구축 중요

지난달 금융위원회가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2.0’을 발표했다. 이는 자동차보험 시장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소비자의 편익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24년 기준 매년 갱신되는 자동차보험 가입 차량은 2565만대에 달한다. 장기보험의 경우 보험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 고객과 보험사, 설계사 간 접점이 거의 없지만 자동차보험은 최소 1년에 한 번은 접점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자동차보험은 고객 접점 확보가 보험사와 설계사에게 중요한 마케팅 자산이 된다. 그동안 자동차보험은 대면(전속), 보험사 자체 온라인(CM), 전화(TM) 채널을 중심으로 판매됐다. 2024년 기준 채널별 판매 비중은 대면 47.8%, CM 35.8%, TM 16.0%이며, 새롭게 등장한 플랫폼마케팅(PM) 채널은 0.4%에 불과하다.

금융당국은 2023년 1월 핀테크 플랫폼을 활용한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PM)’를 도입한 바 있다. 이 플랫폼에서 2024년 2월까지 185만건의 비교추천과 28만건의 보험계약이 성사됐으며, 이 중 자동차보험은 전체 비교추천의 80%, 계약 체결의 50%를 차지한다. 그러나 전체 자동차보험 가입차량 수를 고려하면 비교추천 서비스 이용률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소비자들은 플랫폼을 정보탐색용으로만 활용하고 실제 가입은 대부분 보험사 CM채널에서 진행한다. PM채널은 보험료가 CM보다 비싸고 차량 정보, 보험 만기, 보장 옵션 등 필수정보 입력 과정이 번거롭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년간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이용 건수는 약 148만6000건이었고, 이 중 계약 체결은 14만건 수준으로 구매전환율은 9.2%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여행자보험의 구매전환율이 62.5%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다.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2.0에는 네이버, 토스, 해빗팩토리, 카카오페이 등 4개 플랫폼과 10개 손해보험사가 참여하고 있다. 핵심 개선 내용은 PM채널과 보험사 CM채널 간 보험료를 동일하게 맞추고 보험사의 특약 할인, 보험개발원의 차량정보 및 만기정보 등 데이터 연동을 강화하는 것이다. 플랫폼에서 가입정보가 자동 반영돼 보험료가 산출되고 그대로 가입까지 가능한 구조로 개선되면서 편의성과 비교 가능성이 크게 향상됐다.

이에 따라 자동차보험 시장의 가격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는 플랫폼에서 원하는 조건으로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손쉽게 비교할 수 있고 최저가 쇼핑도 가능해졌다. 가격민감도가 높고 매년 갱신되는 자동차보험의 특성상 ‘가성비’가 주요 선택 기준이 될 여지가 크다. 네이버페이에 따르면 비교추천 서비스 이용자는 평균 약 26만원의 혜택을 누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보험사는 보험료를 인하해 일시적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가격경쟁이 격화되면 시장경쟁 구도에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특히 자본력과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중소형 보험사에는 기회보다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미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대면 및 TM채널 비중은 줄고 CM채널 비중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대면 채널의 판매 비중은 47.8%로 4년 전보다 8.5%p 하락했으며 TM채널도 16.0%로 2.4%p 떨어졌다. 반면 CM채널은 35.8%로 10.5%p 늘었고, 신규 채널인 PM 역시 0.4%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비교추천 서비스 2.0은 정보탐색부터 실제 가입까지의 과정을 개선해 디지털 채널 확대를 가속화할 것이다. 초기 서비스에서 구매전환율이 낮았던 것은 보험료 차이와 복잡한 정보 입력 절차 때문이었다. 이제 CM과 PM채널의 보험료가 동일해지면서 두 채널 간 주도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보험의 가격경쟁과 디지털 채널 의존도 심화는 전체 보험사의 수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3.1%p 상승했고, 합산비율은 100.1%로 손익분기점을 초과했다. 여기에 PM채널 수수료(약 1.5%)와 데이터이용료는 보험사의 마진을 더욱 압박할 것이다. 특히 브랜드파워와 판매망이 약한 중소형 보험사는 가격경쟁에 취약하다.

비교추천 서비스 2.0 도입은 단순한 채널 다변화를 넘어 자동차보험의 플랫폼화를 본격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대형 플랫폼이 자동차보험 시장에 진입하면서 보험사와 플랫폼 간의 힘겨루기가 시작된 것이다. 플랫폼에서 보험사가 단순한 상품공급자로 전락할 경우 고객과의 직접 접점은 줄고 플랫폼 수수료 부담은 늘어나 수익성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자본력과 브랜드를 앞세워 대면 및 CM채널에서 시장점유율을 유지해온 대형4사는 아직은 견딜 만한 수준이다. 하지만 판매채널 변화는 뚜렷하다. 전체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중소형사의 점유율은 15%에 불과하지만 비교추천 플랫폼 내 점유율은 41.4%로 약 2.8배 높다. 이는 중소형사가 가격을 낮추고 플랫폼 수수료를 부담하면서까지 적극적인 판매경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이 같은 방식으로 시장의 판도를 주도할 수 있는 중소형사는 드물다. 2023년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은 대형4사가 85.3%, 중소형사가 8.3%, 비대면 전업 손보사가 6.4%였다. 대형4사의 자동차보험 손익은 2189억원으로 전년 대비 47% 줄었지만 여전히 흑자를 내고 있다. 반면 중소형사는 107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비대면 손보사는 1216억원 손실로 해마다 손해 폭이 확대되고 있다.

플랫폼에서의 가격경쟁이 격화될수록 규모의 경제와 브랜드파워가 약한 중소형사는 더욱 불리하다. 대형사 역시 손해율이 높아 가격경쟁은 부담스럽지만, 중소형사는 충격이 훨씬 더 크다. 고객신뢰도와 운영효율이 낮은 중소형사가 대형사와 경쟁하려면 마케팅 비용을 더 들이고 보험료를 더 낮춰야 한다. 여기에 플랫폼 수수료와 데이터이용료 등의 추가 비용도 상당하다. 실제로 비교추천 서비스에 참여한 핀테크 기업이 당초 9개에서 4개로 줄어든 것도 수익성 악화 때문이다.

급속한 디지털 환경 변화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과점 상태인 자동차보험 시장에서는 특별한 경쟁력이 없는 중소형사의 생존 가능성을 더욱 불투명하게 만든다. 플랫폼 활성화는 이전과 다른 대규모의 고객 접점이라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브랜드 열세와 수익성 악화라는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는 단순한 가격경쟁이 아니라 데이터 확보와 활용 역량, 위험관리 능력, 차별화된 디지털 대응 전략이 중소형 보험사의 핵심 생존요건이 될 것이다.

허정수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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