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품는 K청년] ① “헤지펀드 위해 만든 AI, 세계가 먼저 주목했어요”
공동창업자 2명, 포브스 30세 이하 30인 선정
전 세계 금융인 위한 필수 솔루션 되는 게 목표
최근 K팝과 드라마, 영화 등 국내 대중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아직 이들만큼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것은 아니지만, 한국 스타트업 역시 세계 시장에서 그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차세대 주역을 꿈꾸며 참신한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기술로 무장한 한국 청년들이 세계를 무대로 능력을 꽃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조선비즈는 세계를 품을 청년 벤처기업가들을 만나 그들의 꿈과 목표를 들어 보았다.[편집자 주]
세상이 디지털화되면서 인공지능(AI)은 단순한 기술적 유행을 넘어 국가 경쟁력이 되고 있다. 제조업에서 의료 분야에 이르기까지 AI는 다양한 산업에서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 금융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헤지펀드와 같은 투자 기관들은 예측 불가능한 시장의 변동성을 극복하기 위해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인간의 직관과 경험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을 AI의 분석력과 예측 능력이 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최근 미국 투자업계의 뜨거운 주목을 받는 스타트업이 있다. 토종 한국인들이 모여 만든 링크(Linq)다. 2022년 설립된 링크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전기컴퓨터공학 박사 과정을 마친 최찬열 대표가 방수빈 MIT 계산과학공학과 박사, 최호준 전(前) 골드만삭스 뱅커, 김용진 퀀트 리서치 애널리스트와 함께 창업한 회사다. 유망한 인재들이 모여 만들어진 링크는 카카오벤처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에이티넘, 테크스타즈 등으로부터 초기 투자를 받으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고, 현재는 미국 헤지펀드 업계에서 ‘핫’한 스타트업이 되고 있다.
링크는 정교한 알고리즘과 머신러닝 기술로 시장의 흐름을 분석해 헤지펀드들을 도와주는 ‘AI 에이전트’를 구축했다. 공시자료부터 최고경영자(CEO)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 발언이나 공식 자리에서 한 말들까지 하나의 AI 시스템에 넣어 애널리스트들이 쉽게 검색할 수 있게 했다. 하루에 많게는 수백 개의 기업을 살펴봐야 하는 헤지펀드 애널리스트들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헤지펀드만 가입할 수 있는 유료 서비스임에도 링크 알파(Linq Alpha)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링크를 만든 4명의 창업자 중 2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두 명의 공동창업자는 포브스 30세 이하 30인에 선정된 바 있다. ‘기술로 세상을 바꿔 보자’는 생각으로 링크를 만들었다는 두 공동창업자의 눈에는 열정이 가득했다. 다음은 최찬열·최호준 공동창업자의 일문일답.
-링크를 설립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찬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에 미국에서 박사과정 중이었는데, 당시 미국 학교가 문을 다 닫았었어요. 상황이 워낙 심각하다 보니 ‘내가 연구하는 것들이 과연 세상에 어떤 의미를 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됐죠. 고민 끝에 지금 당장 내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에 집중해 보자는 생각에 닿았어요. 그러다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방수빈 박사와 ‘기술로 세상을 바꿔 보자’라는 생각으로 국제전기전자공학자협회(IEEE) 가 주관하는 국제 의료 영상 AI 대회에 나가게 됐고, 거기서 우승하면서 스타트업 업계에 뛰어들게 됐어요.”
-국제 의료 영상 AI 대회는 지금 하는 사업과 분야가 다른 것 같은데요. 업종을 바꾼 건가요?
찬열: “맞아요. 사실 IEEE 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10번 정도 피봇(pivot·방향 선회)을 했어요. 처음에는 대회에서 우승했던 의료 영상으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FDA 승인 비용이 너무 비싸고, 환자 데이터 수집 IRB 과정이 1년 가까이 소요되는 등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과정 자체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이유로 병원에 자체적인 솔루션을 개발해 제공하는 게 어려워 보였고, 보험사랑 협업하자는 생각으로 바뀌었어요.
보험사와 협업하던 중에 몇만 장이나 되는 보험 관련 문서들을 전통적인 방식인 키워드가 아니라 자연어로 검색해야 하는 수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자연어를 기반으로 사람처럼 물어보면 답변을 받을 수 있는 검색 엔진을 개발하게 됐어요. 자체적으로 만든 검색 엔진이 생성 엔진인 2022년 말에 나온 ChatGPT와 결합하면서 사용자에게 직접적인 가치를 제공하기 시작했어요.”
-링크는 그럼 현재 정확히 어떤 업무를 하는 회사인가요?
호준: “링크는 헤지펀드들을 위한 인공지능인 ‘링크 알파(Linq Alpha)’ 솔루션을 만들고 있어요. 검색 엔진과 챗GPT 같은 생성 엔진의 결합을 검색증강생성(RAG)에 적용했어요. 이 기술을 가장 처음 적용했던 분야는 법률과 보험이었어요. 당시에 리걸테크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찬열 대표와 한국에서 최초로 RAG를 이용한 법률 검색 엔진을 만들었어요.
이후 우리의 검색 엔진이 지식 노동자, 특히 전문 분야의 생산성을 극도로 끌어올릴 수 있겠다는 혁신의 가능성을 봤어요. 그 과정에서 우리의 검색 기술이 변동성이 극심한 금융에 적합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중에서도 금융에서 가장 트렌드에 민감하고 구매력이 높은 헤지펀드가 적합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우리 네 명이 헤지펀드의 투자 리서치를 위한 링크 알파를 개발하기 시작한 것이죠.”
-챗GPT 등 경쟁사와 다른 점이 뭔가요?
찬열: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링크는 검색 기술을 자체적으로 만들었다는 것이에요. 생성형 AI가 나온 이후 정확한 답변을 위한 검색이 중요해지면서 많은 검색 엔진들이 제공되고 있음에도 특정 전문 분야의 모든 요구사항을 맞출 수 있는 솔루션은 없더라고요. 그래서 링크는 임베딩(Embedding) 모델이라고 하는 단어를 숫자(벡터)로 바꿔서 검색할 수 있게 해주는 모델을 자체적으로 개발했어요. 이 모델이 올해 5월 말 기준으로 허깅페이스에서 문자 검색에서 오픈AI와 엔비디아 모델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었죠.
호준: “이런 검색 기술로 중소기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점도 고객들에게 호평받고 있는 부분이에요. 전 세계에서 관심을 두는 주요 대기업들 말고 중소기업에 대한 자료들이나 리포트는 잘 나와 있지 않은데, 링크는 이들 기업에 대해서도 정보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에요. 헤지펀드 애널리스트들은 대기업만 매매하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의 매매 비중도 높아요. 이와 동시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같은 회사 500개에 대한 엄청난 양의 검색도 한 번의 질문으로 통합적인 검색이 가능해요.”
찬열: “그다음으로는 도메인 지식이라고 생각해요. 링크 내에는 헤지펀드의 시스템과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는 전문가들이 있어요. 그러다 보니 고객에게 완벽하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전에도 상당한 수준의 결과물을 제공할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는 팀워크에요. 분야가 다른 구성원들이 모여서인지 각자가 가진 강점을 서로 배우면서 일하고 있어요. 또한 서로 의지하고 먼저 나서는 문화 덕분에 말도 안 되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어요.”
-투자 분야에서 AI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찬열: “사업을 만들 기회는 ‘원래 되는 것을 빨리 되게 하는 경우’에서 오고, 분야를 혁신하는 기회는 ‘원래 안되는 것을 되게 하는 경우’에서 온다고 생각해요. 생성형 AI 기술은 그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하고요.
과거에는 애널리스트가 몇백 시간을 들여 일일이 읽어야 했던 리포트를 훨씬 빠르게 읽을 수 있게 됐어요. 그런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더 많은 투자 인사이트를 얻게 될 미래가 올 거라 생각해요.”
-더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요?
호준: “헤지펀드는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많이 알려지거나 발전된 분야가 아니에요. 그러다 보니 링크의 타깃 고객은 거의 모두 미국, 홍콩, 싱가포르, 영국에 있죠. 향후에는 한국에서도 입지를 넓히고 싶어요.”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호준: “올해는 링크 솔루션으로 고객들의 기존 업무 패턴이 완전히 변하는 것을 보고 싶어요. 변화된 패턴을 통해 기존보다 짧은 시간에 50% 이상 더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에요. 그 인식의 변화와 행동의 변화를 끌어내는 2024년이 되고 싶어요.”
-최종 목표가 궁금해요.
찬열: “전 세계 모든 금융 전문가가 매일 한번 이상 들어올 수밖에 없는 솔루션을 만들고 싶어요. 전문 투자자들의 몇 년의 고민과 의사결정들이 쉽게 기록되고 검색되게 만들어서 쓸수 밖에 없는 솔루션을 만드는 것이 목표에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찬열: “아직도 스타트업을 시작할 때 가졌던 ‘기술로 세상을 바꿔보자’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요. 나중에 회사나 창업자 이름은 잊혀지더라도 ‘링크 알파(Linq Alpha)’는 고객들이 사랑하고 기억할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드는 것이 꿈이에요.”
최찬열 대표는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MIT 전기컴퓨터공학과에서 석박사 과정을 거쳤다. 퀄컴 및 보스턴 사이언티픽 엔지니어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으며 포브스 30세 이하 30인에 선정된 바 있다. 최호준 대표는 서울대학교에서 외교학과 경영학을 전공했다. 이후 골드만삭스 홍콩 오피스에서 아태지역 핀테크 스타트업 파이낸싱을 맡았고, 맥쿼리PE 서울오피스에서 기업 바이아웃, 실물자산 인수 업무를 담당했다. 리걸테크 스타트업 로앤굿에서도 근무한 바 있다. 최호준 대표도 포브스 30세 이하 30인에 선정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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